오버워치 '2탱 2딜 2힐', 게이머와 선수 온도차 있다
2019.07.19 13:3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오버워치’를 하면 팀원들과 불필요한 이유로 싸우게 된다. 좋아하는 영웅을 다른 유저가 하지 말라고 하거나, 모두가 공격 영웅만 하고 싶어해서 돌격이나 지원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것이다. 팀을 맞출 시간은 40초밖에 안 되는데,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안정적인 조합을 갖추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로 인해 하기 싫은 영웅이나 역할로 밀려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블리자드가 이를 뜯어고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역할 제한을 두지 않았던 전과 달리 탱커를 맡을 돌격 2명, 딜러를 할 공격 2명, 지원을 담당할 힐러 2명으로 역할을 고정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 게이머와 ‘오버워치 리그’를 비롯한 e스포츠 리그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에 모두 적용되는 규칙이다.
우선 ‘오버워치’에 역할 고정은 19일부터 PC 버전 공개 테스트 서버를 통해 공개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돌격, 공격, 지원 중 원하는 역할을 선택해 게임을 찾을 수 있고, 매칭이 되면 골랐던 역할의 영웅을 골라야 한다. 테스트는 PC부터 시작해 콘솔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테스트를 거친 후 8월 14일부터 9월 2일까지 역할 고정을 도입한 ‘베타 시즌’이 진행된다. 그리고 9월 2일부터 경쟁전, 빠른 대전, 일부 아케이드 모드에 ‘역할 고정’이 도입된다. 아울러 기존 방식을 선호하는 유저를 위해 아케이드 모드에 자유롭게 영웅을 고르는 ‘빠른 대전 클래식’을 공개한다.
‘오버워치’ 경쟁전의 경우 플레이 결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실력평점과 이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 있는 ‘경쟁전 포인트’가 있다. ‘역할 고정’이 도입되면 각 역할별로 포인트가 주어진다. 이에 대해 ‘오버워치’ 제프 카플란 디렉터는 개발자 업데이트 영상을 통해 “만약 한 시즌에 세 역할에 대한 배치를 받고, 좋은 실력 평점을 얻으면 경쟁전 포인트도 역할별로 주어진다. 세 역할을 진행하면 기존보다 더 많은 경쟁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원이나 돌격처럼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는 유저에게는 추가 보너스를 제공한다. 이는 유저들이 많이 몰리는 ‘공격’ 역할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역할 고정이 도입되며 밸런스 조정 방식도 달라진다. 카플란 디렉터가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한 영웅은 ‘브리기테’다. ‘브리기테’는 지원 영웅이 2명이 있으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지만 지원이 1명밖에 없으면 오히려 팀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 ‘브리기테’가 ‘오버워치’를 오래 지배해온 ‘3탱3힐’ 중심에 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할이 2:2:2로 고정되면 ‘브리기테’는 의미 없는 영웅이 되어버리고 만다. 카플란 디렉터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브리기테’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영웅에게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게이머들은 환영, e스포츠 팬들은 반신반의
‘오버워치’ 제작진이 2:2:2 역할 고정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게임 속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카플란 디렉터는 “오버워치는 40초 안에 팀을 선택해야 하고, 팀 조합이 승패를 좌우한다. 40초 안에 조합을 결정하는 것은 큰 부담이기에 게임 플레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소개하려 한다”라며 “대단히 복잡한 작업이었으며 1년 이상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버워치’를 즐기는 게이머들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영웅 선택을 두고 아군과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역할 변경’을 강점으로 앞세웠던 ‘오버워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갈등을 풀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줄이며 대전을 즐기기 위해서는 ‘역할 고정’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카플란 디렉터 역시 본인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저는 사실 지원보다 돌격을 더 잘한다. 그런데 게임을 하려 팀에 들어가서 ‘지원’ 영웅이 없다는 것을 보면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메르시’보다는 ‘라인하르트’를 잘하는데, 팀 구성상 ‘메르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라며 “이러한 선택은 의도치 않게 팀의 승률을 낮춘다”라고 전했다.
다만 e스포츠에 역할 고정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뉜다. 물론 게임과 e스포츠는 함께 가야 한다. 게임에서는 역할이 고정되는데 e스포츠에서는 제한이 없다면 유저들이 하는 ‘오버워치’와 선수들이 하는 ‘오버워치’는 점점 다른 게임이 되어버리고 만다. 게이머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경기가 되어버리고, 이는 리그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게임에 역할 고정이 도입된다면 e스포츠도 맞춰 가는 것이 낫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매주 진행되는 ‘오버워치’ 정보 프로그램 ‘워치포인트’에 따르면 선수들은 역할을 바꿀 때마다 자리를 바꿔 앉아야 한다. 1라운드에서 돌격을 했다가 다음 라운드에서 지원으로 가고 싶다면 ‘돌격’에서 ‘지원’ 자리로 이동해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중 자리를 자주 바꾸면 세팅으로 인한 경기 지연과 선수들의 집중도 하락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전략이 획일화될 우려도 있다. ‘오버워치’는 영웅 수가 많지 않고 역할도 2:2:2로 고정된다면 경기에서 활용할 변수도 그만큼 폭이 줄어든다. 실제로 스테이지3에서 우승을 거둔 상하이 드래곤즈는 1탱 3딜 2힐로 괄목할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게이머들이 e스포츠에서 원하는 것 중 하나는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프로만의 독특한 전략이다. 이 부분이 역할 고정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프 카플란 디렉터는 “2:2:2로 가면 게임에 대한 창의성이 제한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창의적인 사람은 제약 내에서 창의성을 발휘한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예를 들면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인 셰익스피어는 아름다운 ‘소네트’를 썼는데, 14줄 오보격 운율로 이뤄진 소네트보다 제약이 많은 시는 없다”라고 말했다. 엄격한 규칙 안에서도 아름다운 시를 쓴 세익스피어처럼 역할 고정이 창의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큰 변화를 앞둔 ‘오버워치’가 게임 그리고 e스포츠에서 어떠한 결과를 손에 넣게 될지 지켜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