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PC통신으로 보던 1998년 0세대 웹툰
2019.08.19 16:3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이젠 웹툰 전성기라는 단어를 쓰기도 무색할 만큼, 웹툰은 이미 하나의 초거대 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제 국내에서는 만화 하면 출판물보다는 웹툰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국내에서 웹툰을 서비스하는 업체만 해도 수십 곳이죠.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판권 계약도 활발하고, 해외에서는 한류 열풍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웹툰이라는 산업이 이만큼 커지리라 예측한 사람은 얼마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출판만화를 대표하는 만화잡지와 단행본 시장이 아직 탄탄했고, 웹툰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환경이 열악했던 시기였기에 독자층이 매우 얕았기 때문입니다. 웹툰 사업이 본격화 된 것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어느 정도 끝난 2000년대 초 포털사이트들이 웹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였고, 사실상 이 때를 1세대 웹툰 시기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그 전에도 분명 원시적 형태의 웹툰이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일명 ‘0세대 웹툰’입니다.
1998년 5월호, 제우미디어 PC챔프에 실린 ‘챔프 컬러 만화방’ 광고입니다. 만화 다섯 개가 소개돼 있는데, 최상단에 있는 ‘FEEL 100%’라는 만화는 작가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아래에 있는 ‘블루 스테이션’은 당시 코믹스로도 출간된 만화인데, 만화가는 ‘고교4년생’ 시리즈로 인기를 모았던 김지원 입니다. 굉장히 일찍부터 웹툰에 진출했네요. 참고로 국내 최초의 웹툰은 1996년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체나 색상, 글자 폰트를 보면 현재 웹툰과 달리 상당히 투박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액정 타블렛이 널리 퍼진 지금과는 작업 환경이 상당히 달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실제로 당시 매킨토시나 포토샵, 타블렛 등을 이용해 디지털 작업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는 극소수였습니다. 대각선이나 색 표현을 보면 초기 페인트(그림판)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아래쪽 만화들을 보면 이 같은 예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김지원이나 이진주 등 당대 인기 만화가들이 그린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림체가 단순하고 터치가 튀는 모습이, 일부는 마우스로 덧칠한 것 같기도 합니다.
참고로 위 서비스에 접속하려면 PC통신 프로그램을 켜고 01410 혹은 01411 접속 후 CHAMP를 입력해 코믹룸에 접속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접속 시간 혹은 다운로드 용량에 비례해 전화비가 청구되는 PC통신이었던데다, 모뎀 특성 상 이미지 하나 다운받는 데 수십 초에서 분 단위가 걸리다 보니 읽는 속도에 비해 다운받는 속도가 느려서 쾌적한 감상은 힘들었죠.
위 광고는 1998년 2월호 기사에 실린 같은 서비스의 또 다른 광고입니다. 여기도 2번 ‘온라인 만화방’ 페이지에 ‘메이저’ 웹툰이 실려 있습니다. 원작 만화는 출판 코믹스로 출간됐지만, 해당 버전은 원작을 웹으로 옮긴 버전인 듯 그림체가 살짝 다릅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 덧대 그린 듯 하군요. 참고로 ‘CHAMP’ 라는 단어와 위에 있는 PC챔프 정보 제공 등에서 눈치채신 분이 있겠지만, 이 서비스는 당시 인포샵 서비스 운영업체와 제우미디어가 제휴를 맺고 진행하던 것이었습니다. 비록 대중적이진 못했지만, 나름 PC통신 웹툰 0세대 서비스였습니다.
당시 PC통신에서 간간히 연재되던 웹툰은 1999년 말 ADSL 보급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후 ‘마린블루스’ 정철연, ‘일쌍다반사’ 강풀 등을 필두로 본격적인 웹툰 시대가 열렸고,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 보면 0세대 웹툰은 그저 신기한 과거의 유물이지만, 웹툰 시스템의 정립을 위한 양분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덤으로 보는 광고
앞에서 ‘메이저’ 얘기가 나왔으니, 같은 잡지에 실린 단행본 광고를 추가로 소개하겠습니다. 제우미디어에서 국내 출간한 야구 만화 ‘메이저’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총 78권에 거쳐 주인공 ‘고로’의 유년야구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WBC까지 이르는 여정을 다루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원작의 인기를 필두로 지난 2015년에는 고로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메이저 세컨드’가 연재 중이며, 국내 출판사는 대원씨아이입니다.
당시 광고를 보면 ‘해적판과는 다릅니다’ 라는 멘트가 적혀 있는데요, 실제로 90년대 말 국내 출판업계는 해적판 코믹스와의 전쟁이 절정에 달해 있던 시기였습니다. 비록 해적판 만화는 90년대 말을 기점으로 쇠퇴해 사라졌습니다만, 이후에는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스캔본 만화가 새로운 적으로 떠올랐죠. 이러한 전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출판시장 불황을 불러 온 주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