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요시다PD 한국이 '다이쇼 로망' 요청, 액토즈 “사실무근”
2019.08.30 14:1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최근 ‘파이널 판타지 14(이하 파판14)’에서 민감한 문제가 터졌다. 식민지배와 수탈로 맞은 일본 황금기를 미화하는 복장이 중국과 글로벌 서버에 공개된 것이다. 이에 한국 유저들은 집단 반발하며 반대 서명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파판14 요시다 PD가 직접 해명했다.
시작은 지난 5월 초, 중국 파판14 공식 웨이보에 의미심장한 글이 올라오면서였다. 일본식 옷을 입은 두 남녀가 서 있고, "중국판 파판14에 수수께끼의 의상이 공개됩니다"라는 멘트가 적혀 있었다. 이후에는 '극동 로망'이라는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조그만 글은 국내 파판14 이용자들이 공분을 샀다. 해당 의상이 '다이쇼 로망' 콘셉트로 제작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이쇼 로망'은 일본 다이쇼 시대(1912년~1926년)를 그리워하는 풍조를 의미한다. 다이쇼 시대는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문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며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다. 일본 전통 문화와 근대적 서양문화가 혼합되며 '화양절충'이라는 독특한 양식을 만들었고, 그 전까지 일본 역사에서 유례 없이 풍족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이에 일부에서는 다이쇼 시대를 낭만화시켜 ‘다이쇼 로망’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다만, 이러한 황금기가 주변 국가를 수탈하고 착취한 결과라는 점에서 '다이쇼 로망'을 불쾌해 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일본에게 주권을 뺏기고 식민지가 된 아픈 역사가 있기에 ‘다이쇼 로망’ 풍조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다이쇼 로망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범죄를 숨기고 좋은 점만 끄집어내 미화시키려는 과거 세탁 행위라며, '로망'이라는 단어 사용에 대해 특히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웨이보에서 공개된 파판14 의상은 이런 '다이쇼 로망'에 대한 국내 팬들의 반발심을 건드렸다. 다이쇼 로망에서 자주 쓰이는 '로망'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음은 물론, 실제 의상도 '다이쇼 로망' 관련 콘텐츠에서 흔히 보이는 화양절충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활동성이 강조된 짧은 기모노와 화려한 문양의 하카마, 구두, 전통옷 위에 쓴 학생모 등은 다이쇼 로망의 대표적 상징이다.
이에 한국 유저들이 중심이 되어 파판14에서 다이쇼 로망 콘텐츠를 중지하라는 온라인 서명을 벌였고, change.org에서 진행된 서명에는 4,800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파판14' 요시다 나오키 PD가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 해명을 했다. 요시다 PD는 28일, 해외 게임매체 RPG사이트(rpgsite.net)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옷의 콘셉트는 한국과 중국 퍼블리셔에서 먼저 만들자고 요청했다. 역사적 배경과 상관없이, 그들은 구체적 디자인을 지정했다"라며 "일본 개발팀은 이미 이 의상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민감한 부분임을 알고 있었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결국 우리는 과거를 상기시키지 않기 위해, 아이템에 역사적 배경이 담기지 않은 중립적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요시다 PD의 해명에 의하면, 중국 퍼블리셔 샨다와 한국 퍼블리셔인 액토즈소프트가 '파판14' 개발팀에 ‘다이쇼 로망’ 풍 의상 출시를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며,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개발팀은 아이템명이라도 다이쇼 로망이 떠오르지 않도록 설정한 것이 된다. 실제로 해당 의상은 중국과 글로벌 서버에 '동방 서생', '동방 여학생' 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이어 요시다 PD는 "일본 팀은 이러한 이유로 해당 아이템을 한국에 출시하는 것은 좋지 않을 생각이라 여겼다. 그러나 한국 서비스팀은 우리에게 이 의상을 원하는 많은 유저들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에 우리는 중국 퍼블리셔가 저지른 실수(로망 단어 사용)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하지만, 이 의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견을 받아 이것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요시다 PD의 의견을 종합하면, 액토즈소프트와 중국 파판14 퍼블리셔는 수많은 일본풍 의상 중 ‘다이쇼 로망’ 풍 의상을 콕 집어 구체적 디자인까지 요구했으며, 오히려 일본에서 이 의상이 역사적 이유로 논란이 될 것을 걱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를 원하는 유저 메시지까지 전달하며 출시를 독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파판14'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액토즈소프트 측은 “우리는 중국 운영팀에서 의상을 공개한 시점에 해당 의상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으며, 해당 의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이나 의사를 전달한 바도 없다” 라며 “한국 운영팀이 일본에 요청한 의상은 매년 공개해온 한복 콘셉트 의상밖에 없었다” 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의상을 원한다는 유저들의 의견을 일본에 전달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며, 의상 출시 계획 역시 없음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