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도 전문성도 부족하다, e스포츠 상설경기장 날림 우려
2019.10.02 18:14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올해 3월부터 정부에서 추진 중인 e스포츠 상설경기장이 사실상 날림 공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를 통해 나왔다. 예산도 상암동 e스포츠 상설경기장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고, 경기장을 만들 지역을 선정하는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도 e스포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2일 막 올린 국정감사 현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을 상대로 e스포츠 상설경기장이 부실하게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동섭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예산이 부족하고, 또 하나는 경기장 지역 선정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중 e스포츠 경기장 구축에 대한 전문가는 없었다는 것이다.
우선 e스포츠 상설경기장은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3곳이 선정됐다. 각 지역에 30억 원씩 국고를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한다. 국고와 지자체가 투입하는 비용을 합치면 부산은 60억 원, 대전과 광주는 각각 70억 원, 60억 원이다. 다시 말해 경기장 하나에 투입되는 예산은 60억 원에서 70억 원이다.
이동섭 의원은 이 정도의 예산은 제대로 된 e스포츠 방송 설비를 갖추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예로 든 것은 2016년에 문을 연 서울 상암동 e스포츠 상설경기장이다. 그는 “서울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 투입된 총 예산은 430억 원이다. 서울시가 270억 원, 문체부가 160억 원, CJ E&M이 100억 원을 투자했다”라고 전했다.
상암동 경기장의 16% 수준의 예산으로 지방 경기장을 잘 지을 수 있겠냐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기본적으로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 예산이 좀 덜 들고, 새로 만드는 것은 60억 원으로는 턱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적하신 부분 유념하여 구별해서 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지적한 부분은 지역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의 전문성이다. 현장에서 공개된 심사위원 명단에 따르면 e스포츠 전문가는 없고, 세가퍼블리싱코리아, 게임빌 등 게임사 관계자와 영화사, 출판사 대표 등 게임 및 e스포츠와는 무관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이동섭 의원의 지적이다. 물론 게임은 e스포츠와 뗄 수 없는 관계지만 경기장을 잘 만들고 싶다면 e스포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양우 장관은 “모바일게임도 지금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e스포츠로도 괜찮을 것 같다”라며 “경기장이 지어질 때에는 정부와 지자체, e스포츠 관계자들이 가서 전문적으로 잘 지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동섭 의원은 “정부의 e스포츠 진흥 의지는 높이 사지만,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건립 사업은 많이 우려된다. 서울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 비해 턱없이 작은 예산으로 경기장을 지어야 하고, e스포츠 시설 구축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들이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부실공사가 되지 않도록 문체부의 엄중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