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트리밍, LG유플러스는 왜 '지포스 나우' 택했나?
2019.10.11 11:23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LTE 시대 국내 통신사들의 킬러 콘텐츠는 고화질 영상이었다. 하지만 LTE보다 20배 가량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5G 시대가 열렸다. 네트워크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통신사들은 새로운 킬러 콘텐츠 모색에 주력했으며, 그 중 하나는 ‘게임’이었다. 5G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고성능 PC나 콘솔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높은 사양의 대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LG유플러스다. 지난 9월, 엔비디아와 손잡고 ‘지포스 나우’를 국내에 상륙시켰다.
사실 LG유플러스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TE 도입 초기인 지난 2011년, LG유플러스는 자체적인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시도했다. 이론상으론 4세대 통신망인 LTE가 제공하는 속도만으로도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제공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결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LG유플러스 박준수 팀장은 “당시 입력 지연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아울러 대작 게임 유치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대를 앞서간 LG유플러스의 도전은 한 차례 좌절을 맛봤다.
과거 실패로 인해 재도전이 꺼려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LTE 네트워크에서도 싱글플레이 게임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작동했기에 훨씬 속도가 빠른 5G 환경이라면 모든 게임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데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박준수 팀장은 “5G가 상용화되면서 클라우드 게이밍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실제로 여러 차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5G 기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품질에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고, 다수의 와이파이가 있어 네트워크 간섭이 발생하는 상암과 하남 스타필드와 같은 곳에선 와이파이보다 5G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기술적인 문제는 5G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대작 게임 유치였다. 박준수 팀장은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부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제공하는 게임의 라인업일 것“이라 말했다. 아무리 원활한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이 조성됐다고 하더라도, 이용할 수 없는 게임이 없다면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아는 ‘지포스’ 그래픽카드로 유명하다. 그만큼 게임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인연도 깊은 회사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듯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엔 이미 6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게임이 구비돼 있다. 여기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포트나이트’ 같은 PC 온라인게임은 물론, 스팀과 유플레이에서 제공하는 ‘몬스터 헌터: 월드’,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같은 패키지 게임도 포함돼 있다. 계정 연동도 지원해 이미 구매한 게임은 ‘지포스 나우’에서도 이어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엔비디아와 손을 잡게 된 것도 ‘지포스 나우’의 탄탄한 게임 라인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준수 팀장은 “엔비디아가 많은 게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서비스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두 회사의 협력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국내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지포스 나우’ 국내 시범 운영 버전에서는 글로벌 테스트 버전이 제공하는 600여 종 게임 중 일부만 이용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박준수 팀장은 “등급 분류와 라이선스 문제로 100여 종만 먼저 선보이게 됐다”며, “엔비디아와 협력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게임 라인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연말까지 200종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포스 나우’는 현재 LG유플러스 5G 95요금제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료 프로모션 중이며, 본래 10월까지였던 기한을 11월까지로 연장했다. 정식 서비스 일정에 대한 질문에 박준수 팀장은 “아직 클라우드 게이밍에 대한 국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며 “정식 서비스 이전에 인지도 확산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대략적인 이용현황도 언급했는데, 서비스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지속 이용시간은 1시간 이상까지도 확인되지만, 실 이용자 비중은 5G 95요금제 전체 가입자 중 2~30% 정도여서 예상보다 낮은 수치라고 언급했다. 추후 인지도 확산을 위해 무료 프로모션 대상자를 95요금제 이하 가입자까지 확대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박준수 팀장은 인터뷰를 통해 네트워크 환경과 게임 라인업 확대 외에도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클라우드 게이밍에 적합한 컨트롤러와 같은 주변기기도 내부 논의 중에 있으며, 무엇보다 5G 가입자들이 혜택처럼 느낄 수 있도록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