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2M 원작, 다소 낯선 리니지2 세계관 정리해 보자
2019.11.22 16:39 게임메카 이새벽
최근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출시가 임박함에 따라, 원작인 리니지 2도 덩달아 재조명받고 있다. 리니지M-리니지 관계와 같이, 리니지2M 역시 스토리 측면에서 리니지 2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니지 2가 어떤 이야기였냐고 묻는다면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 하다. 실제로 리니지 2를 오래 플레이 한 유저도 이 게임이 대체 어떤 내용인지, 전작과 이어지기는 하는 건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리니지2M의 배경이 되는 리니지 2의 스토리는 원작 만화의 먼 과거 이야기를 그린다. 얼핏 보면 이름만 같고 다른 게임이라고 보일 정도다. 과연 리니지 2는 대체 무슨 이유로 원작 만화 및 전작과 그토록 동떨어진 세계관을 그리게 된 것일까?
원작자와 저작권 소송 있던 시기 출시된 리니지 2
리니지 2 이야기를 하기 전, 전작인 리니지를 두고 게임과 원작 만화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엔씨소프트의 첫 작품인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처음에 게임과 만화는 호혜적인 관계였다. 초기 자체 인지도가 부족했던 게임은 만화 팬들의 관심을 모음과 동시에 완성도 높은 세계관을 가져올 수 있었고, 만화 역시 게임을 통한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저작권료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게임 리니지의 핵심 시스템인 혈맹은 군주 클래스가 조직을 창단해 다른 캐릭터들을 모으고 세를 키워, 지역 거점인 성을 빼앗아 영주로 군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시스템은 반역자에게 나라를 빼앗긴 왕자가 피로 맹약을 맺은 동지를 모아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다는 원작 만화에서 따온 것이다. 반역자 왕 ‘켄라우헬’의 심복인 흑기사 커츠가 플레이어 시작 지역 ‘말하는 섬’에 가끔 보스 몬스터로 출몰하는 이유는, 원작 만화 속에도 왕자 데포로쥬가 피신한 섬으로 커츠가 추적해오는 대목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좋은 원작과 2차 창작물의 관계였겠으나, 문제는 게임 리니지가 원작의 인기를 아득히 추월하며 발생했다.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2000년 들어 이미 한국 온라인게임 업계를 이끄는 공룡이 되어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기세를 몰아 해외 서비스 및 캐릭터 사업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리니지 판권을 두고 분쟁이 생겼다.
당초 원작자인 신일숙 작가는 1999년 엔씨소프트에 리니지 게임 관련 저작권을 양도했다. 이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을 만들 권리를 엔씨소프트 측에 넘긴 것이다. 하지만 그 외 리니지 관련 저작권은 애니키노라는 회사에 위임했고, 애니키노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라는 다른 회사와 손잡고 리니지 애니메이션 및 Xbox 게임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리니지 게임 저작권을 지닌 엔씨소프트가 자사 권리를 주장하며 양측이 부딪힌 것이다.
이 분쟁은 엔씨소프트가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Xbox 게임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작도 제지하면서 심화됐다.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의 인기는 만화가 아닌 게임이 독자적으로 키운 것이니, 디지털드림스튜디오가 리니지 관련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자사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신일숙 작가는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위반 소송을 제기했고, 엔씨소프트는 게임 리니지는 원작에서 이름만 따왔을 뿐 실제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는 자사에서 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맞섰다.
이 사건은 2001년 1월 신일숙 작가가 엔씨소프트의 원작 사용계약 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사용금지 요청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극으로 치달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이유는 리니지 서비스와 사업을 즉시 중단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신일숙 작가와 합의를 시도했고, 본소송이 열리기 직전인 2001년 12월 양측은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당시 이 사건은 엔씨소프트에게 지식재산권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이를 계기로, 이후 제작되는 엔씨소프트 게임은 모두 원작 만화에서 한 단계 나아간 ‘아덴 월드’라는 자체 세계관을 배경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소송이 종료된 시점이 2001년 12월이니,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 2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제작된 첫 작품인 셈이다. 이에, 리니지 2 세계관이 원작과 거리감을 두게 된 데는 이러한 원작자와의 분쟁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세계관은 잇고 싶은데 원작에 없는 내용이라면…? 결론은 ‘과거사’
위에서 설명했듯, 소송 이후 리니지 프랜차이즈는 원작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물론 소송 전부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에 원작에 나오지 않은 콘텐츠를 조금씩 추가하긴 했지만, 소송 이후로는 이러한 행보가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원작 리니지는 원작에 나오지 않는 다크 엘프를 비롯해 용기사, 환술사, 전사 등 자체적인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리니지 2도 이러한 방향성을 그대로 따라갔다. 이미 2000년부터 리니지 2라는 이름을 대대적으로 내세웠기에 독자 IP로 방향 선회는 어려운 상황. 이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2 시대를 원작과 대폭 차이나게 설정했다. 이른바 ‘리니지의 먼 과거’라는 별개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그 덕에 원작 등장인물은 한 명도 안 나오지만 배경은 ‘아덴 월드’인 리니지 2의 세계관이 완성됐다. 원작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일부 몬스터와 지역명 정도였다.
리니지 2 세계관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러하다. 먼 과거, 파괴의 신 그랑카인과 그 딸 실렌은 관계를 맺어 드래곤들을 낳았다. 그러나 그랑카인의 아내이자 실렌의 어머니인 창조신 아인하사드는 이들의 관계를 용납치 않았고, 급기야 실렌을 추방했다. 이에 어머니에게 앙심을 품은 실렌은 드래곤들을 길러 다시 신들에게 도전했다. 이 싸움의 끝에 신들과 드래곤들은 모두 큰 상처를 입었고, 고대의 존재들은 상처를 돌보기 위해 세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신들이 잠시 물러난 틈을 타, 이번에는 여러 피조물이 서로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그 오랜 전쟁 끝에 최종적으로 세상의 패권을 거머쥔 것은 인간이었다. 당시 인간들의 ‘엘모아덴’ 제국 황제는 세상을 정복한 후 자신감에 도취해 스스로 신들과 대등한 위치에 서고자 훗날 ‘오만의 탑’이라 불리는 높은 탑을 지었는데, 이 일은 물러나 있던 신들을 분노케 했다. 결국 ‘엘모아덴’ 제국은 신들의 징벌로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생존자들은 각지로 흩어지고 말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자 몇몇 군벌이 다시 옛 제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왕을 참칭하며 군대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넷마블 모바일게임 ‘리니지 2: 레볼루션’이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 시기 몇몇 군벌의 배후에는 ‘엘모아덴’ 제국 출신의 사악한 마법사 베레스가 있었다. 이에 다른 마법사 하딘은 베레스의 야욕을 막기 위해 ‘은빛 용병단’이라는 무장조직을 후원하여 혼란한 시기 사악한 마법사들의 음모를 저지하는데, 이것이 ‘리니지 2: 레볼루션’의 주된 줄거리다.
리니지 2는 이러한 리니지 2: 레볼루션 시대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세상은 ‘아덴’, ‘엘모어’, ‘그레시아’라는 세 왕국으로 얼추 나뉘게 되었다. 세 왕국은 서로를 정복하여 다시 한 번 ‘엘모아덴’ 제국 같은 단일국가를 이루고 싶어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결국 어쩔 수 없이 휴전을 하게 된다. 리니지 2는 바로 이처럼 불안한 시기에 시작된다. 그러나 게임이 진행되면서 세 왕국의 휴전은 다시 한 번 깨지고, 전란 속에서 여신 실렌이 돌아온다.
이처럼 리니지 2는 종족의 명운을 건 전쟁, 왕국들의 격돌, 사악한 신의 재림 등 거창한 소재를 다수 활용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스토리는 유저들에게 썩 잘 전달되진 않은 듯하다. 원작과의 괴리인지, 스토리텔링 방식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유저 대부분은 이러한 스토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게임을 즐길 뿐이었다. 그 때문일까? 결국 엔씨소프트는 여신 실렌이 등장한 2011년 ‘파멸의 여신’ 업데이트 이후 스토리 진행을 반쯤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아덴 월드 세계관 확장은 계속 이어진다
물론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2 스토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넷마블이 제작하긴 했지만 리니지 2: 레볼루션도 나름대로 ‘아덴 월드’ 설정을 공유하는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고, 엔씨소프트가 오랜 세월 야심 차게 준비한 ‘리니지 이터널’도 스토리 중심 게임으로 소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발매가 코앞인 리니지2M은 이제껏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기술적인 부분과 콘텐츠 면에서는 큰 진보가 있지만, 스토리는 원작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2M이 원작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총괄 프로듀서 언급에 따르면 얼추 2004년 업데이트 ‘풍요의 시대’ 업데이트 전후일 것으로 예측된다.
한참 리니지 시리즈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은 ‘리니지 이터널’ 역시 아덴 월드 세계관을 이어갈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리니지 이터널은 원작 리니지 85년 이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원작 만화에 등장하는 마녀 케레니스가 육체를 잃어버린 채 떠돌다 힘을 되찾고, 주인공 데포로쥬의 가문에 저주를 걸어서 후계자를 미치게 만든다. 이후 케레니스는 자신이 사랑하던 켄라우헬의 후손 알베르트를 찾아 영웅으로 만들게 된다.
리니지 이터널 스토리는 원작 선악구도가 180도 뒤바뀐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2017년 개발이 중단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스토리 역시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아덴 월드 확장은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어지고 있다. 리니지 이터널의 빈 자리를 채우며 등장한 ‘프로젝트 TL’이 그 주인공이다. 아직 정식 명칭이 붙지 않은 이 게임에 대해서는 거의 드러난 정보가 없다. 다만 스토리에 있어서는 리니지 이터널을 어느 정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프로젝트 TL 티저 페이지에는 ‘저항군 패키지’라는 상품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과거 리니지 이터널에도 미친 왕의 폭정에 맞서 켄라우헬의 후손이 저항군을 이끄는 설정이 들어 있었다.
물론 저항군의 등장만으로 프로젝트 TL이 리니지 이터널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프로젝트 TL은 2020년 상반기 비공개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후 자세한 설정과 스토리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니지 이터널이 원작과 이어지는 탄탄한 스토리로 아덴 월드 확장을 예고해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점을 감안하면, 아마 기존 설정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