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수준 될까? '퍼플'로 리니지2M 해봤다
2019.11.27 17:10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7일, 엔씨소프트 두 번째 모바일 대작 MMORPG인 리니지2M이 출시됐다. 이와 동시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바로 PC-모바일 간 크로스플레이 플랫폼 ‘퍼플(Purple)’이다. 엔씨소프트가 별도 기자간담회까지 열어가며 발표한 퍼플은 리니지2M을 시작으로 향후 모든 엔씨소프트 게임에서 기기 제약을 없앤다는 목표로 선보여진 서비스다. 당시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 중 하나는 PC에서 4K 해상도와 더 넓어진 시야의 리니지2M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자에게는 이 얘기가 ‘리니지2M의 진가는 PC에서 할 때 드러난다’로 들렸다. 일반적인 앱플레이어가 모바일게임을 강제로 PC에서 구동하는 데 그쳤다면, 퍼플은 그 이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과연 퍼플로 즐기는 리니지2M은 어떤 모습일지, 발매 첫 날 바로 체험해 보았다.
조금은 불안정하지만,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퍼플은 현재 시범 서비스 단계다. 지원하는 게임은 리니지2M 하나며, 별도 프로그램 없이도 실행 가능하다는 라이브 스트리밍 등 일부 기능은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니지2M을 PC에서 즐기기에는 충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아직까진 시범 서비스라 그런지 프로그램이 조금 불안정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을 들여 리니지2M PC 버전을 설치했으나, 특정 파일에서 에러가 나며 재설치 요구 창이 떴다. 검색해 보니 다이렉트X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수동으로 이를 해결한 후에도, 게임에 접속해 입장하는 과정에서 게임이 꺼지는 오류를 꽤 높은 확률로 겪었다. 또한, 런처 재실행 시에도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이 종료되지 않아 이미 실행 중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에러가 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불편사항에 대해 FAQ를 통한 공지 외엔 별다른 시스템적 대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다만, 이제 막 선보여진 시범 서비스 단계임을 감안하면 안정성 문제는 정식 서비스까지 지속적으로 보강되리라 본다.
게임 실행 전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살펴보면 상당히 깔끔하다. 왼쪽에는 리니지2M 로고와 채팅 프로그램인 퍼플톡이 위치한다. 여기서 리니지2M을 클릭하면 자신의 캐릭터를 마치 게임에 접속한 것처럼 볼 수 있으며, 위쪽 메뉴를 통해 각종 커뮤니티 이용과 채팅이 가능하다. 게시판을 보다가 상대방 닉네임을 클릭하면 게임을 켜지 않고도 게임 안 유저에게 1 대 1 채팅을 걸 수 있으며, 혈맹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혈맹 채팅도 지원한다고 한다. 향후에 지원하는 게임이 많아질 경우 이 같은 커뮤니티 기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은 모바일게임, 퀄리티는 더욱 업그레이드
게임 안으로 들어가 보면. 기본 그래픽 품질과는 별도로 설정 가능한 PC 전용 고해상도 모드가 존재한다. 이를 켜면 4K급 화질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큰 실감은 안 나지만 몇몇 부분에서 부드러워진 것이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오브젝트는 풀과 나뭇잎인데, 모바일에선 확대했을 때 뾰족한 느낌이 살아 있는 폴리곤 느낌이 난다면 퍼플 고해상도 모드에선 더욱 얇아지고 부드러워 보이는 초목이 눈에 띈다. 설명에 따르면 장비의 세밀한 모습도 더 잘 표현된다는데, 아직 초보 티를 못 벗어서 그런지 이는 실감하지 못했다.
또 하나 장점이라면, 모바일에서는 상급 그래픽 사양 설정 시 아이폰 XR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랙이 퍼플 버전에선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사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테스트에 사용한 컴퓨터 사양이 CPU i5-4690, GPU 지포스 GTX 760, RAM 8GB로 퍼플 최소사양을 약간 넘음을 감안하면 랙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하다.
화면 크기가 작은 모바일에선 이러한 텍스쳐 표현 차이가 사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PC용 대형 모니터로 플레이하게 되면 이런 세세한 부분 표현이 거슬리기 마련이다. 기존 앱플레이어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품질 저하를 감수해야 했으나, 퍼플은 PC를 위한 별도 고사양 옵션을 만들어놨다는 점이 훌륭하다. 현재까지는 탈 원작이라 할 만큼 극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타 앱플레이어에서 눈에 거슬리는 불편함을 제거하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기능은 멀티 플레이 로그인이다. 이는 과거 몇몇 온라인게임들에서 지원하거나 불법적으로 돌아다니던 멀티 게임실행 기능을 양지로 끌어낸 것으로, PC 사양이 지원하는 한 혼자서도 몇 개의 계정으로 복수의 게임창을 동시에 켜 놓고 돌릴 수 있다. 이것과 자동전투 기능이 합쳐지면, 그야말로 혼자서도 다수 캐릭터의 파티 플레이나 소규모 혈맹까지도 만들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켜 보니 프로그램 두 개 까지는 버벅임 없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PC 사양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 사실 작업장 문제를 생각하면 멀티 기능은 양날의 검과도 같은데, 자동사냥 기능과 같이 이를 양성화 시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떨지 주목된다.
조작 최적화, 아직 온라인게임 수준은 아냐
조작법의 경우 꽤나 직관적이고 유저 편의적으로 설계돼 있다. 기본 조작은 WASD 방향키와 스페이스 공격 버튼을 지원하며, 컨트롤 키로 자동사냥 기능을 ON/OFF 할 수 있다. 그 외에 일반적인 MMORPG식 단축키(아이템 I, 스킬 K, 퀘스트 J 등)를 기본 지원한다. 이러한 단축키는 개인 설정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물론, 원작이 그렇듯 점프 키는 없다.
다만 기대했던 것처럼 PC 온라인게임 수준 조작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어디까지나 리니지2M의 기본이 모바일게임이기에, 대다수 조작이나 UI는 모바일을 기본으로 한다. PC로 접속해도 ‘화면을 터치하세요’ 라는 메시지가 뜨거나, PC에서는 잘 활용하지 않는 드래그 방식을 그대로 활용하고, 화면 왼쪽 부분에 이동을 위한 가상패드가 떡하니 떠 있는 등의 모습이 그렇다. 마우스 역시 좌/우/드래그 버튼이 모두 하나의 동작(모바일에서의 터치 기능)만을 지원해 다소 어색하다.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향후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모바일/PC MMORPG들을 퍼플로 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PC-모바일 간 연결이 아니라, PC 온라인게임은 모바일에 맞게, 모바일게임은 PC에 맞게 최적화시킨다는 뜻이다. 리니지2M의 경우 아직 UI나 조작 부분이 PC에 맞게 100% 최적화되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여느 PC MMORPG와 비슷할 정도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앱플레이어를 뛰어넘어 퍼플만의 차별화된 품질을 한 눈에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