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겜프야 슈퍼스타즈, 15년 팬이 주는 ‘합격 목걸이’
2019.12.04 17:19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00년대 초반, 컬러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엔 모바일게임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기 성능이 매우 떨어져서, 실시간 게임은 제대로 구현하기도, 조작하기도 힘들었다. 기껏해야 미니게임 정도에서나 가능할 정도. 야구게임도 예외는 아니라, 공격과 수비의 다양한 전술을 피처폰에서 구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회사는 집요하게 야구게임에 도전했고, 성과를 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게임빌 프로야구, 통칭 겜프야였다.
과거 겜프야의 특징은 야구의 미니게임화였다. 여기에 통쾌함을 섞었다. 타자와 투수 중 하나를 골라 공을 던지거나 치는 것이 전부. 경기 전반을 관리할 필요 없이 선수 한 명의 입장에서 경기장에 들어선다는 단순함과,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희열은 2002년 첫 출시 때부터 겜프야의 인기 비결이었다.
이후 겜프야는 피처폰을 넘어 스마트폰으로도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2013년을 끝으로 이 시리즈는 장장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잠적에 들어갔다. 이유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 때문이었다. 겜프야는 피처폰 시절 게임 감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게임은 유료로 다운로드 받고, 게임을 실행한 후에는 데이터 소모가 거의 없이 싱글플레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말이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며 게임을 부분유료화로 바꾸고 몇 가지 시도를 했지만, 기존 틀을 유지한 채로는 한계가 있었다. 게임빌 입장에서는 다시 유료게임으로 회귀할 지, 부분유료화 게임으로의 대수술을 감행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6년 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겜프야가 드디어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라는 이름으로 컴백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김에 아예 세계관부터 싹 손보고, 육성 요소를 한껏 강화한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변신해서 말이다. 과연 새롭게 태어난 겜프야 슈퍼스타즈는 어떤 느낌일까, 2004년부터 15년 간 겜프야 팬이었던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았다.
한 선수를 육성하는 게임에서 트레이너를 모으고 팀을 완성하는 육성으로
전통적으로 겜프야는 한 명의 투수나 타자가 되어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게임이다. 선수 라인업을 손보고, 수비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느 상황에서 도루를 하고, 공을 어떻게 막고… 이런 머리 아픈 조작은 필요없다. 앞 선수들이 잘해 주면 더 좋고, 못해도 나 혼자 어떻게든 잘 해서 승리로 향하는 길을 닦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을 잘 던지고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끊임없는 수련과 장비 수집, 인간관계 등 ‘육성’도 중요하다. 겜프야는 후기에 이르러서는 각종 매니저 및 주변 인물들과의 연애까지 육성의 일부로 넣었는데, 이것이 묘한 인기를 얻으며 겜프야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바 있다. 다만, 이전까지는 육성의 정도가 그리 깊지 않았기에, 약 한 달여 만에 게임의 끝을 본 후 스코어링에만 도전하다 게임을 접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번에 나온 겜프야 슈퍼스타즈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육성 요소를 열 배, 아니 백 배 이상 넓혔다는 것이다. 과거 선수 한 명(혹은 두 명)의 스탯과 장비, 아이템 정도만 관리하면 됐던 육성 요소는, 이제 수백 종의 트레이너(마선수)를 수집하고, 합성하고, 육성시켜서 트레이너 덱을 짜고, 이를 바탕으로 각 포지션에 맞는 신규 선수를 키우고, 성장시켜서 하나의 팀을 완성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선수 한 명만 책임졌던 과거에 비해 구단 전체를 돌보도록 수평적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수직적 깊이 역시 한껏 깊어졌다. 일단 선수를 만들고 육성해서 팀의 일원으로 만들기까지의 시간은 과거 10시간이 넘었지만, 지금은 자동 기준 30분 내외로 크게 줄었다. 그 과정 중에서 선수는 6주(결과에 따라 늘어남)간 라이벌과의 경쟁, 경기 출전, 이성 트레이너와의 연애, 베테랑 트레이너와의 유대감 등을 겪으며 강해지게 된다. 동료인 안경, 듬직한 선배들, 그리고 왠지 재수없지만 잘난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라이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겜프야가 돌아왔다!’라고 크게 외치고 싶을 정도로 추억에 젖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최종 능력치와 스킬에 따라 선수 등급이 정해진다. 최종 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 선수를 돌봐준 트레이너진의 능력치다. 트레이너진이 좋을수록 선수 등급이 높아지고, 얼마나 강력한 트레이너가 붙느냐에 따라 마구나 장타를 날릴 수 있는 마선수 스킬도 달라진다.
결국 이 게임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트레이너진을 얼만큼 잘 구성하는가다. 트레이너는 현재 시점 기준 115명의 트레이너가 존재하며, 기본적으로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각 트레이너는 타고난 등급, 레벨 및 레벨/스킬 강화 요소가 있다. 강화는 총 5단계까지 가능하며, 강화를 위해서는 동일한 트레이너 카드나 혹은 강화 전용 아이템이 필요하다. 고강화 트레이너일수록 좋은 스킬을 전수할 확률이 높아지고 훈련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사실상 여기에 목숨을 걸게 된다. 겹치는 트레이너 카드가 있으면 트레이드나 큐브 변환, 강화 재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수집형 RPG의 육성 시스템과 거의 비슷하기에 꽤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트레이너의 다른 이름은 다름 아닌 마선수다. 이들은 단순히 모으고 활용하는 것을 넘어, 겜프야만의 스토리텔링에도 일조한다. 각각의 트레이너는 종족이나 배경이 각기 다르다. 이들과 소통하고,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 결국 그들의 비기를 전수받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 겜프야의 숨겨진 재미다. 세계관이 우주까지 확대된 만큼 트레이너도 별의별 타입이 다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알콩달콩한 연애가 가능한 이성 트레이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서는 우락부락한 남성 혹은 괴물(?) 트레이너 비중이 높다는 점이 아쉽다.
트레이너진 구성에 중점을 맞춘 겜프야의 변화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폭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트레이너 뽑기와 아이템 획득에 최선을 다하고, 선수 육성은 오토로 해결하다가 시간이 되면 아이템을 구매하고 심심할 때는 게임을 즐기는 등 효율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팀 전력이 상승하고 나면, 본격적인 야구 경기를 벌여서 야구 특유의 재미를 맛보는 형식의 느긋하면서도 경쟁적인 게임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다.
단점은 짧고 반복되는 육성 과정을 오토로 넘기다 보니 과거처럼 선수 한 명 한 명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트레이너들과의 우정과 연애 이벤트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토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컨트롤하면 된다. 오토 활용 시엔 각종 이벤트 선택지가 나쁘게 골라지는 경우도 많고, 경기 조작도 건너뛰어서 팀 기여도가 적어지고 선수 등급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다만 육성을 끝내는 속도가 오토 기준 30분인 데 비해 수동 조작 시에는 세네 배 정도 걸리니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해야 하겠다. 기자는 서너 번 정도 수동 조작으로 캐릭터를 키워 봤는데, 확실히 같은 트레이너라고 해도 등급이 크게는 두세 단계까지도 높게 나왔다.
2D에서 3D로 바뀌며 더욱 직관적으로 변한 야구 플레이
이렇게 열심히 캐릭터를 키웠다면, 이제는 실전에서 써먹을 차례다. 겜프야 슈퍼스타즈의 메인은 육성이나 연애, 수집이 아닌 야구이기에, 앞서 설명한 모든 과정은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열심히 키운 선수들을 팀 이곳저곳에 포지션에 맞게 배치해 팀 전투력을 올리면, 다양한 게임 모드를 통해 야구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일단 경기 모드를 보면 크게 ‘데일리 매치’, ‘플래닛 리그’, ‘슈퍼스타 리그’로 나뉜다. 데일리 매치는 매일 주어지는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홈런치기, 역전하기, 풀카운트 등 미니게임에 가까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진짜 야구경기는 나머지 두 개 모드다.
플래닛 리그와 슈퍼스타 리그의 가장 큰 차이는 싱글플레이냐 멀티플레이냐의 차이다. 다만, 멀티플레이라고 해서 실시간 대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2주를 기준으로 하나의 시즌이 진행되고, 수많은 유저들이 여기에 등록해 순위를 경쟁하게 된다. 즉, 등록된 상대팀 데이터 더미와 싱글플레이를 치르고, 결과에 따라 리그 점수가 변동되고 보상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사실 전통적으로 실시간 PvP 요소가 없었던 겜프야 시리즈인만큼 가장 적절한 방식의 멀티플레이 경쟁 모드가 아닐까 싶지만, 상대방과 직접적으로 겨루는 대결 모드가 생기길 기대했던 팬으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향후 패치를 통해 실시간 대전이 가능해질 지 두고봐야겠다.
어떤 리그라도 참여해서 경쟁 레이스에 뛰어들면, 수많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 곳에서 플레이어는 때에 따라 타자 혹은 투수가 되어 주요한 순간마다 나선다. 기본적인 경기 방식은 기존 겜프야와 거의 같다. 공이 오면 치고, 타자가 서면 던진다. 다만 그래픽이 3D로 바뀌며 직관성이 매우 높아졌다. 2D 시절에는 투수가 던진 공을 언제 쳐야 하는지가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3D로 표현된 지금은 공의 움직임이 눈에 훤히 보인다. 심지어 변화무쌍한 마구까지도 정신을 집중하면 쳐낼 수 있을 정도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이 3D로 바뀌면서 경우의 수도 더 늘어난 느낌이다. 배성재 아나운서의 해설 역시 현장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트레이너를 통한 마선수 슈퍼 스킬이 확장됨에 따라, 경기가 더욱 화려해진 것은 덤이다. 과거엔 단순 대타나 대투수였던 마선수가 이제는 선수 별 스킬의 형태로 대신 자리잡고 있다. 이에 선수마다 트레이너 스킬을 달리 육성해 놓으면, 한 경기에서도 수많은 마선수 이펙트와 스킬 영상들이 터져나온다. 특히나 상대편 투수가 던진 마구를 슈퍼 스킬로 받아치는 장면은 이게 야구 게임인지 액션 게임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로 각종 효과가 넘쳐난다. 이 역시 3D 그래픽이 아니었다면 일일히 구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홈런을 쳤을 때 ‘헉’ 하는 임팩트는 예전 2D 시절이 확실히 더 인상적이었다. 또한 3D로 바뀌며 과거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다소 낯선 느낌의 3D 캐릭터로 바뀐 점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는 시간이 지나 적응이 되고, 약간의 패치가 더해진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고심 끝에 부분유료화로 재탄생한 겜프야, 새로운 역사 쓸까
겜프야 슈퍼스타즈를 하며 느낀 것은 피처폰 시절에 머물러 있던 과거 게임성을 현세대 모바일게임에 맞춰 재해석하려는 고민이 곳곳에 묻어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도 약간 존재하던 육성 요소에 방대한 수집을 더해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풀어낸 점부터, 세계관을 확실히 정립하고 게임의 깊이를 수십 배 늘렸다는 점 등은 확실히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재탄생한 겜프야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아마도 과거 겜프야 시리즈에 익숙한 유저라면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커진 팀 육성 및 수집 요소에 다소 낯설어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만의 선수를 계속해서 만들고, 팀 전력을 키운 후 플래닛 리그나 슈퍼스타 리그를 시작하고 나면 옛날 그 재미가 피부로 다가온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더 센 선수를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 트레이너 수집과 강화에 도전하고, 그렇게 키운 트레이너로 새로운 선수를 육성하고, 그렇게 육성한 선수로 경기를 즐기는… 꽤나 매끄러운 사이클이 지난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확실한 것은, 슈퍼스타즈를 기점으로 겜프야는 연도별 넘버링으로 가던 유료 싱글플레이 게임으로서의 색채를 벗고 새로운 부분유료화 멀티플레이 게임으로서 거듭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겜프야가 2019년, 2020년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15년 팬의 기준으로, 일단 합격 목걸이를 수여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