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카운터사이드는 서브컬처 마니아 위한 뷔페다
2020.02.05 18:26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지난해 비공개테스트로 처음 만났던 카운터사이드는 장점보다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았다. 캐릭터 외형은 유저들 눈을 사로잡지 못했고, 밋밋한 연출과 느린 템포로 인해 전투는 재미가 없었다. 아울러 미소녀 외에도 밀리터리, 메카, 우주전함 등 다양한 소재를 담는 시도는 참신했지만, 전반적으로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정식 서비스로 재회한 카운터사이드는 다른 게임으로 느껴질 만큼 확 달라져 있었다. 테스트에선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콘셉트의 새 캐릭터와 함께 날카로웠던 턱선이 한층 부드러워지는 등 일러스트가 매력적으로 변했고, 전투도 보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게 개선됐다. 그리고 억지로 끼워 맞춘 듯했던 밀리터리, 메카, 우주전함 등 소재가 들러리에서 주/조연으로 자리잡아 미소녀 게임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수집형 RPG였다.
미소녀, 밀리터리, 우주전함의 어우러짐
지난 2017년 소녀전선 이후 출시되는 수집형 RPG 키워드는 ‘미소녀’다. 총부터 요리까지, 그리고 판타지와 SF 등 소재 및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미소녀를 주요 캐릭터로 내세운 게임이 등장했다.
카운터사이드 역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핵심 캐릭터 ‘유미나’나 ‘힐데’는 물론, 현재 뽑기 확률 상향 중인 팀 ‘하트베리’ 멤버들 등 많은 수의 미소녀가 등장한다. 하지만 섣불리 ‘미소녀 게임’이라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카운터사이드에는 미소녀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카운터사이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카운터, 솔저, 메카닉으로 구분된다. 카운터는 초능력을 사용해 적을 무찌르는 이들인데, 무장으로 총이나 중화기 같은 현대적인 무기는 물론 칼이나 창 같은 냉병기로 무장하거나 마법을 사용한다. 미소녀 게임 마니아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는 대부분 카운터에 속한다.
이에 반해 솔저나 메카닉, 그리고 이들을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을 보면 현대전 또는 SF 속 우주전쟁에서 볼 법한 건장한 중무장 군인, 군용차량, 우주전함 등이다. 강인하고 멋진 외형 덕분에 상당한 매력이 느껴지지만, 카운터와는 너무 다른 콘셉트였기에 심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러한 부조화를 극복할 만한 장치가 필요했지만, 테스트 때에는 이러한 요소가 부족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 버전은 달랐다. 추가된 메인과 서브스토리가 둘 사이의 연결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덕분이다. 솔저 또는 메카닉 캐릭터가 카운터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적들을 물리치거나, 이와 반대로 모종의 음모를 꾸며 카운터를 위기에 몰아넣는 등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입체적인 성격을 보이기에 첫 대면에서 느꼈던 어색함은 많이 줄어들었다.
아울러 테스트 버전에서는 굳이 솔저나 메카닉 캐릭터에 대한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들을 사용할 만한 전장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식 출시 이후에는 솔저와 메카닉의 활용도가 대폭 증가했다. 캐릭터 개개의 상세한 배경 이야기를 다룬 ‘외전’이나 강화재료를 얻을 수 있는 ‘모의작전’ 중 카운터를 사용할 수 없는 콘텐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어울리지 않은 요소를 뒤섞어 놓은 잡탕 같았던 첫 인상은 확실히 사라졌다. 지금의 카운터사이드는 서브컬처 마니아를 위한 뷔페 같다는 느낌이랄까? 미소녀 게임 마니아부터 밀리터리, SF 마니아까지 다양한 장르 애호가에게 어필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선된 전투, 그리고 여전히 유쾌한 블랙유머
카운터사이드의 전투는 2D 사이드뷰 화면에서 좌측 하단에 표시된 코스트를 소비해 캐릭터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배치된 캐릭터는 스스로 움직여 적을 공격하기에,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하는 일은, 적의 상성을 고려한 다음, 타이밍에 맞게 배치하는 것 정도다.
이처럼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보는 맛이 있어야 했지만, 테스트 당시에는 이러한 부분이 부족했다. 게다가 전투 진행 속도도 느려 메인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정식 서비스 버전에서는 전혀 다른 게임처럼 전투 시스템이 변경됐다. 캐릭터를 배치해 적을 소탕한다는 기본 시스템은 유지됐지만, 전투 템포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고, 캐릭터들의 공격 모션이 보다 크고 화려해졌다. 피격 당한 적의 머리 위로 대미지 수치가 큰 글자로 표시되고, 화면의 흔들림 같은 연출도 강화됐다. 특히 궁극기 사용이 수동으로 가능해지고, 연출 역시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전투에 박진감을 더했다.
유쾌한 블랙유머는 테스트 당시에도 느꼈었지만, 카운터사이드의 숨은 매력 포인트다. 플레이어는 민간 군사 기업 ‘코핀 컴퍼니’의 사장이라는 설정으로, 캐릭터 뽑기와 강화, 함선 건조, 서브스토리 등 전반적인 콘텐츠가 회사 경영 시뮬레이션 같은 콘셉트다. 그런데 이 기업, 현실이었다면 뉴스에서 많이 봤을법한 경영 실태를 보이고 있다. 캐릭터들이 주고 받는 대사들을 보면 대가 없는 야근 및 주말 출근, 임금체불, 강압적이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선임들 등 온갖 블랙기업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캐릭터 강화 시 만나게 되는 ‘올리비에 박’ 교수와 ‘이윤정’ 조교를 보면 현실 대학원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교의 업적 모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교수의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캐릭터와 연봉협상을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는데, 선택지 중 ‘열정에 호소한다’가 있다. ‘열정페이’가 먼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니, 마음이 저려왔다.
서브컬처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
6개월 전에 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신한 카운터사이드이지만, 변화로 인해 발생한 아쉬움도 존재한다. 먼저 각기 다른 7개 속성의 상성관계를 바탕으로 짜여진 전략성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화려한 연출과 빠른 템포 덕분에 전투에 보는 재미가 커졌지만, 이전보다 적의 움직임이나 속성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려워졌다. 상성관계에 맞춰 아군 캐릭터를 배치하려면 적의 움직임과 속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시성이 떨어져 그저 코스트에 맞춰 마구잡이로 배치하는 형태의 전투가 돼버렸다.
다음은 캐릭터 강화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캐릭터 강화에는 3가지가 존재한다. 전투 승리나 연봉협상을 통해 레벨을 올리고, ‘한계초월’을 통해 별 개수를 늘리고, 다른 캐릭터나 재료를 이식해 능력치를 올려야 한다. 어느 하나만 집중해서는 제대로 된 성능을 끌어낼 수 없다. 각기 소비되는 재화가 다르고, 수급량도 차이가 있는데, 특히 능력치를 강화하는 ‘이식’에 드는 재화가 수급하기 매우 까다롭다. 딱히 현금 결제를 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기에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매우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와 같은 지적 사항은 테스트 당시 지적됐던 수많은 문제점에 비하면 소소한 편이다. 게다가 다양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성실히 반영해 고쳐 나온 카운터사이드이기에, 정식 서비스를 하면서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미소녀, 밀리터리, 우주전함 등 다양한 분야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박진감 있는 전투와 쓴웃음 짓게 만드는 블랙유머로 무장한 카운터사이드는 서브컬처 마니아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