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투윈 대신 꾸미기, 과금 건전해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2019.12.10 17:08 게임메카 안민균 기자
넥슨을 대표하는 마스코트격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배찌, 다오를 비롯한 붐힐 마을 친구들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온라인게임을 접할 수 있게 된 2000년도 초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카트라이더’라는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게임들을 통해 이제 막 온라인게임에 눈을 뜬 게이머들의 마음을 강탈했고, 아직도 그 강렬한 인상이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붐힐 마을 친구들이 ‘카트라이더’를 통해 더 멋있어진다. 장장 16년의 서비스 중인 카트라이더가 묵은 때를 벗겨내고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라는 이름으로 리마스터를 한 것이다. 새롭게 바뀐 카트라이더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차별점을 지녔는 지 지난 12월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살펴봤다.
그래픽이 확 달라졌다, 리마스터된 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원작 ‘카트라이더’가 가진 게임성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해상도와 그래픽을 업그레이드 한 리마스터 게임이다. 기존 투박했던 캐릭터 디자인과 텍스처를 가다듬어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그래픽을 갖췄으며, 4:3 화면 비율만 지원해 창모드를 하지 않으면 검은색 여백이 남는 등 여러모로 불편했던 부분이 개선된 것이 핵심이다.
그래픽 외에 바뀐 부분이 있다면 메뉴 가독성이 엄청나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원작은 수많은 아이콘 메뉴가 화면상에 즐비해 게임을 잘 모르는 게이머라면 게임시작도 하기 힘든 수준이었다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굳이 기능을 찾아 떠돌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와 플레이가 훨씬 수월하다.
이는 Xbox와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게 돼 UI와 매칭 시스템을 콘솔에 가깝게 바꿨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메뉴마다 단축키가 지정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패드 사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덕분에 원작에서 느꼈던 불편함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할 정도. 게임 매치도 기본은 클릭 한 번으로 이뤄지는 자동매치로, 접속 환경과 실력을 고려해 매칭이 이뤄진다. 방을 만드는 기능도 ‘커스텀 매치’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그 외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는 변경점이 거의 없다. 게임 엔진이 언리얼 4로 바뀌었지만 조작법도 그대로, 맵도 그대로, 아이템도 그대로이며, 여전히 카트끼리 부딪히면 180도 회전하며 주행 경로가 틀어지는 등 물리 엔진 버그가 있는 등 익숙한 느낌이다.
게임성은 그대로인데 신작 느낌 물씬, 왜?
종합하자면 사실상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리마스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래픽 발전을 제외하고는 게임성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템전에서 느낄 수 있는 1등의 초조함과 아이템을 사용한 역전의 짜릿함, 그리고 스피드전에서 기본기를 다지고 빌드를 개척한다는 무게감을 업그레이드된 게임엔진을 통해 그대로 구현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신선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간 원작 카트라이더가 보여주던 답답한 공기를 상쾌하게 환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작 카트라이더는 페이투윈 게임이다. 카트바디 강화 시스템은 물론 캐릭터, 액세서리까지 주행 능력치가 달려 있어 일정 수준 실력에 도달하면 강화된 아이템 없이는 정상적인 승부를 보기 힘든 시점이 다가온다. 때문에 가볍게 게임을 즐기려는 라이트 유저와 좋은 추억을 가지고 복귀하는 유저에겐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었고,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반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그런 페이투윈 방식을 지양하고 캐주얼 레이싱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고자 고민한 모습이 엿보인다. 기존 카트라이더가 카트 뽑기, 강화, 파츠, 액세세러 등 주행 능력을 수익 모델로 삼았다면, 리마스터에서는 커스터마이징을 핵심으로 한다. 능력치 상승과 관계 없이 순수하게 캐릭터와 카트바디를 꾸미는 재미에 치중하도록 한 것이다.
원작이 외형보단 능력치를 기준으로 아이템을 선택해 대부분 유저가 비슷한 아이템을 사용하곤 했다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는 같은 아이템이더라도 스킨을 씌우거나 부품을 바꿔 색다른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능력치가 달려 있지 않다. 예를 들면 배찌에게 ‘개굴라이더 배찌’ 스킨을 씌우면 다소 심심했던 캐릭터 디자인이 멋진 레이싱 선수로 바뀐다. 카트바디도 프론트, 사이드, 리어, 휠, 부스터 등 다섯 가지 부품을 교환해 색이나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열심히 꾸민 캐릭터가 순위권에 들어 결과 화면에 떴을 때 쾌감은 말로 이룰 수 없다. 카메라에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1등을 노리고, 과금을 한다! 얼마나 건전한 동기부여인가, 여기에 전작에 비해 각자 개성에 맞춰 다양하게 꾸민 유저들과 만날 수 있어 모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스타트라인에서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성공 가능성은 충분, 운영이 관건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성공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된다. 이미 원작을 통해 카트라이더를 즐기고 있는 게이머가 많고, 대회도 활발하다. 새로운 그래픽과 연출로 강화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개발사에서 한 번쯤은 언급하곤 하는 “페이투윈을 지양하겠다”는 말이 가벼워 보일 순 있으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 만큼은 상당히 무게감 있는 말이다. 카트라이더는 16년이나 된 게임인데도 대회가 활발하게 진행될 정도로 인지도 높은 게임이고, 현재 카트라이더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있는 ‘페이투윈’ 요소를 배제함과 동시에 부족했던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추가해 반등을 노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 MS와 협업을 통해 Xbox 크로스플레이를 구현하고, 글로벌 유저를 품에 안은 전략도 눈에 띈다. 고여가던 카트판에 난입한 싱싱한 뉴비(?) 외국인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다. 매칭 시스템만 제대로 굴러간다면 비슷한 실력을 가진 유저들끼리 엎치락뒤치락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다만 게임성에 변함이 없는 만큼 운영측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미 원작에서 이뤄놓은 성과를 포기하고 리마스터로 넘어가려면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는 그래픽 업그레이드와 페이투윈 지양이라는 커다란 명분이 있다. 그 명분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