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 캐릭터 입증? 철권 7 프로대회 점령한 '리로이'
2020.01.28 16:56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출시 직후부터 꾸준히 밸런스 파괴범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철권 7의 신 캐릭터 리로이가 결국 프로대회도 점령했다. 국제대회인 EVO 재팬 철권 종목에서 참가 선수들이 대부분 자신의 주력 캐릭터를 버리고 리로이를 선택하는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 25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 컨벤션에서 열린 'EVO 재팬 2020' 철권 경기에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주력 캐릭터 대신 리로이를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철권은 캐릭터 성능보다 플레이어의 실력이 훨씬 중요한 게임인 만큼 프로 경기에서 다양한 픽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리로이의 엄청난 성능 탓에 프로나 아마추어 할 것 없이 모든 선수가 리로이를 고르게 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오히려 예선에선 자신의 주력 캐릭터를 고집하던 프로 선수들이 리로이를 사용하는 이름 모를 지역 고수에게 지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결국 8강에 진출한 선수 8명 중 6명이 리로이를 사용하는 철권 역사상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특히 리리 고수로 유명한 일본 '마사'나 드라그노프를 잘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노로마' 조차 수년 넘게 함께해온 주력 캐릭터를 버리고 꾸준히 리로이를 고르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나마 '울산' 임수훈과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미키오가 각각 밥과 줄리아를 사용하며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우승은 리로이를 사용한 태국 선수 '북'이 차지했다.
우승자인 북 또한 인터뷰를 통해서 우승을 위해선 리로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본래 주력 캐릭터였던 노말 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리로이를 할 때 더 정신적으로 안정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며 "이기고 싶다면 리로이를 골라라"라는 말과 함께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수상을 하지 못한 '무릎' 배재민과 '샤넬' 강성호 또한 트위터를 통해 이번 대회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리로이는 지난 12월 출시 이후 줄곧 밸런스 논란에 휩싸였다. 모든 기술들의 발동조건이 뛰어난 데다가, 전반적인 성능이 매우 좋아 초보자도 쉽게 익히고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혹자는 지금까지 등장한 철권의 모든 캐릭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유저들이 리로이로 인해 철권의 캐릭터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성토하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도 28일, 진행된 밸런스 패치를 통해 리로이의 너프가 진행됐다. 대다수 기술 대미지가 감소했으며, 발동 시간이 너무 빨라서 문제가 됐던 지팡이 공격 또한 변경이 생겼다. 다만, 게이머들의 반응은 아직도 충분히 강하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리로이를 비롯한 철권의 밸런스가 어떤 식으로 추가 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