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배너로드에서 변발의 유목민으로 태어났습니다
2020.04.08 18:17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유럽인들에게 악마처럼 인식됐던 훈족,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정복했던 몽골제국 등 말을 타고 초원을 내달리며 활을 난사하는 유목민은 총기시대 도래 이전까지 전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유목민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던 본 기자는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이하 배너로드)에서 유목민으로 다시 태어났다.
유목민 ‘인싸’는 OO을 한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 시리즈는 외모는 물론 성장 배경과 살아온 나날까지 선택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배너로드는 이러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전작보다 한층 더 상세해져 게임 속 부모님의 다정한 모습과 자신의 성장 과정까지 시각적으로 제시하기에, 실제로 게임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대륙을 호령하는 유목민은 생애, 이름, 외모 등 모든 면에서 돋보여야 한다. 기자의 분신인 캐릭터 이름은 ‘떼무진(Ttemujin)’으로 게임 내 유목 국가인 ‘쿠자이트’에서 태어났다. 키는 다른 이들보다 반 뼘 정도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다. 날카로운 눈매와 높은 광대, 마지막으로 멋진 ‘변발’로 화룡점정을 해 유목민 중에서도 ‘인싸’ 유목민임을 알 수 있다.
‘떼무진’은 어린 시절부터 말과 활을 가까이했고, 청년기에는 군사훈련을 받았다. 세계 정복의 야망을 품은 호전적인 유목민 전사로 성장한 떼무진에게 튜토리얼은 필요 없는 과정이다. 과감히 튜토리얼을 생략한 떼무진의 여정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첫 임무로 요인 호위를 맡았다
떼무진이 가장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엘리파(Elipa)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 곳에서 세계 정복의 초석이 될 첫 의뢰를 받게 된다. 엘리파 마을 유지인 ‘요론(Joron)’의 친족 ‘아레니코스(Arenicos)’가 옆 마을 사람을 죽였는데, 살해 당한 사람의 친족에게 사과를 구하러 가는 아레니코스의 호위를 떼무진이 맡게 된 것이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유목민 영웅에 어울리는 요인(?) 호위를 흔쾌히 수락한 떼무진은 아레니코스를 데리고 옆 마을 제스테아(Zestea)로 향한다. 살해 당한 사람의 친족은 생각보다 흥분한 상태여서 아레니코스를 보자마자 죽여버리겠다고 화를 내지만, 떼무진은 점잖은 말투로 설득을 시도한다. 그러나 분노에 찬 제스테아 마을 사람은 떼무진의 말을 듣지 않았고, 함께 있던 장정들과 함께 호위 대상인 아레니코스를 급습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변신 도중 공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듯,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점잖게 대화하는 와중에 공격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레니코스를 급습한 제스테아 마을 주민은 야만인과 다를 바 없다. 떼무진은 아레니코스를 살리고, 제스테아 주민에게 참교육을 하기 위해 창을 뽑아 들었다.
기마술에 능한 떼무진은 말 위에서 창을 내질렀지만, 번번히 빗나가며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게다가 궁술에 능했음에도 활과 화살을 준비하지 않았고, 막상 말에서 내려 칼로 싸우려고 하니 아레니코스를 공격하는 4명이 살기를 한껏 내뿜고 있어 무서웠다. 결국 말을 탄 채로 아레니코스가 칼을 맞아 죽는 모습을 지켜본 떼무진은 의뢰인인 요론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최대한 먼 곳으로 줄행랑을 칠 수 밖에 없었다.
20명의 병력 구축, 도적 무리와 한판 승부!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처럼, 테무진은 좌절하지 않고 새 출발을 했다. ‘말 10필 배달’ 같은 비교적 간단한 임무들을 수행하며 돈을 벌고, 작은 도적무리를 토벌하며 휘하 병력을 20명까지 늘려 어느새 ‘군대’를 거느린 군벌(?)로 성장한 것이다. 자신감을 회복한 떼무진은 도적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달라는 요청을 수락하게 된다.
본 의뢰는 도적들을 수도 없이 토벌한 떼무진에게는 매우 간단한 의뢰처럼 보였다. 도적 무리의 숫자는 28명의 대군이었지만, 아군 역시 마을 민병을 더해 27명이어서 만만치 않은 군세를 자랑했다. 더욱이 선량한 마을 주민을 약탈하려는 속 좁은 도적 무리의 무장은 형편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도적 무리라고 마주친 그들은 투구와 갑옷 등을 제대로 갖춰 입고 있어 정규군처럼 보였다. 오히려 토벌하려고 나선 아군이 외모로 보면 도적이었다. 불리한 전력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떼무진의 지휘였지만, 할 줄 아는 명령이라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처럼 ‘돌격’ 밖에 없었다. 결국 적 기마병 3기가 선봉에 서서 무작정 돌격하는 아군 보병을 덮쳤고, 간격을 두고 따라오는 적 보병들은 퇴각하는 이들을 하나, 둘씩 처리해나갔다. 아니 무슨 도적이 저런 군사 작전을 사용한단 말인가!
결국 홀로 남게 된 떼무진은 갓 구매한 활과 화살을 들고 말을 몰며 도적 무리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도적 무리는 화살을 방패로 막아내며 떼무진을 압박했다. 결국 화살을 다 써버린 떼무진은 관우, 장비와 같은 기세로 적진 한가운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떼무진은 근접전에 매우 취약했다. 단 한 명의 도적도 죽이지 못한 채 말에서 굴러 떨어진 떼무진은 포로로 잡히게 된다.
배너로드 속 떼무진은 몽골제국을 세운 칭기즈칸, 서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훈족의 아틸라처럼 실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유목민이 되리라는 원대한 꿈을 가졌다. 그러나 도적 무리와의 대규모 전투에서 안타까운 패배를 맛보며 그의 이번 생은 도적의 포로로 끝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