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가 제로게임즈 320억 투자로 얻은 두 가지
2020.04.29 10:00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3일, 라인게임즈가 무려 320억 원을 들여 제로게임즈를 지분율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제로게임즈가 자회사 엑스엔게임즈를 통해 카오스 모바일을 출시한 지 약 한 달 만의 일이고, 업계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제로게임즈는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신생 중소기업이다. 물론 카오스 모바일 출시 이후 구글플레이 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7위를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의 배경이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두 회사가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알아보고자 라인게임즈 김민규 대표와 제로게임즈 박장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인게임즈 개발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라인게임즈를 향한 세간의 평가 중 하나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하나하나에 매우 신중을 가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라인게임즈가 선보이는 게임들은 기본적인 완성도나 게임성이 뛰어난 편이지만,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도 따라왔다. 실제로 2018년 말 라인게임즈가 진행한 신작 발표회 'LPG'에서 소개된 10개의 게임 중 2019년에 출시된 게임은 겨우 두 개에 불과하다. 개발 현황이야 시시각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해도 개발 속도가 많이 느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라인게임즈는 제로게임즈가 필요했다. 제로게임즈는 카오스 모바일 론칭 당시 자회사 엑스엔게임즈 포함 전 직원 수 30여 명의 소기업이었지만, 개발 속도는 작은 회사 규모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개발사였다. 제로게임즈의 첫 작품은 작년 8월에 출시한 'R0'라는 게임이다.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위에 등극한 작품이다. 제로게임즈는 이 게임을 출시한 지 약 7개월 만에 카오스 모바일을 출시했다. 자회사인 엑스엔게임즈가 있었음을 감안해도 굉장히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박장수 대표는 "신생기업이고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한 번 정해놓은 개발 방향성을 흔들리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빠른 개발속도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규 대표가 집중한 것도 바로 이런 개발 속도다. 그는 "제로게임즈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라고 생각한다"며 "라인게임즈엔 없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장수 대표 또한 "개발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을 찾던 와중이었다"며 "그런 부분에서 라인게임즈와 이야기가 잘 통했고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없었던 MMORPG 라인업 추가
라인게임즈에 대한 또 다른 평가 중 하나는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 도전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모바일은 말할 것도 없고, PC온라인과 PS4, 닌텐도 스위치 같은 콘솔 분야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 장르도 CCG, MOBA, 수집형 RPG, 추리 어드벤처 등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게임즈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만한 MMORPG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제작 중인 작품들이 몇 개 있지만 출시된 게임은 없다.
그렇기에 라인게임즈는 더더욱 제로게임즈가 필요했다. 짧은 시간 동안 두 개의 MMORPG를 성공시킨 회사기 때문이다. 첫 작품인 R0부터 카오스 모바일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TOP 10에 오르는 데 성공했으며, 카오스 모바일은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익을 달성했다. 박장수 대표는 "카오스 모바일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 던전의 퍼즐 요소나 레이드의 다양한 공략법 등이 유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아직도 MMORPG가 주류이고 대세이기 때문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라인게임즈의 이번 인수도 제로게임즈가 지금까지 거뒀던 성과와 무관하지 않았다. 김민규 대표는 "제로게임즈는 지니고 있는 유저나 장르 측면에서 라인게임즈와 많이 달랐다"며 "320억이 큰 금액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로게임즈가 지금까지 거둔 효과를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긍정적 시너지 기대
이번 투자를 통해 제로게임즈는 보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제로게임즈 박장수 대표는 "당분간은 카오스 모바일의 운영에 더욱 신경 쓸 생각"이라며 "1주일에 한 번씩 콘텐츠를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게임즈 역시 제로게임즈 개발을 전력으로 도와줄 예정이다. 김민규 대표는 "제로게임즈 개발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라인게임즈에서 담당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라며 "제로게임즈 차기작에 대해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당분간은 출시된 게임을 운영하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대표와 박장수 대표는 꽤 닮은 부분이 많다. 특히나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 '재미'를 최우선으로 추구한다는 철학이 특히 닮아 있다. 김민규 대표 역시 "둘 사이에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개발을 좋아하고 같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장수 대표 또한 "김민규 대표님과 이야기가 너무 잘 통했다"며 "라인게임즈가 저희의 장점을 훼손하진 않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두 대표의 비슷한 생각답게 이번 인수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