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에 게임 홍보모델까지 넘보는, 국내 가상 캐릭터들
2020.06.17 18:18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인터넷 개인방송이 보편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차별화를 위한 특화된 콘텐츠가 다수 등장했다. 그 중 하나가 가상 인물이 잡담, 게임 플레이, 먹방 등을 하며 실제 사람과 소통하는 버추얼 유튜버인데, 대표적인 사례로 키즈나 아이를 들 수 있다.
버추얼 유튜버의 주요 방송 콘텐츠 중 하나가 게임인 만큼, 게임과 가상 인물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버추얼 유튜버와 게임의 콜라보레이션은 보편적인 일이 됐으며, 반대로 인기 게임의 캐릭터가 유튜버로 활동하기도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사가 버추얼 유튜버를 직접 제작해 게임을 홍보하기도 하며, SNS를 통해 현실 세계 활동을 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들을 여럿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시선을 끄는 대표 캐릭터를 모아봤다.
스마일게이트 대표 버추얼 유튜버, 세아
지난 2018년 7월, 스마일게이트는 정식 출시를 앞둔 에픽세븐 홍보를 위해 한 버추얼 유튜버 데뷔시켰다. 스스로를 ‘딥 러닝이 가능한 초 하이테크 신개념 오버테크놀로지 A.I.’라 소개하고, 스카이넷, 울트론, 알파고, 키즈나 아이처럼 유명한 A.I.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세아’가 그 주인공이다.
세아의 유튜브 채널 ‘세아 스토리’는 첫 영상 공개 이후 2달 만에 구독자 4만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2020년 6월 17일 기준) 6만 명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세아가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은 이유는 작위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스스트랜딩을 비롯한 인기게임 플레이, 고민상담 등 평범한 콘텐츠는 물론, 컴퓨터 부품 먹방과 같은 버추얼 유튜버만 가능한 테마로 콘텐츠를 꾸준히 게시해 보는 이로 하여금 특정 게임 홍보용 캐릭터가 아닌, 한 명의 유튜버로 인식하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데뷔 3년 차에 접어든 세아는 에픽세븐을 넘어 스마일게이트를 대표하는 버츄얼 유튜버가 됐다. 연차가 쌓인 만큼 후배도 생겼는데, VR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포커스 온 유 캐릭터 ‘한유아’를 후배라 부르며 선배로서의 위엄을 뽐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지스타 2019 스마일게이트 부스를 탐방하거나, WCG 2019 홍보를 위해 중국 출장까지 가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성별 바꿔 유튜버 도전, 데스티니 차일드 데링
‘데링’은 데스티니 차일드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버츄얼 유튜버로, 세아보다 약 한달 늦은 2018년 8월에 데뷔했다. 데스티니 차일드 유저라면 ‘데링’이 매우 낯이 익을 텐데,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데링’은 식비를 충당하기 위해 유튜버를 시작했다는 ‘생계형 유튜버’ 콘셉트, 캐릭터의 귀여운 비주얼, 그리고 이계윤 성우의 열연 등으로 데스티니 차일드 팬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게임 스토리와 설정을 활용한 일상 콘텐츠는 큰 인기를 끌었는데, 4번째 영상인 ‘월말의 데링은 없다 – 통신비편’의 경우 조회수 13만회를 기록할 정도였다.
데링은 약 1년간 활발히 활동하며 인기게임 플레이와 데스티니 차일드 업데이트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데스티니 차일드 서비스가 라인게임즈에서 개발사 시프트업으로 이전된 작년 10월, 3주년 기념 업데이트 소식을 마지막으로 아쉽지만 활동을 중단했다.
스코넥이 낳은 민초단 리더, 초이
세아보다 데뷔는 늦었지만, 구독자 수 8만 명을 돌파하며 세아를 누른 ‘초이’도 게임사가 낳은 버추얼 유튜버다. VR게임 개발 및 유통을 담당하는 스코넥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만큼, 주로 하는 게임은 VR 리듬게임 비트세이버다. 참고로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는 비트세이버 아케이드 버전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초이는 민트초코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민초단’으로도 유명하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민트초코 불닭볶음면, 민트오므라이스, 민트초코볶음밥 등 먹방 영상도 있으며, 심지어 편집자 캐릭터 중 하나인 ‘인간노예 2호 슈블’에게는 민트초코 맛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아울러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호에에에에에’라는 소리를 자주 내는데, 이것이 팬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어 팬덤 이름이 ‘호엥’으로 굳어졌다.
버추얼 유튜버로 승승장구하던 초이는 지난 1월, 갑작스레 활동을 중단했다. 마지막 영상에서 담당 성우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이상 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와 협의 하에 활동을 종료한다고 언급했다. 그렇게 초이의 유튜브 채널은 더 이상 영상이 올라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초이의 빈자리를 채울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방송 스탭에서 버츄얼 유튜버로, 슈블
초이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 ‘슈블’이란 이름으로 바뀐 상태다. 슈블은 과거 초이 채널의 편집자인 4명의 ‘인간노예’ 중 하나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이로부터 민트초코 맛이라는 평을 들었던 캐릭터다. 민트색 머리카락에 고양이 귀, 그리고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슈블의 매력은 ‘목소리’에 있다. 슈블의 영상을 처음 접한 이들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데, 귀여운 외모와 달리 변성기를 한참 지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와 노래 부르기를 주된 콘텐츠로 하는데, 걸걸한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락스피릿이 압권이다.
지난 3월,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를 퇴사하며 샌드박스 소속으로 옮겼으나, 관계는 여전히 유지 중인 것으로 보인다. 17일 있었던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출연해 많은 기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불편한 골짜기’ 해소가 향후 과제, 한유아
작년 7월 스마일게이트가 PC와 PSVR로 정식 출시한 VR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포커스 온 유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한유아’가 있었는데,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와 성격 등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스마일게이트는 한유아를 게임 밖으로 데리고 왔다. 음원 활동과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준비 중이며, 이에 앞서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도 열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6월 17일 기준)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1,713명이다.
다만, 현실로 나온 한유아는 게임 속 모습에 비해 ‘불편한 골짜기’가 느껴진다는 평이 많다. 선배 세아를 넘어서려면, 이러한 ‘불편한 골짜기’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진짜 사람인 줄, 유니티 홍보 모델 수아
유니티코리아는 최근 ‘수아’를 홍보 모델로 발탁했다. 얼핏 보면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연예계 신인을 홍보 모델로 발탁한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수아’는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휴먼’이다. 이처럼 수아는 가상 캐릭터를 볼 때 흔히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매우 사실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수아디지털이 K-POP 아이돌 콘셉트로 제작 중인 디지털 휴먼 수아는 SNS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수아디지털 김형일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작 과정을 올린 것이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유니티 엔진도 고품질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수아는 향후 유니티코리아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