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LPL과 벼랑 끝 LCK, 롤드컵 결승 진출팀은 누구?
2020.10.20 17:52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8강 경기에선 특히나 다채로운 모습이 연출됐다. 이변도 발생하고, 업셋도 벌어졌고, 예상대로의 일방적인 경기도 있었다. 중국은 어찌 되었건 결승 진출을 확정한 상태이며, 결국 한국과 유럽이 마지막 남은 결승 티켓을 놓고 싸우는 형국이 완성됐다. 8강 경기 내용을 기반으로, 결승에서 맞붙게 될 팀은 누구일지 예측해보자.
8강 1경기 담원게이밍(3) VS DRX(0)
8강에서 가장 이변 없이 예상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DRX는 자신보다 명백히 한 체급 위에 있는 담원을 상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림수를 준비했으나, 밴픽과 운영, 한타 등 그 어떤 부분에서도 담원을 앞서지 못했다. 담원은 이기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고, DRX는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모양새였다. 이번 롤드컵 내내 신인 선수들의 분전이 돋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DRX는 그렇게 LCK 팀들 중 제일 먼저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게 됐다.
8강 2경기 쑤닝(3) VS 징동게이밍(1)
짜릿한 업셋 경기였다. 서머 정규 시즌 내내 징동게이밍에게 휘둘리기만 했던 쑤닝이 가장 중요한 롤드컵에서 승리를 차지한 것이다. 경기 양상은 예상했던 대로 교전 위주의 쑤닝과 운영 위주의 징동의 대결로 펼쳐졌다. 그렇게 세트스코어 1 대 1 팽팽한 상황 속에서 펼쳐진 3세트, 인베이드 상태의 교전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쑤닝의 갱플랭크가 더블킬을 먹고 게임을 터뜨리며 징동게이밍의 멘탈도 같이 터지고 말았다. 결국 징동은 이때의 타격을 회복하지 못한 채 4세트까지 내주며 쑤닝에게 업셋을 허용하게 됐다.
8강 3경기 TES(3) VS 프나틱(2)
롤드컵 역사상 최초의 역스윕이라는 진귀한 기록이 이 경기에서 발생했다. 당연히 낙승일 것이라 예상했던 TES가 프나틱의 바텀 라인에 참교육을 당하며, 정말 무기력한 모습으로 2세트를 내리 내준 것이다. 특히 TES의 에이스이자 주축인 '재키러브' 위원보가 처음으로 존재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왜 LPL 1시드를 차지한 것인지 증명하듯, 3세트부터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역스윕에 성공하며 4강에 진출하게 됐다. LPL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것은 덤이다.
8강 4경기 젠지(0) VS G2(3)
가장 팽팽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상은 젠지가 일방적으로 패배한 경기였다.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체급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났으며, 젠지는 이를 뒤집기 위한 그 어떤 전략도 준비해오지 않았고, 반대로 G2는 밴픽부터 인게임 전략까지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해왔다. 특히, 1세트에서 주류픽도 아니고 이번 대회 승률도 낮은 아지르를 굳이 꺼내 들고 패배한 '비디디' 곽보성의 폼이 끝끝내 저점에 머물렀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G2의 바텀 '퍽즈'가 인터뷰에서 괜히 "미드 차이"라고 언급한 것이 아니다.
4강 예측 (1) TES VS 쑤닝
본래대로였다면 TES와 쑤닝의 LPL 내전은 사실 볼 것도 없이 TES의 승리를 점치는 것이 당연하겠다. 하지만, 8강 경기를 치르고 나니 이 경기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게 됐다. TES가 전 경기에서 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무엇보다 키 플레이어인 '재키러브' 위원보가 올해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저점을 드러낸 것이 크다. 혹자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며 TES의 약점이 재키러브인 것 아니냐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더 인상깊은 점은 쑤닝의 기세가 무섭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무력만 놓고 보면 쑤닝도 절대 밀리지 않으며, 오히려 분위기를 탔을 때의 쑤닝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8강에선 그 예측을 증명하듯 엄청난 파이팅을 보여줬으며, 마지막 세트에선 끓어넘치는 기세 하나 만으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징동게이밍을 찍어 눌렀다. 이 정도면 기세가 한풀 꺾인 TES도 힘으로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수준이다.
물론 그동안 TES가 보여준 전반적인 경기력을 보면 여전히 절대적인 우위는 쑤닝보다는 TES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을 때의 TES는 작전 수행능력부터 교전 능력까지 완벽하다. 오히려 8강에서의 흔들림이 전화위복이 되어 더 단단해지리라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정말 희망적인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LPL 한 팀이 결승에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4강 예측 (2) 담원게이밍 VS G2
혹자는 젠지를 압살하고 올라온 G2를 담원이 이길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담원의 우세를 점치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일단 이번 롤드컵 기간 동안 담원의 폼은 흔들림 없이 뛰어나다. 반대로 G2는 3 대 0으로 승리한 8강 경기에서조차도 실수를 연발한 만큼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특히나 젠지와는 달리 담원의 미드 '쇼메이커' 허수와 탑 '너구리' 장하권은 쓸 수 있는 밴픽 카드가 많으며, 정글러 '캐년' 김건부는 G2의 '얀코스' 마르친 얀코프스키를 훨씬 상회하는 폼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로는 G2가 젠지전에서 오픈한 수가 너무 많다는 것에 있다. 젠지전에서 두 번이나 사용한 인베이드 전략을 담원에서 대처하지 않을 리 없으며, 탑 쉔이라는 깜짝 픽과 탐켄치와 라칸 서포터를 이용한 비장의 수도 이미 공개됐다. 이에 반해 담원은 DRX가 준비한 여러 깜짝 전략을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받아쳤기에, 감추고 있는 패가 아직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반전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G2는 분명 다전제에 강한 팀이며, 젠지전을 통해 승리 감각을 다시 한번 각성한 상태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패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원이 강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원도 깜짝픽을 통한 변수 창출을 좋아하는 데다가 다전제 경험도 없지 않기에 담원이 G2를 꺾고 2019년 롤드컵 8강의 복수와 LCK 팬들의 염원을 모두 이뤄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