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첫 스위치 게임 '세나 타임 원더러', 이 정도면 합격
2020.11.03 18:47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넷마블이 세븐나이츠를 활용해 콘솔게임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기대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넷마블이나 세븐나이츠나, 모바일게임에 특화된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유저 성향과 콘솔게임 유저 성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 차이를 콘솔게임을 만든 적 없는 회사에서 메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 것은 그다지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러나, 직접 플레이해본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는 콘솔게임으로서 구색을 잘 갖추고 있었다.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흥미로운 전투와 매우 오랜 시간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볼륨과 콘텐츠, 기승전결이 분명한 스토리 구조 등 충분히 콘솔에 어울리는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넷마블의 첫 콘솔도전이라 그런지 완벽하다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중간중간 눈에 들어왔으나, 적어도 차기작이 기대되게 하기엔 충분했다.
콘솔에 걸맞은 볼륨과 깊이 있는 스토리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는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바네사'를 주인공으로 한 7화짜리 웹툰 '시간의 방랑자'를 보완해 만든 게임이다. 바네사가 의지가 깃든 마법 도구이자 모래시계 '샌디'를 실수로 건드리면서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빠져든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원작이 시작되기 전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 일종의 프리퀄 작품이며, 원작을 몰라도 즐길 수 있도록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그동안 이야기 완결이란 개념이 없어 속이 탔던 원작 팬 입장에선 반길 만한 부분이다.
위에서 말했듯 주인공은 분명 바네사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바네사가 여러 시공간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해당 캐릭터의 배경설정이나 작중 행적에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원작 팬 입장에선 새로운 내용을 즐길 수 있고, 신규 팬 입장에선 이번 작품을 기반으로 원작 세븐나이츠를 비롯해 이어서 출시되는 세븐나이츠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 대한 호기심과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볼륨이다. 특히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메인 시나리오의 길이가 상당한 편인데, 각 지역별 노드를 깊이 있게 탐험하지 않더라도 12시간 가까이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지역 탐험에 좀 더 힘을 들이고 캐릭터 육성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제작진이 호언장담했던 대로 메인 시나리오만으로 20시간 가까운 플레이 시간이 나온다.
서브 콘텐츠인 에고닉스는 스토리를 좀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에고닉스에선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원작에서 어떤 성격과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저가 고르는 선택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 반복적으로 즐길 요소도 있고, 캐릭터의 색다른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에이스의 경우는 작중에서 다소 딱딱한 영주로서 이미지만 보여주는데, 에고닉스에선 가족애를 뽐내는 등 입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인물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원작에는 없는, 콘솔에 맞는 독특한 전투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의 전투는 100% 수동으로 진행되는데, 생각보다 속도감 있다. 2초 남짓한 시간 동안 자신의 턴에 사용할 캐릭터의 스킬을 선택하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그 사이에 적의 속성을 파악하고 우리 팀의 에너지와 버프, 디버프 등을 모두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캐릭터의 성향과 스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우물쭈물하다가 손해를 보게 되기에 매끄럽게 전 캐릭터 노데스로 플레이하려면 덱 조합과 게임 진행에 연구가 필요하다.
전투에서 전략의 대다수는 속성을 활용한 스턴에서 나온다. 한 번의 공격에 전투 필드에 있는 적들의 약점을 모두 공략할 경우 기절이 뜨며 플레이어가 한 턴을 더 가져갈 수 있는데, 이 순간을 활용해 방어 버프라던가, 힐 등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 적의 공격력이 절대 만만치 않고 힐 공격은 쿨타임이 길기 때문에 틈이 날 때 최대한 많이 스턴을 걸지 않으면 소모전 속에 파티원이 하나둘 쓰러져 나가게 된다. 전투 전략을 세우고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복잡하진않지만, 짧은 턴 시간과 스킬 쿨타임 및 효과 등이 합쳐져 독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또 하나의 특징이자 장점을 뽑으라면 '스트라이크 스킬'이 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일반 스킬은 모두 원작에 등장한 것들이지만, 스트라이크 스킬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기술이다. 일정량의 공격을 수행해야 사용할 수 있는데,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위력도 기술 시전시 나오는 연출도 화려하다. 이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전투를 풀어나가는 또 다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콘솔 RPG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도
특장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아무래도 넷마블의 첫 콘솔 도전이라 그런지 아쉬운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가장 큰 단점은 모바일 세븐나이츠의 리소스를 많이 활용하다 보니 동세대 게임들에 비해 그래픽이 다소 아쉬운 편이다. 정확히는 그래픽 자체는 닌텐도 스위치에 나오는 여러 인디게임들과 겨우 맞서는 수준이지만, 모바일에서 보던 효과나 캐릭터 모델링이 그대로 실려 있다 보니 비주얼 적으로 독창적이라거나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콘솔로 등장하는 새로운 세븐나이츠를 기대했던 팬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더불어, 닌텐도 스위치라는 기기 특성을 거의 살리지 못했다. 조작법과 전투는 콘솔답게 구성했지만, 조이콘 진동이나, 한쪽 컨트롤러 만으로 플레이하는 기능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더불어 버튼 활용도 어색한 부분이 많다. 가령, 메인 시나리오 던전에서 카메라를 이동하기 위해선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꾹 누른 다음 왼쪽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이는 기괴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통 콘솔 게임에서 시점은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만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아한 부분이다. 사용되지 않는 버튼이 많다는 점도 아쉽다. 더불어 게임 중간에 갑작스레 일본어가 나오는 버그나, 컷신이나 스킬 시전 때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 최적화 문제도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넷마블의 꽤 의미 있는 발걸음
이번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는 분명 생각보다 괜찮은 콘솔게임이다. 원작 팬에게 가려운 부분 중 하나였던 완결된 스토리를 제공할 뿐더러, 콘솔이라는 환경에 어울리는 볼륨과 색다른 전투 스타일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솔 팬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그래픽 수준이나 조작체계, 버그 등 미흡한 부분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사실 상기한 단점은 1만 8,000원 이라는 게임 가격대를 생각하면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 뛰어난 완성도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이번 작품이 넷마블의 첫 콘솔 도전이란 걸 생각하면 분명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젠가는 세븐나이츠 IP 기반 풀 프라이스 AAA급 콘솔게임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