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 때문에 PS5 사도 된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2020.11.06 22:00 게임메카 이재오, 류종화 기자
PS4로 출시된 스파이더맨은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스파이더맨 게임, 아니 영화까지 통틀어도 최고의 스파이더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심 사이를 가로지르는 호쾌한 웹 스윙으로 이동의 재미를 극대화했고, 데빌 메이 크라이가 떠오를 만큼 스타일리쉬한 거미줄 액션을 구현해 원작 코믹스 팬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그렇기에 이번에 PS5 런칭작이자 후속작인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상당한 편이다. 전작에서 훌륭한 일보 전진을 보여준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작품은 전작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여기에 독특한 액션을 더해 독창적인 이번 작품만의 특징을 창출했다. 물론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까지 답습한 건 아쉽지만, 10대 스파이더맨 특유의 밝고 부담 없는 분위기는 차세대 콘솔 런칭 독점작에 걸맞는 게임이었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떠오르는 게임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최근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로 잘 알려진 청소년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다. 전작 주인공 피터 파커와 함께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던 마일즈가 모종의 이유로 한 달 정도 외국에 나갈 일이 생긴 피터 대신 혼자서 뉴욕을 지키게 된다는 것이 게임의 시작을 장식하는 줄거리다. 주요 적은 록슨과 언더그라운드며, 마일즈는 피터가 없는 뉴욕을 사수하기 위해 스파이더맨 활동을 이어 나가게 된다.
1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역시 마일즈의 미숙함과 잠재력이 있겠다. 설정상 마일즈는 모든 것이 어색한 초보 히어로다. 때문에 실수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고, 예상치 못한 함정에 걸리는 경우도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나오는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와 상당히 닮아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아이언맨이 만들어준 수트를 피터가 친구와 함께 해킹해서 이리저리 조합하는 모습이나, 침몰하는 배를 거미줄과 완력으로 막아내는 모습을 오마주한 장면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 미숙함과는 별개로 굉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전작의 스파이더맨은 본연의 능력 외에도 슈트의 특수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싸우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게임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보유한 전기 방출이나 광학 위장 같은 특수 능력을 활용해 싸운다. 베테랑 히어로였던 피터 파커에 비해서 정돈된 몸놀림이나 무술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10대 특유의 발랄함과 비교적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민첩함에 특수 능력을 조합한 새로운 싸움 방식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전작과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느낌
참 재밌었던 부분은 분명 전작과 같은 구조를 띄고 있음에도 게임의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다소 진지하고 침울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전작과 반대로, 이 게임은 10대 마일즈에 맞춰서 밝게 바뀌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주민들의 의뢰나 범죄를 확인하고, 퀘스트를 마친 후 SNS에 올라오는 반응을 확인하는 등이다. SNS답게 이모티콘 등을 이용한 솔직하고 긍정적인 칭찬을 보고 있으면, 플레이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정도다.
이 분위기 변화는 게임 내 UI나 기술 효과 등에서도 잘 느껴진다. 이번 작품은 독특한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피니시를 사용하는 장면이나 SNS나 상태창을 켜고 끄는 효과 등에서 2D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도록 구성한 것이 보였다. 특히, 게임에서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뉴 유니버스' 슈트를 입으면 움직임도 스탑 애니메이션처럼 독특하게 변하고 적을 타격 시 말풍선이 등장하는 등 움직임도 독특하게 변한다. 이런 요소들 하나하나가 힙합 위주 OST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영화가 가지고 있던 '힙'한 느낌을 게임에 잘 녹여냈다.
스토리도 상당히 시원시원하고 밝게 진행된다. 전작이라고 해서 답답한 진행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충격적인 반전이나 신파적인 요소도 다수 들어가 있기 때문에 종종 분위기도 침울하고 스토리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반전이나 암시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바로바로 해소하면서 빠른 속도로 내용을 풀어나간다. 여기에 친구 '강케'라던가 밝고 강직한 어머니 리오 모랄레스, 삼촌 애런 데이비스 같은 조력자도 분위기를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분위기 뿐 아니라 액션도 좀 더 다채로워졌다. 1편에서 사용하던 액션에 전기를 방출하는 베놈 액션과 광학 위장 기술이 더해지면서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식이 더 많아졌다. 특히 베놈 액션의 경우 설계를 잘못했다면 단순한 커맨드 기술이나 지나치게 강력한 기술로 인식됐을 텐데, 이를 이용해야만 공략할 수 있는 적과 보스를 배치하고 여러 번 적을 타격해야만 전기가 충전된다는 조건을 넣어 중요한 순간에 사용해야 하는 비장의 수로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광학 위장 또한 격렬한 전투를 순간적으로 잠입 액션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 전투의 방향성을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전작의 다양한 슈트와 장비도 그대로 도입되어 있는 건 덤이다.
여기저기 흩뿌려진 사이드 퀘스트는 여전해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는 게임이지만 굳이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랜덤 인카운터 형식의 범죄 퀘스트라던가, 지역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사이드 퀘스트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집 요소가 여전히 많고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퀘스트도 새롭게 갱신되었지만, 메인 스토리에는 전혀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같은 오픈월드 게임임에도 사이드 퀘스트를 수행할 동기를 여러 방식으로 전달하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더불어 아직 정식 출시 전 버전이라 그런지 버그가 많이 발견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출시 전에 한 차례 런칭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므로 수정된 버전을 기대해 본다. 또 하나 사소한 아쉬움이 있다면, 전작의 많은 복선 중에서도 이번 작에서 풀리지 않은 내용이 있다는 점이다. 전작을 DLC까지 완벽하게 플레이한 유저라면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적들이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아무래도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이번 작품까지는 복선을 해소하기 보다는 유지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걸출한 런칭 독점작이군
종합해보면,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는 전작과 비슷한 수준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진 않을 게임이다. 새로운 인물에 맞게 새로운 액션과 다양한 인물을 추가하고 보다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한다. PS5의 시작을 알리는 게임인 만큼 전작의 재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내린 결정이 아니었을까?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소니는 자신들의 목표에 맞게 걸출한 런칭작을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