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Xbox 시리즈 S가 탁월한 선택이다
2020.11.05 23:00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Xbox 시리즈 S(이하 XSS)는 Xbox 시리즈 X(이하 XSX)와 동시기 출시되는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베일에 싸여 있는 편이다. 분명 사양도 공개됐고, 외관이나 가격까지 다 나온 기기지만, XSX에 비해서 가격이 낮고 크기가 작다는 것 외에는 상대적으로 XSS와 관련된 화제는 부족한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기기를 사는 게 맞는지, 왜 나온 건지 궁금해하거나 의심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게임메카가 직접 체험해 본 XSS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기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K 게임 환경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XSX를 바라볼 필요가 없을 정도다. 물론 절대적인 성능은 XSX가 훨씬 뛰어나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XSS의 압승이다.
그래픽 성능은 3배 차이, 나머지는 사실상 동일
일단 XSX와 XSS는 GPU 성능과 딥러닝 인공신경망, 용량에서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 램 용량이나 대역폭, 레이트레이싱 성능 등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가장 극명한 부분은 위에서 말했던 세 가지다. 그리고 이 중에서 게임 퍼포먼스에 영향을 끼치는 건 GPU와 인공신경망 정도다. CPU와 SSD는 두 기종 모두 같은 부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XSX이 자랑하던 오디오칩도 동일하다.
사실 저 두 부품의 차이는 상당히 큰 편이다. XSX은 GPU 성능이 12.14테라 플롭스에 달하며 여기에 레이트레이싱을 위한 추가 부품들도 많이 달려있는 반면 XSS는 4.01테라 플롭스 정도에 불과하다. 참고로 1테라플롭스는 1초에 1조 번의 연산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사람 한 명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XSX가 1초에 8조 번 더 계산해 표현한다는 뜻이다. 인공신경망 또한 결국 그래픽 표현을 위한 연산에 필요한 부품인데, 이 역시도 단순 연산 수치만 놓고 보면 3배 가까이 XSX가 높은 편이다.
하드웨어 자체가 이 정도 차이가 나는 만큼 혹자는 XSS가 전 세대기랑 비슷한 성능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유는 4K 성능에 집중한 전 세대 기기와 달리, XSS는 1080P의 FHD나 1440P의 QHD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됐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리 아픈 이야기는 접어두고 실사용기로 넘어가 보자. 사용 환경은 다음과 같다. 4K가 아닌 1080P 모니터(FHD)와 1440P 모니터(QHD)를 사용했으며, 구동 게임은 기어즈 5다. 굳이 기어즈 5인 이유는 현재 차세대 기기에 맞춰 바로 이용이 가능한 타이틀 중에서 가장 고사양이기 때문이다. 캠페인과 멀티플레이를 모두 즐겨봤으며, 네트워크는 안정성을 위해 무선이 아닌 유선 이더넷을 활용했다. 물론 정확한 벤치마크를 사용하지 않은 데다가 XSX 입장에서는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정식 비교라고 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실사용에 기반한 주관적인 평가라는 점을 명시하는 바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QHD 이하 환경에서 두 기종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두 게임 모두 비교적 안정적으로 60프레임 고정, 가변 120프레임을 지원했으며, 로딩 속도 역시 5초 내외로 비슷했다. 물론 120프레임 가변 옵션에선 XSX 쪽이 좀 더 원활히 작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체감적인 차이가 크거나 많지는 않았다.
60FPS 옵션에선 둘 다 똑같은 성능
좀 더 상세하게 상황을 되짚어가며 비교를 해보자면, 1080P 60FPS 환경에서 진행한 싱글플레이에선 두 기종 모두 매우 안정적으로 고정 프레임을 유지했다. 전투 중에 다수의 적이 몰려오거나,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큰 무리 없이 최대 성능을 뽐냈을 정도다.
1440P 60FPS에서도 차이는 없었다. 심지어는 멀티플레이로 넘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랜서 기관총의 전기톱으로 적을 도륙낼 때도, 토크 보우에 폭사당할 때도 하등 무리 없이 60프레임을 일관되게 뽐냈다. 사실 기어즈 5는 최적화가 상당히 잘 되어 있어 전 세대 기기인 Xbox One X에서도 4K 60프레임을 프레임이나 해상도 저하 없이 깔끔하게 지원했었다. XSX와 XSS에 맞춰 최적화를 한 차례 진행한 작품인 만큼 이 정도 퍼포먼스는 당연히 나와주는 것이 정상이다.
120FPS부터는 XSX이 미세하게 유리하다
XSS와 XSX의 차이는 가변 120FPS 옵션을 돌릴 때부터 조금씩 드러났다. XSX는 싱글 기준으로 1080P와 1440P에서 모두 최소 100FPS가 넘는 성능을 지원했으며, 멀티플레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싱글플레이에선 대체로 120FPS를 지원하다가 가끔 떨어지는 정도라면, 멀티플레이에서는 전투가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다 보니 100FPS를 넘는 정도로 유지됐다. 물론 콘솔환경에서 이 정도 TPS게임을 즐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XSS는 이 부분에선 약간 아쉬웠다. 싱글플레이 기준 1080P에선 100FPS를 상회하는 성능을 뽐냈지만, 1440P에선 종종 눈에 띄는 프레임 저하가 발생한 것이다. 게임 특성상 폭발이 잦고 유혈이 낭자 하는 표현이 많아 처리가 피곤한 부분이 있는 게임이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인 듯 한데, 게임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로딩 속도에서도 비슷했다
이 밖에 누구나 가볍게 성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인 로딩 속도에서도 극단적인 차이를 느끼긴 힘들었다. 물론 기어즈 5를 기준으로 XSX가 아주 약간, 1~2초 정도 더 빠르게 실행되기는 했지만, 눈에 띄는 차이는 아니었다. MS가 전면에 내세운 기능인 '빠른 재개' 또한 두 기기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여담이지만 XSX과 XSS 모두 이 '빠른 재개'기능이 생각보다 플레이 경험을 굉장히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이 기능을 마지막에 플레이했던 지점을 기기에서 자동으로 저장해준 뒤 기기를 다시 실행하거나 다른 게임을 플레이한 뒤 돌아올 때 별다른 로딩 없이 다시 원래 플레이하던 부분으로 돌아가 주는 다소 단촐한 기능이다. 이게 두 기기의 빠른 로딩 속도와 맞물려 상당한 시너지를 자랑했다. 실제로 기자는 에이스 컴뱃 7과 기어즈 5를 빠른 재개를 이용해 번갈아 가며 즐겨봤는데, 굉장히 매끄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작고 싸고 편리한 XSS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종합해보면, XSS와 XSX는 1080P의 환경에선 거의 동일한 성능을 발휘했으며, 1440P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이 비슷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로딩 속도조차 큰 차이가 없었다. 4K 환경을 갖추지 않았다면 굳이 XSX를 욕심낼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물론 실용량이 400GB 미만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기값만 20만 원이 저렴하고 수납하기에도 적합한 XSS가 경우에 따라선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