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너즈워와 백년전쟁은 반지의 제왕과 영화 '호빗' 관계다
2020.11.16 09:47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판타지 장르의 원류라고 평가받는 반지의 제왕은 사실 작가 J.R.R. 톨킨이 쓴 '실마릴리온'이라는 가상의 역사서에서 매우 잠시 등장하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호빗'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지만 치밀한 이야기들이 뭉치고 뭉쳐져서 형성된 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가운데땅 세계관이다.
컴투스가 최근 몇 년에 걸쳐 구축하고 있는 '서머너즈 워 유니버스'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 시작이었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천공의 아레나)를 비롯해 단편 애니메이션, 코믹스도 모두 하나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작품이다. 그리고 조만간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하는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이하 백년전쟁)' 또한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작품이다. 본격적인 테스트에 앞서 게임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게임을 총괄한 이승민 PD와 아트디렉터 장순영 AD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머너즈 워 유니버스를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
백년전쟁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내용은 역시, 천공의 아레나와의 관계다. 일단 정확히 말하자면 외전작에 가깝다. 천공의 아레나가 시작되기 전의 에피소드인 백년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천공의 아레나 유저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지역인 가렌숲과 시즈산, 카비르 유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천공의 아레나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스토리는 아니다.
백년전쟁이 후속작이나 프리퀄도 아닌 별개의 외전 포지션을 잡은이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작품이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PvP 위주의 게임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작품이 100년의 역사를 담은 '서머너즈 워 유니버스 바이블'의 첫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보다 다양한 IP 확장을 위해 천공의 아레나와 연관되는 이야기로 풀어나가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는 '반지의 제왕'과 이전 시대 이야기를 다룬 '호빗'과의 관계랑 비슷하다. 둘은 분명히 같은 세계관에 있지만 '절대 반지'라는 아이템과 몇몇 캐릭터가 함께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닌 독립적인 작품이며, 전체 세계관의 흐름 속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천공의 아레나와 백년전쟁 또한 서머너즈 워 유니버스 속에서 각각 한 꼭지를 담당하고 있다. 이승민 PD는 "스토리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 아닌 만큼 스토리의 개연성을 담기보단 세계관을 활용하고 확장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캐릭터도 이를 위해 원작과 다소 다른 형식으로 그려졌다. 2등신에서 8등신으로 현실적인 비율을 갖추고, 외모도 조금씩 달라졌다. 장순영 AD는 "IP를 확장을 위해 서머너즈 워 유니버스의 각 작품마다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번 작품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특별히 보일 수 있도록 상체나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 유저들이 낯섦을 느끼지 않도록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를 살리는 쪽으로 많이 고민했다고.
실시간 PvP 위주의 대전 게임
위에서 말했듯 백년전쟁은 스토리보다는 대전의 재미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천공의 아레나 또한 아레나로 대두되는 PvP가 엔드 콘텐츠였지만, 전체 콘텐츠의 비율은 여타 수집형 게임과 마찬가지로 PvE쪽이 좀 더 높았다. 반면에 백년전쟁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랜덤 다이스나 슈퍼셀의 클래시 로얄처럼 수동 조작을 위시한 PvP 위주 게임이다. 스토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PvP의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실시간 PvP 위주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천공의 아레나보다 강화되고 몰입감 있는 전투 시스템이 필요했다. 때문에 전투시 자기 턴에만 행동이 가능했던 천공의 아레나와 달리 백년전쟁은 실시간으로 각종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을 택했다. 전투 자원이 다 차면 수중에 있는 스킬을 언제든지 사용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등이다. 이승민 PD는 "천공의 아레나를 비롯해 하스스톤 같은 턴제 베이스 게임의 전략도 담고 클래시 로얄 같은 실시간 PvP의 재미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노력의 산물 중 하나가 상대방의 스킬 발동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카운터 스킬과 한방에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소환사 스펠이다. 우선 카운터 스킬은 쉽게 보면 일종의 함정 카드나 마법 카드에 가깝다. 천공의 아레나에선 상대 캐릭터가 특수한 공격이나 디버프 기술을 사용하면 그대로 당한 다음에 자기 턴에 대처를 해야 했다. 하지만 백년전쟁에서는 적의 디버프 기술에 맞춰서 카운터 스킬을 사용하면 상대 기술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승민 PD는 "천공의 아레나에서 서로 맞물려 있는 버프와 디버프 기술의 상관관계를 실시간 전투에 녹여낸 것이 카운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인 소환사 스펠은 일종의 비장의 기술이다. 백년전쟁은 한 번의 전투에 8개의 캐릭터를 전장에 내보낸 뒤 해당 캐릭터들의 스킬을 활용해 싸우게 되는데, 여기서 소환사 스펠을 활용하면 해당 스킬을 더욱 효율적이고 공격적으로 쓸 수 있다. 가령, 아군 캐릭터 중 가장 체력이 없는 캐릭터와 적군 캐릭터 중 가장 체력이 높은 대상의 HP를 교환한다던가, 한 캐릭터를 공격하면 다른 캐릭터에게도 피해가 확산되게 만드는 피해 전이 같은 강력한 스킬들이 소환사 스펠이다. 이승민 PD는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전투의 긴장감이 줄어드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 방에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시스템을 넣어봤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보다 천공의 아레나에서 유저들을 본의 아니게 괴롭혔던 룬작도 훨씬 쉽게 만들었다. 기존에는 6개의 룬을 장착할 수 있지만 여기선 3개의 룬만 장착하면 되며, 각각의 룬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직접 던전을 돌아야 했던 것과 달리 백년 전쟁에선 게임을 끄고 있어도 룬을 획득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보다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승민 PD는 "백년전쟁에서 유일한 자동 시스템이다"라며 "게임을 켜고 있는 동안엔 최대한 전투에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처음 겪어보는 형태의 게임이 될 것"
백년전쟁도 기본적으론 천공의 아레나와 마찬가지로 캐릭터를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수집의 난이도는 꽤 낮은 편이다. 가령 천공의 아레나에선 획득하는 게 매우 어려운 빛 아크엔젤을 여기선 꽤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승민 PD는 "기본적으로 대전 게임인 만큼 캐릭터 수집에 있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만들었다"며 "천공의 아레나에선 사용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백년전쟁에서 써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비공개 테스트는 전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첫 비공개 테스트이긴 하지만 출시를 앞두고 시행되는 마지막 점검이나 마찬가지라서, 각국 유저들의 정확한 반응을 얻기 위해서다. 테스트를 앞둔 소감에 대해서 이승민 PD는 "기존 시장에서 처음 겪어보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신선하고 재밌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