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룬 챕터 2 플레이 완료, 당장 챕터 3 가져와!
2021.09.23 17:34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18일, 토비 폭스의 신작이자 언더테일 시리즈의 최신작 '델타룬'의 챕터 2가 공개됐다. 챕터 1이 공개된 지 무려 3년 만이다. 게임 초반 챕터 하나를 만드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아하니 정말로 최종 완성본은 일전에 토비 폭스가 직접 밝힌 대로 플레이스테이션 14가 나올 때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챕터 2는 3년이라는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전개를 보여줬다. 챕터 1에서는 없었던 멀티 엔딩부터 새로운 캐릭터 다수 등장, 허를 찌르는 스토리 등 언더테일을 뛰어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 게임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와 블랙 코미디 또한 건재했다.
-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 글에는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사이버 월드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모험
델타룬 챕터 2는 이전 챕터에서 '내일'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던 것처럼 1챕터로부터 딱 하루 뒤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1챕터의 섬뜩했던 엔딩은 사실 별거 아니었다는 믿기 힘든 농담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주인공 '크리스'와 그의 동료 '수지', 그리고 어둠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친구 '랄세이'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챕터 2의 주 무대는 새로운 어둠의 세계인 '사이버 월드'다. 사이버 월드는 새로운 적이자 챕터 2의 최종보스인 '퀸'이 인터넷 공간에 직접 만든 다크 월드다. 주인공 일행은 이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동료인 '노엘'과 적에게 세뇌된 급우 '버들리'를 만나게 되며, 이들과 협력해 사이버 월드 같은 어둠의 세계를 더욱 많이 만들려는 '퀸'과 대적해야 한다.
이번 챕터의 공간적 배경은 사이버 월드라는 이름답게 다크 판타지의 향기가 물씬 풍겼던 이전 챕터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퍼즐을 푸는 방식이나, 각종 미니게임 및 적들의 패턴이 과거 8비트와 16비트 비디오게임을 패러디한 것들이고, 적들의 화술이나 퀸이 사용하는 각종 기술도 사이버 월드라는 콘셉트에 맞게 'Goodbye.exe' 같은 독특한 언어로 구성돼 있다. 1 챕터의 배경이 마냥 기괴했다면, 사이버 월드는 좀 더 기계적이지만 그만큼 유쾌하고 밝다.
드디어 발견된 몰살루트
챕터 2는 분명히 챕터 1보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측면에서도 할 발 더 나아갔다는 인상을 준다. 턴제 전투와 탄막 피하기가 결합된 델타룬 만의 전투 시스템과 게임 내 각종 함정은 여전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번 챕터는 고전 게임을 패러디한 미니게임과 퍼즐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가령, 패미컴으로 나왔던 '펀치아웃'을 오마주한 듯한 대전 격투 미니게임과 드림캐스트로 나왔던 퍼즐게임 '츄츄로켓'을 변형한 퍼즐 요소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펀치아웃을 닮은 미니게임은 최종보스전에서도 활용된다.
이보다도 챕터 2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멀티 엔딩의 유무다. 델타룬은 주인공 '크리스'에 한정해서 전투나 마법 대신에 '행동'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적을 죽이지 않고 무력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챕터 1에선 이 행동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을 제외하면 게임 진행에 사실상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델타룬에선 적의 HP를 0로 만들더라도 적이 죽는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것으로 처리됐다. 때문에 몰살루트나 불살루트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팬들 사이에서 왈가왈부가 있었다.
하지만, 챕터 2에선 다르다. 행동게이지를 활용해 적을 살리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졌으며, 얼마나 많은 적을 살렸는지에 따라서 후반부 게임 진행에 영향이 간다. 가령 '쥐'와 전투를 할 경우 공격 대신에 행동을 택하면, 쥐를 철창 안에 가두는 미니게임을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해 쥐를 죽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보스전에서도 행동을 활용해 친구인 '버들리'를 죽이거나 공격하지 않고 구출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불살 플레이는 엔딩 자체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반대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몰살 플레이를 펼칠 경우엔 아예 다른 루트로 향하게 된다. 새로운 캐릭터 '노엘'의 기술을 활용해 적을 얼리면, 적이 도망갔다는 판정 대신 얼어있는 적의 시체를 볼 수 있다. 해당 루트에선 최종 보스도 퀸이 아닌 다른 캐릭터로 바뀌며, 전반적인 분위기도 유쾌하기는커녕 챕터 1보다 더욱 심상찮게 흘러간다. 해당 루트의 진입 조건이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아예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후반 챕터에도 영향을 줄 확률이 높다.
델타룬은 챕터 7까지?
'챕터 2'는 그 자체로도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라고 봐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훌륭하지만, 여전히 델타룬에는 수많은 복선과 암시가 남아있다. 샌즈의 글씨체가 다른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플레이어의 영혼을 뽑았다가 다시 넣었다가를 반복하는 주인공 크리스, 다른 다크너와는 달리 몸이 굳지 않은 랄세이의 정체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토비 폭스가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게임 내 총 7개의 챕터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토비 폭스는 챕터 3~5는 한 번에 유료로 출시될 것이라 밝힌 바 있으나, 챕터 6과 7에 대해선 언급한 바 없다.
물론, 이런 의뭉스러움은 이 게임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는 언더테일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내러티브를 이번엔 어떤 식으로 변주할지 고대하게 만들 정도다. 일단 지금까지의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델타룬은 언더테일이 2010년대 최고의 인디게임에 등극한 것과 마찬가지로 2020년대 최고의 인디게임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