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설마 저커버그도? 게임 속 ‘대역’ 캐릭터 TOP 5
2021.11.04 18:33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넷을 떠도는 농담 중, ‘저커버그 로봇/대역설’이 있다.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특유의 묘한 분위기와 표정 변화 적은 얼굴, 긴장한 나머지 가끔 보이는 어색한 동작 등이 인터넷에서 밈(meme)화 됐다. 그러니까 저커버그 본인은 다른 곳에 있고, 정교한 인면마스크를 씌운 로봇이나 대역이 대신 활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지난 10월 29일 사명 변경을 알린 간담회 당시에도 이 가설(?)이 다시 떠올랐다.
SF로 빠지는 로봇설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대역설은 얼핏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인류 역사를 보면 유명인들의 대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본 다이묘들은 ‘카게무샤’라 불리는 대역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고, 현대에도 리비아 독재자였던 카다피,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 등이 신변 안전을 위해 대역을 뒀다고 알려져 있다. 게임 속에도 이러한 대역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 살아가는, 대역 캐릭터들을 모아 보았다.
*본인의 정체를 숨기고 다른 사람인 척 하는 대역 캐릭터 특성 상, 대역임이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소제목에는 따로 표시가 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은 적절한 타이밍에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주세요.
TOP 5.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내가 손견이다!!
역사 얘기를 좀 하자. 긴장하지 마라, 즐겁고 신나는 삼국지니까. 오나라가 세워지기 한참 전, 손권의 아버지인 손견이 군벌로 활약하던 무렵 그의 수하에는 조무라는 장수가 있었다. 손견이 화웅에게 패해 후퇴할 때,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손견의 두건을 대신 쓰고 적을 유인한 후 화웅에게 죽는 역할이다. 삼국지연의와 정사의 묘사가 살짝 다르긴 하지만, 손견의 모습으로 적을 유인했다는 점에서 대역 역할을 충실히 했음은 확실하다.
사실 삼국지 전체에 걸쳐 조무의 활약이 크지 않기에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며 다른 게임에도 제대로 나오진 않는데, 유독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에서 꽤 멋있게 나온다. 손견처럼 분장한 뒤 적군을 유인한 후 대신 화살을 맞는 활약이 상세하게 그려지는데다 전용 이벤트 씬까지 존재하는 등 힘을 팍팍 실어준 모양새다. 수십년 간 삼국지 게임 팬덤에서 핍박받아 온 세월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TOP 4.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미군이 날 죽여? 어림없는 소리! (약스포일러 주의)
쿠바의 전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특유의 이미지 덕에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주인공이 미국 편일 경우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보스로 나오며, 딱히 적대적이지 않을 때는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도자로서 등장한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는 미 해병대 특수수색대 요원이었던 알렉스 메이슨을 주인공으로 하기에 피델 카스트로가 적국 수장으로 나온다.
1961년 4월, 메이슨과 분대원들은 피델 카스트로가 휴가를 즐기던 별장에 잠입해 그를 암살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탈출 과정에서 메이슨은 동료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포로로 잡히고, 그 과정에서 진짜 카스트로를 만나며 자신이 사살한 카스트로가 대역이었음을 뒤늦게 확인한다. 진짜를 대신해 암살당하는 것이 대역의 존재 의의긴 하지만, 대역에 대한 후일담이나 뒷이야기가 전혀 없어 좀 불쌍하다.
TOP 3. 메탈기어 솔리드 5: 더 팬텀 페인, 내가 빅 보스다! (치명적 스포일러 주의!)
메탈기어 솔리드 5 더 팬텀 페인에서 우리의 ‘빅 보스’ 스네이크는 시작부터 꽤나 험난한 출발을 한다. 9년 만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온몸에는 파편이 박혀 있고, 왼팔은 사라진 상태. 설상가상 전세계의 표적이 되어 있는데다 습격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스네이크의 실력이 어디 가지 않듯, 9년 간 누워 있었던 데다 머리에 파편까지 박혀 많이 약해진 몸으로 불구하고 ‘빅 보스’로서 놀라운 활약을 벌인다.
그러나, 사실 진짜 스네이크는 따로 있었다. 사실 주인공인 베놈 스네이크는 빅 보스의 대역으로, 성형수술과 정신조작으로 자기 자신이 스네이크라고 믿게 된 이른바 ‘팬텀’ 이었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이가 사실은 갑툭튀한 대역이었다는 점은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일반적인 대역과는 달리 위장 대상과 사실상 동등한 존재이면서 또 한 명의 빅 보스로 인정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를 단순한 ‘팬텀’으로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TOP 2. 단간론파, 초고교급 군인은 대체 언제 나와요? (치명적 스포일러 주의!)
단간론파 1편인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은 총 16명의 초고교급 학생들을 모아 놓고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그에 따른 학급재판을 소재로 한다. 그런데, 초반부터 의아한 점이 하나 있다. 자리는 16개인데, 사람은 15명 뿐이라는 것. 나머지 한 자리는 공석으로, ‘초고교급 군인’ 이쿠사바 무쿠로의 자리다. 그녀는 게임 중반 이후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아, 흑막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게 되는데…
그러나, 사실 그녀는 게임 초반부터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진짜 흑막이자 그녀의 쌍둥이 동생인 에노시마 쥰코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주인공들 바로 옆에 있었던 것. 참고로 그 때 에노시마 쥰코는 모노쿠마를 조종하며 각종 살육극을 조장하고, 변덕을 핑계 삼아 자신의 대역이었던 이쿠사바 무쿠로를 본보기라며 처형하기까지 했다. 그 탓에 충실하게 대역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이쿠사바는… (묵념)
TOP 1.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짜잔~ 쿠파가 아니었습니다 x7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대역으로 삼을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형제나 복제인간이 아니라면 전국을 뒤져 닮은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게 또 확률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래서인지 대부분 대역은 두 명 이상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마법의 힘이 있다면 상황이 다르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1편에 등장한 최종보스 쿠파는 마법의 힘으로 수많은 대역을 만들어냈다. 그 수가 무려 7명! 각 대역들은 1~7 스테이지에 비치돼 마리오의 길을 막는 역할을 맡는데, 애써 변장시킨 것이 무색하게도 다들 허망하게 최후를 맞거나 아예 마리오와 맞닥뜨리지도 않는다. 결국 쿠파는 7명의 대역을 마련한 보람도 없이 본거지에 쳐들어온 마리오에게 당하고 만다. 뭐, 굳이 의미를 찾자면 앞에 대역들이 당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살았다는 점인데, 다들 알다시피 쿠파는 마리오 시리즈의 주역 캐릭터 중 하나라 절대 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