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신작 프로젝트 D, 장점을 가리는 '서든 카스 그라운드'
2021.12.03 18:17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서든어택을 개발한 넥슨지티가 실로 오랜만에 신작을 내놨다. 현재 ‘프로젝트 D’로 임시 명명돼 있는 슈팅게임이다. 이 게임은 회사 전작인 서든어택과 여러모로 차이점이 있다. 시점도 바뀌었고, 조작법이나 무기 시스템도 다르다. 그런데, 왠지 어디선가 본 시스템들 같다.
기존 히트작의 주요 요소들을 잘 조합한 게임들은 잘 만들면 조화로운 칵테일 같다는 평가를 받지만, 자칫 삐끗하면 프랑켄슈타인 같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과연, 프로젝트 D는 매력적인 칵테일일까, 덕지덕지 이어붙인 프랑켄슈타인일까? 2일 시작한 알파 테스트를 통해 느낀 게임의 핵심 재미를 분석해보았다.
서든 카스 그라운드?
프로젝트 D는 기본적으로 5 대 5 팀 대전 게임이다. 현재 게임 모드는 리스폰 없는 폭탄 설치/방어전이며, 7라운드 중 3라운드마다 공격/방어가 바뀐다. 여기까지 보면 서든어택 제3보급소 같이 익숙한 느낌이 난다. 캐릭터나 모션도 나름 예쁘게 잘 뽑힌 것이, 서든어택 제작사의 신작이라는 느낌이 꽤 짙게 난다.
그러나 서든어택의 느낌은 곧 사라진다. 이 게임은 1인칭이 아니라 배틀그라운드 같은 3인칭 TPS기 때문이다. 적에게 공격을 당해도 바로 죽지 않고 빈사 상태로 기어다니다 아군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고, 체력이 달았을 땐 붕대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도 가능하다. 각종 지형지물을 기어올라가는 파쿠르 액션도 가능하고, 맵도 오픈월드(이 조그만 맵이 오픈이 아닌게 이상하지만)로 구성돼 있어 진입로가 꽤나 다채롭다.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 지역으로 좁혀들어오는 자기장도 존재하고, 자기장 대미지를 덜 받는 각성제도 마실 수 있다. 맵 곳곳에선 약간의 파밍도 가능하다. 아, 배틀그라운드 설명이 아니고 프로젝트 D 설명이다.
게임 시스템에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혹은 그를 적극적으로 계승한 발로란트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팀 별로 나뉘어 매 플레이마다 개인/팀 포인트를 얻고 이를 이용해 다음 라운드에서 사용할 무기나 전투용품을 구매하고 업그레이드 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폭탄 설치요원이 한 명씩 정해진다거나, 전반적인 게임 진행방식 등이 카스를 많이 떠오르게 한다. 요원들의 특징이 뚜렷하다는 점에선 발로란트 느낌도 살짝 나는 듯 하다.
사실, 위에서 예로 든 장면들은 배그나 카스, 발로란트 등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제로 최신 FPS나 TPS에서 꽤 널리 쓰이는 시스템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션이나 구도, 특징 등에서 특정 게임들의 모습이 너무 뚜렷하게 떠오르는 점은 조금 찝찝하다.
차별화 포인트, 분명 있긴 하다
사실, 프로젝트 D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분명하다. FPS 유저라면 누구나 익숙한 5 대 5 폭파전 등을 TPS 시점으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국내 PC 온라인게임 기준으로 꽤나 레어한 경험이다. 배틀그라운드에서 국내 유저들도 많이 느꼈겠지만, 코너가 많고 순간적 시야가 중요한 좁은 전장일수록 TPS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코너 옆쪽을 카메라 이동으로 휙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꽤 색다른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외 세부적 사항으로는 중갑옷과 미니건을 들고 돌격하는 특수장비 ‘저거넛’이나, 초능력 스킬 없이도 캐릭터 별 특징을 살렸다는 점, 짚라인과 구르기 등으로 대표되는 빠르고 경쾌한 이동 등도 돋보이는 점이다. 게임이 끝난 후 유저별 이동 경로를 간략히 복기시킨다던지, 미니맵을 활용해 경로 등을 아군에게 알려줄 수 있는 직관적 시스템, 다운 후에도 구르기나 권총 공격, 폭탄 설치 등이 가능하다는 점, 탐지 수류탄이나 파쇄탄 등 전술적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가 많다는 점, 맵에 모래폭풍이 불어 시야가 차단되는 이벤트 등도 상당한 장점이다.
다만, 이러한 장점들보다 앞서 언급한 타 게임들의 향기가 더 먼저 풍겨와 맛을 제대로 못 느끼게 만든다. 간혹 독창적이거나 차별화된 점을 만나도 다른 게임의 그림자가 눈에 먼저 밟히고, 프로젝트 D만의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을 방해한다.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 채팅창에는 “갑자기 배그 하고 싶어졌다”, “발로란트나 하러 가야지” 같은 말들이 꽤나 자주 보였다.
물론 이런 팀 기반 슈팅 게임은 진입장벽이 높기에 맵이나 시스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진 진정한 재미를 100% 느끼지 못한다. 정말 진득하게 플레이 하다 보면 비로소 프로젝트 D만의 장점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러한 매력을 느끼기 전에 자꾸 다른 게임 생각부터 난다는 의견이 많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세상에 완벽히 독창적인 게임이 얼마나 되겠느냐만, 프로젝트 D에서는 유독 타 게임들의 체취가 강하다. 알파 테스트임에도 은근히 완성도가 높다거나, 상호작용 요소가 많다거나, 총기 밸런스가 어쩌고 하는 칭찬은 이 체취에 묻혀 섣불리 내밀지 못하겠다.
맛있는 칵테일 같긴 한데, 프랑켄슈타인 이미지가 자꾸 맴돈다
종합하자면, 프로젝트 D는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 게임이다. 노련한 실력으로 검증된 시스템들을 잘 조합해서, 서론에서 언급한 ‘잘 만든 칵테일’ 느낌을 어느 정도는 냈다. 그런데 이걸 냉정하게 맛보기가 어렵다. 자꾸 머릿속에 여기저기 잘라 붙인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가 맴돌아 입맛을 떨어뜨린다.
현재 시점에서 프로젝트 D의 최우선 과제는 이런 타 게임들의 체취를 희석하는 것이다.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자기장을 다른 걸로 바꾸거나 구매 시스템 UI를 바꾸는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소한 특징 몇 개만으로 이러한 체취를 덮는 것은 더 어려울 것 같다. 게임성만으로 정면 돌파하는 왕도도 있겠지만, 굉장히 험난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