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뇌물은 미미(美味)하신가? 정신 나간 심판 TOP 5
2022.02.10 13:59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언제나 즐거운 게임메카는 실존하는 국가나 단체 등에 대한 비방이나 차별을 기사에 담지 않습니다.
뇌물을 달달하게 받은 게 틀림없다. 아니면 협박을 당했거나. 그렇지 않고서야 세 살 어린애도 알 만한 저 따위 반칙을 심판이 용인하고, 이해하지 못 할 페널티를 내릴 수 있겠는가? 심판도, 그들이 속한 조직도, 위원회도, 그리고 그들에게 돈을 건넨 이들까지 싹 다 업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앞으로는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상 주라고 어디 무인도 하나 빌려다 싹 몰아넣어 버리자.
아, 오해하지 말라. 현실 속 특정 경기나 국가 비하가 아니라 게임 얘기니까. 게임 속에서 편파판정을 일삼아 게이머들의 혈압을 올리는 정신 나간 심판들 말하는 거다. 모름지기 심판은 스포츠맨십에 의거해 언제 어디서나 정정당당한 판정을 내려야 하건만, 비리심판들은 어디에나 있다. 오늘은 정당함이라곤 마라탕에 말아 드신 게임 속 심판들을 모아 보았다. 현실이라면 바로 주먹 날아가도 시원치 않을 그런 심판들 말이다.
TOP 5. 심판 매수로 금메달! 프린세스 메이커 미인대회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에는 수확제로 대표되는 콘테스트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그 중 1편의 미인대회는 상당히 까다로운데, 여기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달의 여신상’을 받으려면 체중과 키의 균형인 ‘몸매’ 수치가 100%에 가까워야 한다. 초중반부터 이를 채우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대회. 뭔가 이상하다. 딱 봐도 기준에 미달돼 보이는 후보들이 더 괜찮은 이들을 제치고 표를 마구 받는다. 이게 왜인고 하니, 세상에나! 뒷공작으로 심사위원들을 매수한 것이었다! 이 대회는 1,000명의 심사위원이 표를 던지는데, 그 중 과반수만 매수하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이고 실제로는 300~400명만 매수해도 거의 지지 않는단다. 뭐, 그래도 마지막 양심은 살아 있는지 드레스가 2cm 길다는 식의 복장 규정 위반 트집을 잡아 경쟁자를 실격시키는 억지까진 부릴 수 없다고 한다.
TOP 4. ‘꽌시’가 있으면 반란수괴도 추방으로! 삼국지 장수제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는 시스템에 따라 군주제와 장수제로 나뉜다. 이 중 장수제의 경우 삼국지 인물 한 명의 시점에서 진행하게 되는데, 상황에 따라 주군을 배신하고 반란을 일으키거나 암살을 통해 세력을 차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실패할 경우 당연하겠지만 처형당하기 십상이다. 게임 내에서 제대로 묘사는 되지 않지만, 삼족을 멸하는 것도 따라올 것이다. 후한말에도 반란 수괴는 삼대를 멸하는 것이 국룰이었고, 아무리 군주라도 이걸 봐주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군주에게 꾸준히 편지를 보내고 뇌물을 먹이면 친밀도가 올라가 처형당하지 않고 내쫒기는 것으로 끝난다. 술까지 같이 마시는 사이가 되면 이건 뭐 승승장구다. 이쯤 되면 반란군 수괴 처분에 있어서는 법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심판권자인 군주도 개인적 친분으로 판결을 좌지우지해서 날 살려준다. 심지어 내쫒긴 후에도 개인적 방문은 허용되기까지 하는데,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중국 전통문화 ‘꽌시’구나 싶다.
TOP 3. 편견과 사견의 화신, 역전재판 재판관
심판은 그라운드의 판사다. 판사란 공명정대하고 객관적이며, 재판에 사견이나 편견 없이 임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중화대륙의 공명정대함, 판관 포청천처럼 말이다. 앞의 말이 약간 중의적으로 쓰인 것 같은데, 포청천은 옛날 사람이니까 만날 수 없다는 의미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여기, 판관 포청천과 정반대되는 인물이 있다. 역전재판 시리즈의 대머리 재판관으로, 귀가 종잇장처럼 얇아서 범인의 억지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데다, 기억력도 영 좋지 않고, 심지어는 재판장에서 대놓고 미인계에 넘어가기도 한다. 어떻게 사시를 통과해서 판사까지 됐는지 아리송한 인물. 사실 판사건 심판이건 굉장히 많은 공부를 한 수재들일텐데, 아무래도 저런 허당 같은 모습을 보이는 데는 우리가 모르는 국가적 압박이 강력하게 관여한 게 아닌가 싶다.
TOP 2. 예정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심판 시뮬레이터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벌써부터 부패심판계의 거성으로 점쳐지는 기대주가 하나 있다. 폴란드 축구선수 레반도프스키가 세운 개발사에서 제작 중인 축구심판 체험 게임, 이름하야 ‘레프리 시뮬레이터’다. 1인칭 시점에서 축구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심판의 업무를 수행하고 다툼을 중재하며 잘못한 선수에게 징계를 가하고 경기를 정상 운영해야 한다.
일단 게임 자체는 괜찮아 보이는데, 문제는 이게 ‘시뮬레이터’라는 거다. 2022년 현재, 시뮬레이터라 하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하는 원래 취지에서 꽤나 변질되어 ‘누가누가 더 말썽쟁이인가’를 겨루는 장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레반도프스키를 위시한 제작자들이 정상적인 심판 플레이를 유도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은 이미 게임 속에서 행패 부릴 마음으로 가득한 것을 어쩌나! 그나저나 이 게임, 중국에도 출시 가능할까?
TOP 1. 대체 돈을 얼마나 받은 거야? 위닝/피파
스포츠 세계에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상대 선수를 손으로 민 사람이 명명백백히 따로 있는데 밀린 사람에게 페널티를 가한다던가 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아, 다시 말하지만 현실 스포츠 얘기가 아니라 스포츠 게임인 위닝일레븐(현 e풋볼)과 피파 시리즈 이야기다.
위 두 축구게임 속 심판들은 가끔 정신나간 판정을 한다. 수비 장면에서 아무 조작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반칙을 선언하는 것은 기본이고, 광속 드리블 중인 상대편 뒤에서 살인 백태클을 날렸는데 갑자기 백태클을 날린 선수에게 어드밴티지를 주고 프리킥을 선언하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아마도 상대팀의 달달한 돈을 한껏 받아먹은 게 아닌가 싶은데, 이쯤에서 묻고 싶다. “대체 몇 元이나 받아드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