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용이? 와우가 ‘용군단’으로 아제로스에 돌아온 이유
2022.04.20 17:55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2012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 '판다리아의 안개'가 처음 선보였을 당시 유저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뜬금없이 등장한 동양풍 이미지에 거부감을 느낀 이들이 '쿵푸팬더'라거나 '헬로키티'라며 비꼬아 부르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놀랍게도 이번에 새로 공개된 와우 확장팩 '용군단'에 대한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네마틱 영상에 다소 뜬금없이 등장한 용 판타지와 아제로스를 지키겠다는 메시지가 조금은 붕 뜨게 다가온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출시 초기까지만 해도 부정적이었던 '판다리아의 안개'에 대한 평가는 후반에 가서 완전히 뒤집혔다. 유저들로 하여금 싸움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인 논제를 던져줌과 함께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아제로스의 숨겨진 비밀들을 차근차근 풀어냈기 때문이다.
용군단 개발진이 보여주는 자신감도 이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무대인 '용의 섬'을 배경으로 아제로스에 생긴 변화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고대의 비밀을 그려내, 유저들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려는 것이다. 용군단의 수석 게임 디자이너 제레미 피즐과 수석 UI 디자이너 로라 사디나로부터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어봤다.
용에 대한 판타지가 살아 숩 쉰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다른 아님 용군단이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용군단은 아제로스를 보호하고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과거에 아제로스를 멸망으로 몰아갈 뻔했던 원시룡 갈라크론드를 물리친 다섯 명의 용을 용의 위상이라고 불렀다. 이번 확장팩에선 어둠땅의 최종 보스였던 나락의 간수의 계략으로 인해 아제로스에 어떤 이상이 생기자 용군단과 함께 용의 위상이 돌아오게 되고, 용의 섬에서 다시 그들의 역사와 유산을 재건하는 내용을 그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확장팩은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대립에 대한 이야기, 혹은 본격적인 스토리 진행에 앞서서 용의 섬의 역사와 용의 위상이 밝혀내지 못한 많은 비밀들, 용의 존재에 대한 의의, 티탄과 맡은 협정, 원시용과의 정치적 요소 등을 다루게 된다. 때문에 기존 확장팩들이 내세우고 있는 전쟁 요소보단 모험과 탐험에 중점을 뒀다. 제레미 피즐은 이에 대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느낌과 분위기를 느끼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활약하게 될 등장인물도 대격변에서부터 등장한 데스윙의 후손이자 타락하지 않은 최후의 검은용 왕자 '래시온'이다. 래시온은 시리즈를 거치며 서서히 성장한 캐릭터로 지난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플레이어를 도와주고, 느조스를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래시온은 이번 확장팩에 자신의 고향에 도착해 위상의 힘을 되찾고 용군단의 지도자로 거듭나고자 한다.
새로 추가된 종족도 ‘용’
플레이어가 이에 좀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번에 추가된 새로운 종족 '드랙티르' 또한 용이다. 인간 형태와 용족 형태 두 가지 형상을 취할 수 있으며, 인간 형태는 얼굴에 뿔과 비늘이 돋은 용군단 수장들과 유사하다.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처음 등장한 판다렌과 마찬가지로 중립 종족으로 시작해 호드와 얼라이언스로 진영 선택이 가능하다. 인간형과 용 형태 모두 세부적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드랙티르 전용 직업으로는 기원사가 있으며, 원거리 딜러와 치유사로 활용할 수 있다. 역할군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드랙티르 만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용의 판타지 요소에 포커싱을 맞추기 위해, 용과 연관이 있는 메카닉을 사용한다. 가령, 발톱이나, 꼬리, 날개 등을 전투에 활용하게 되며, 날아서 전장을 넘나들며 불을 쏘는 등 기동력을 살린 공격도 가능하다. 용의 색깔에 따라서 능력도 다른데 빨간색 용은 폭발, 파랑색은 단일 공격 집중 마법, 초록색은 회복 마법을 사용한다.
개중 백미는 역시 용 조련술이다. 용 조련술은 이번 확장팩에 등장하는 새로운 공중 이동 방식으로 플레이어는 용의 섬 비룡에 올라타 날아다닐 수 있다. 신규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비룡과의 유대를 쌓게 되면 더 멀리, 오래, 빠르게 날 수 있다. 용 조련술을 숙련하기 위해선 단순히 용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넘어서 여러 커맨드를 입력해 진짜 비행 능력을 단련해야 한다.
편의성과 접근성도 확실히 증가
게임의 스토리나 경험은 '귀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플레이상의 개선은 생각보다 많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던 UI 개편이 그것이다. 이번 확장팩에선 접근성을 한껏 개선해서 4K 모니터를 지원하는 한편, 복잡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삭제하기도 했다. 생명력 막대가 커졌고, 주문 막대와 하단 메뉴가 간소화됐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모듈 형식을 채택해 유저가 원하는 대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 가령, 부가 효과 창을 더 잘 보이게 키운다거나, 딜량 정보를 잘 보이게 하는 식의 조합이 가능한 셈이다.
더불어 특성과 전문 기술도 개편된다. 특성의 경우는 기존의 트리 시스템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선택지를 크게 늘렸다. 가령, 하이브리드 특성을 만들거나 1가지에 좀 더 특화해서 즐길 수 있다. 전문기술은 품질 등급이 도입되어 많이 제작할 수록 높은 품질이 붙은 아이템을 제작할수 있게 된다. 물론 추가적인 사이드 퀘스트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일 수도 있다.
용군단의 출시일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이하는 개발진과 나눈 질의응답 전문이다.
Q. 시네마틱에서 ‘우리가 돌아오면 티르홀드의 봉화를 밝혀야만 한다’는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여기선 ‘우리’는 정확히 누구이며, 봉화를 밝혀 용을 불러온다는 의미가 무엇을 뜻인지 궁금하다.
제레미 피즐(이하 제레미): 용의 위상들을 말한다. 아제로스를 위협했던 사건들이 있었고 현재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왔기 때문에 티탄 수호자(시네마틱 영상에서 눈을 뜨는 석상)가 다시 깨어났고 봉화를 밝혀 이를 막기 위해 용군단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때 용들은 티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가 일궈낸 용의 섬을 적에게 뺏기기 싫었기 때문에 이를 수호하고자 한다.
Q. 이번 확장팩은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탐험가와 개척자들이 나선다는 점에서 큰 위기를 마주하던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양측 진영 대립보다는 아제로스의 오랜 과거를 탐험하는 내용이 주가 될 예정인가?
제레미: 맞다. 진영 대립보단 용의 섬과 그 역사를 풀어가는 것이 스토리의 중심이다. 용들의 오랜 숙적, 원시용과의 정치적 요소, 다양한 역사적 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전쟁 요소보단 모험과 탐험에 중점을 뒀다. 이전의 확장팩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추구했다.
Q.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쭉 이어져 온 중심 서사에서 다소 떨어진 듯한 소재와 분위기와 장소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그만큼 용의 섬, 그리고 ‘용군단’ 확장팩 자체가 이전 확장팩을 미루어볼 때 예상하기 힘든 소재였는데, 이 선택의 이유는 무엇이고 중심 서사는 어떻게 이어지나?
제레미: 어둠땅의 이야기는 실바나스와 간수의 마지막을 보여주며 대서사시를 장식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아제로스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발자들이 아제로스 역사상 멋지고 의미 있는 장소는 어디일지 고민한 끝에 용의 섬을 선택했다. 용의 섬은 지난 몇 년간 여러 떡밥이 던져지기도 했고, 아제로스와 크게 연관이 있는 지역이다. 이를 통해 '고향에 돌아왔다'는 느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Q. 용 조련술을 익히면 단순히 비행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인지, 아니면 조련술 레벨이 오르면 못 가는 곳을 갈 수 있게 된다거나 하는 식의 발전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제레미: 외형과 성능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 각각의 부위마다 50개의 세부 설정이 있고 현재까지 나온 탈 것 중 가장 개성적인 외형을 가질 수 있다. 전역 퀘스트를 통해 특정 외형, 갈기, 뿔 같은 장식을 얻게 된다. 성능을 올리면 빠르고 유연하고 폭발적인 비행이 가능한데, 조작에 따라 추가적인 높이를 확보하고 활공하거나 용의 주둥이를 위나 아래로 향하면 속도를 조정할 수도 있다. 가속이 얼마인지, 활공을 오래 하는지 등을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키게 된다.
Q. '드랙티르 기원사'가 등장하면서 기존 직업의 스킬에 변화는 없는지 궁금하다.
제레미: 결과적으로 그런 변화는 없다. 드랙티르 기원사가 사용하는 마법 자체가 고유성이 강한 편이다. 드랙티르는 용에 대한 판타지를 집대성한 느낌이다. 날개나 발톱 등 다른 종족, 직업과 구분되는 특징을 발휘하는 기술도 있다.
로라 사디니(이하 로라): 반대로 기원사의 기술 중 차징해서 기술을 강화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새로운 타입이라 다른 직업도 이런 타입의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Q. 신규 직업 기원사의 메커니즘이 궁금하다. 원거리 딜러 전문화 황폐는 마법사나 흑마법사처럼 스펠을 캐스팅하는 캐스터인가? 치유 전문화 보존은 신성 성기사처럼 공격을 통해 마나 외의 별도 자원을 충전해 치유마법을 사용하는 건지?
제레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기원사는 중거리 딜러로서 마법을 사용하고 25미터 정도의 사거리 내에서 여러 마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마법이 매우 강해서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느낌도 준다. 붉은용은 폭발적인 느낌, 푸른용은 강력한 파괴력, 녹색용은 부드러운 느낌 등등 저마다의 주문이 다른 느낌을 풍긴다. 날개 꼬리 발톱 등 용과 관련된 신체도 활용한다. 중거리 캐릭터다보 니 기동성에도 많이 신경 썼고, 하늘로 솟아올라 움직이면서 주문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한마디 말씀 부탁드린다.
로라: 이번 용군단에서는 와우 세계관에 대한 다양한 세부 설정 확인이 가능하다. 유저들의 피드백이 궁금하다. 용 조련술부터 각종 특성까지 여러 가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 용군단을 많이 즐겨주셨으면 한다.
제레미: 용군단이 와우를 지탱하는 요소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신선한 요소를 많이 살펴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시면 와우 프랜차이즈가 더 성장하고 나아질 수 있도록 반영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