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일, '진짜' MZ세대 포섭한 포켓몬스터
2022.05.17 13:47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마케팅 및 언론에서 종종 사용하는 일명 ‘MZ세대’는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단어로 여겨지기도 한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을 통칭하는 것인데, 정작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은 서로를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세대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에 따라 좋아하는 영역이나 분야, 즐겨 하는 게임도 각기 다르기에 MZ세대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대중들도 반론하기 어려운 MZ세대를 관통하는 IP가 이슈로 떠올랐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넘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포켓몬스터 열풍이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지난 2월 24일에 재판매를 시작한 SPC삼립의 포켓몬빵이다. 포켓몬빵은 일주일 만에 150만 개가 팔렸고, 약 3개월 만인 지난 5월 10일 기준 2,210만 개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공식 발표됐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방문한 사람들의 연령대다. 소싯적에 책받침에 순서대로 모아놓은 띠부띠부씰을 친구들에게 자랑해본 경험이 있는 30대 이상 직장인부터 학교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빵을 사러 방문한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포진되어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던킨, 하림, 배스킨라빈스 등에서도 포켓몬스터 관련 상품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이는 단순히 희귀상품에 대한 과열된 구매욕이라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기존 팬을 유지하면서도, 지속해서 새로운 연령대를 포섭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포켓몬스터 IP 사업 전략이 있다. 이에 관련해 살펴볼만한 기록이 있다. 닌텐도가 2009년 10월에 진행한 기업경영방침 설명회에서 제시한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 구매 연령대다.
그래프를 보면 포켓몬스터 주 연령대라 할 수 있는 청소년은 물론, 갓 성인이 된 만 19세에서 24세 사이 남성 구매자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닌텐도 측은 “포켓몬 골드와 실버 출시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청소년을 포함한 포켓몬스터 신세대와 함께 기존에 게임을 했던 성인 유저들도 다시 한 번 포켓몬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게임매장에서도 포켓몬스터는 실패하지 않는 시리즈로 자리잡고 있다.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완성도가 지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면 판매량은 높다. 실제로 작년 11월에 발매된 4세대 리메이크 포켓몬스터 브릴리언트 다이아모드/샤이닝 펄 역시 평가는 호불호가 엇갈렸으나 작년 연말 국내 게임매장을 견인하는 타이틀로 활약했다. 당시 용산 아이파크몰 대원샵 관계자는 “소드와 실드, 레츠고 시리즈도 판매량이 올랐다”라며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 예약 구매 비율도 폭발적”이라 설명한 바 있다.
게임 역시 포켓몬빵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게임’을 앞세운 닌텐도 대표 퍼스트파티 시리즈 중에도 폭넓은 연령대를 포섭하고 있으며, 이를 일상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초기 포켓몬스터를 하며 자란 부모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에게 포켓몬스터를 알려주며 함께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아울러 작년 8월에 국내에 정식 출시된 포켓몬스터 아케이드게임 ‘포켓몬가오레’ 주변에 초등학생 다수가 군집해서 순서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 플레이를 구경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출시 당시 포켓몬스터를 알고 있는 성인을 겨냥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기동을 시작해보니 저연령 게이머 사이에서도 인기작으로 자리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인기가 줄었으나 포켓몬 고 역시 당시 생소했던 AR 게임임에도 정식 서비스 전부터 많은 게이머가 몰렸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포켓몬 고 스팟으로 손꼽혔던 속초에 ‘태초마을’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당시 현장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곳곳에 숨은 포켓몬을 찾아 다니던 트레이너로 붐볐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서비스 앱에이프(App Ape)가 포켓몬 고 국내 출시 후 8일간 집계한 유저 지표를 살펴보면 20대가 가장 많고, 10대, 30대, 40대, 50대 순이었다. 포켓몬스터를 국내에서 처음 접한 연령대는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8~90년대 생으로, 2017년에는 20대에서 30대 사이에 해당한다. 즉, 어린 시절에 포켓몬스터를 했던 연령대가 성인이 된 후에도 포켓몬 고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부분이 새로 유입된 팬층이라 할 수 있는 10대 비율이 20대 다음으로 높다는 것으로, 꾸준히 팬층이 유입돼 왔음을 알려준다.
이러한 열풍은 닌텐도 스위치에도 이어지는 추세다. 올해 3월 31일 기준 닌텐도 스위치 게임 판매 TOP 10을 보면 단일 타이틀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4,533만 장이 팔린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지만, 포켓몬스터는 무려 3개 타이틀이나 이름을 올렸다. 2,427만 장을 기록한 소드/실드부터,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1,465만 장), 레츠고 피카츄/이브이(1,453만 장) 순이다. 올해 1월에 출시된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 역시 2개월 만에 1,264만 장이 판매됐다.
그리고 올해 연말에는 포켓몬스터 9세대 타이틀인 ‘스칼렛/바이올렛’이 발매될 예정이며, 닌텐도는 기존 인기작과 함께 신규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매출 강화에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1996년에 첫 게임이 발매된 포켓몬스터는 25년이 훌쩍 지난 현재도 중장년부터 저연령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IP로 자리해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그 자녀가 다시 후대에 게임을 전파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손꼽힌다. 어떻게 보면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진짜 ‘MZ세대’를 포섭한 IP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