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시간이 멈춘 제물포 골목길의 '금성게임랜드'
2022.08.02 11:51 게임메카 Ryunan
안녕하세요, 성지순례의 Ryunan 인사드립니다. 폭염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요즘, 수분 섭취 잘 하시고 열사병 걸리지 않도록 다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찾아간 새로운 성지순례 장소는 인천, 그 중에서도 미추홀구에 위치한 1호선 제물포역 근방 구도심입니다.
오늘의 성지는 제물포역 2번 출구 근방에 있는 ‘금성게임랜드’ 입니다. 게임센터 앞에서 제물포역 역사 건물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죠. 참고로 이 근방은 꽤 오래된 구도심 골목길이기 때문에, 가는 길부터 뭔가 세월이 20~30년 전에 멈춘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파란 색 배경에 하얀 글씨로 ‘금성게임랜드’라고 큼직하게 쓰인 심플한 간판이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네요.
매장 입구에 청소년 출입가능 시간 안내 간판이 붙어있습니다. 오전 9시부터라고 표시해놓은 걸 보니 꽤 이른 시각에 영업을 시작하는 게임센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내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지금은 찾아보기 다소 힘들어진 옛날 ‘동네 오락실’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거든요.
윗 사진 왼편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 아래로 주인이 상주하고 있는 카운터가 있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한가한 옛 오락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매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두 종의 화폐교환기. 왼편엔 고액권, 그리고 오른편에는 500원과 100원 동전을 교환할 수 있는 화폐교환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물가 인상으로 인해 오락실 게임 요금 기본 단위가 500원이 되면서 100원 동전은 사실상 퇴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아직 100원 동전을 사용하고 있는 나름 귀한 게임센터라고 봐도 되겠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매장 안에 어떤 게임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TX기종의 펌프 잇 업 최신작 ‘펌프 잇 업 XX’ 버전입니다.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카운터 옆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데요, 플레이 요금이 500원으로 수도권에선 찾아보기 드문 원코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한 번에 몰아서 여러 판 플레이하는 마니아 유저들이라면 원정을 와서 경제적으로 즐기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펌프를 중심으로 바로 뒷편에 크레인 게임 한 대, 그리고 코인 노래방 몇 대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펌프 주변으로는 공간이 꽤 넓은 편이군요. 그리고 펌프 이용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로 맞은편에 업소용 선풍기 한 대도 설치되어 있어 게임 플레이시 자유롭게 선풍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펌프 잇 업의 왼편, 그러니까 카운터 쪽으로는 차례대로 유니아나의 경품 게임인 블랙홀 프라이즈, 캐주얼 미니 게임인 ‘더 비시바시’, 마지막으로 저도 여기에 이 게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코나미의 음악 게임 ‘뮤제카’ 가 한 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초, 한국에 처음 정식 발매된 뮤제카는 발매 당시에도 일본 및 한국에서 썩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게임이었는데, 이후 후속작인 1과 1/2버전을 마지막으로 신작 개발이 중단, 그리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만인 2018년에 E-amusement 네트워크 서비스가 종료된 비운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후 기체는 ‘비시바시 채널’ 이라는 코나미 비시바시 시리즈 후속작으로 개조되었는데, 이 때 대다수의 뮤제카 기체가 비시바시 채널로 개조되었지만 이 곳의 뮤제카는 그 개조를 피해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기체 중 하나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라인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오프라인 키트화를 진행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다수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 놓은 점입니다. 대다수 기체가 개조되어 지금 국내에는 정말 극소수의 몇 대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 현역 가동 당시 뮤제카를 즐겨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곳에 와서 추억에 젖을 수 있습니다.
뮤제카 기기가 있는 안쪽으로는 비디오게임과 함께 몇 종류의 음악게임이 더 존재합니다. 왼쪽은 안타깝지만 월광보합류가 자리잡고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철권 태그2 언리미티드와 철권7 FR이 총 3조 가동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두 대의 유비트, 또 기체를 꺼놓고 안쪽으로 돌려놓은 리플렉 비트도 보입니다. 리플렉 비트는 기기가 고장났는지 아예 플레이할 수 없게 꺼놓았더라고요.
리플렉 비트 오른편으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고전 게임(?)이 되어버린 이니셜D 버전5 아케이드 기체가 한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이하게 한 조 두 대 중 오른쪽 기체 한 대만 켜놓은 상태인데요, 아마 플레이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평소엔 한 대만 켜놓고 가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왼쪽 기체에 ‘게임 원하시면 카운터에 문의하세요’ 라는 손글씨 메모가 붙어있는 걸 보니 추측에 설득력이 더해지네요.
이니셜D 버전5 오른편에 설치되어 있는 유일한 체감형 스포츠게임인 농구대. 매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농구대 하나만으로도 매장 안이 꽉 차 보이는 느낌입니다. 농구대 왼편으로 약간의 공간이 있긴 하지만 다른 게임이 추가로 들어갈 만한 여유는 없어 보입니다.
코인노래방 기기 왼편, 그러니까 좀 전에 돌았던 곳 반대편에도 두 종류의 리듬게임이 가동 중인데요, 아케이드 EZ2AC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자 최종 작품인 ‘EZ2AC FINAL EX’ 버전과 ‘드럼마스터’ 아케이드 기기가 보입니다. 드럼마스터의 경우 그리고 위의 뮤제카에 이어 '이 곳에 이 기기가 있다니!'라는 감정이 드는 희귀 기체입니다.
드럼마스터는 지난 2014년 비주얼랩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기존 한국에서 개발한 드럼 시뮬레이션 중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네오드럼 시리즈’와 유사한 작품입니다. 너무 당연하게도 이후 후속작이 개발되지 않고 방치되면서 아케이드에 그나마 설치되었던 기기들도 하나 둘 철수해 지금은 사실상 전멸했다고 봐도 될 만한 수준인데, 그 중 한 대가 이 곳에 현역으로 살아남아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뮤제카와 드럼마스터, 이미 예저녁에 아케이드에서 자취를 감춘 게임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이 곳에 살아남아 있다니. 이건 다른 의미로 꽤 놀랍다는 생각입니다. 혹여라도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하거나 현역 때 즐겨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꼭 이 곳에 와서 플레이 해 보시길 바랍니다. 필자가 플레이해본 결과, 두 기기 상태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이상으로 제물포 금성게임랜드에서 현역 가동하고 있는 모든 게임들을 다 둘러보았습니다. 이름 있는 대형 게임센터에 비하면 기기 라인업이 화려한 편은 아니며, 펌프 잇 업 정도를 제외한 대다수 게임들은 오래 된 작품 위주라 얼핏 초라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곳의 가치는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동네 오락실’ 특유의 정겨운 감성과 분위기가 큰 변화 없이 온전히 남아있다는 것,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든 다른 아케이드 게임 센터에서 자취를 감춰 더 이상 찾기 힘들어진 게임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낡았지만 어릴 적 즐겨했던 동네 오락실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이런 곳에서 휴식 같은 시간을 한 번 보내보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제안과 함께, 이번 성지순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금성게임랜드 근처 맛집 1. 돈까스+라면이 5,000원? ‘얼레리꼴레리’
제물포역 북쪽 출구로 나가면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를 비롯해 수많은 중고등학교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요, 이 때문에 과거엔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저렴한 밥집이 꽤 많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이전 등으로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지금은 조금 쇠락한 분위기지만, 아직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식사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소수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제 처음 영업을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얼레리꼴레리’라는 분식집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이 가게의 장점이라면 음식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식사 가격이 4,000~6,000원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가게 대표메뉴인 순살돈까스는 계란 넣고 끓인 라면까지 한 그릇 함께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5,000원밖에 하지 않죠. 아주 맛있는 음식은 아닐 지 몰라도 가격 덕분에 모든 것이 다 용서되는 집입니다.
대표메뉴: 돈까스+라면 5,000원, 카레돈까스 5,000원
금성게임랜드 근처 맛집 2. 이 순살치킨은 문화재급이다, 레드락 호프
인천 토박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제물포의 호프집 ‘레드락’. 외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 색이 바랠대로 바랜 낡은 가게가 사실은 굉장히 유명한 치킨 맛집입니다. 외부 간판부터 실내까지 90년대 호프집의 감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 곳의 치킨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수준 높은 맛과 양을 자랑합니다.
일단 저 사진에 보이는 큼직한 덩어리는 뼈 있는 치킨이 아닌 통짜 순살치킨입니다. 육즙이 넘치는 다릿살 부위 치킨을 가게에서 직접 만든 두 가지 소스에 찍어먹다 보면 순살치킨의 극한이 어디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치킨과 함께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매콤한 골뱅이무침으로, 쫄면이나 소면을 곁들여 먹으면 치킨의 훌륭한 사이드킥이 되어줍니다. 시원한 레드락 생맥주와의 궁합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표메뉴: 후라이드 치킨(5조각 1만 9,000원 / 8조각 2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