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팔콤 콘도 대표 “정년 전 궤적 시리즈 완결이 목표다”
2022.10.14 12:00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영웅전설 3기 궤적 시리즈는 기존 영웅전설 시리즈들과 비교해도 워낙에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기에 한국어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정상적인 스토리 이해가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지속적으로 한국어판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일본판 출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제때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국내 팬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작인 영웅전설: 여의 궤적 2 -CRIMSON SiN-(이하 여의 궤적 2)은 지난 9월 29일 일본에 출시된 이후 약 1개월 만인 10월 27일에 한국어판이 출시된다. 수년은 족히 지나야 한국어판을 즐길 수 있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팬 입장에선 감개무량할 지경이다. 현지화 속도가 이 정도로 빨라진 걸 생각하면, 다음 작품에선 동시 출시를 기대할 만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니혼팔콤의 콘도 토시히로 대표와 여의 궤적 2 한국어판 출시를 맡은 유통사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카와우치 시로 이사,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첸 웬웬 대표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일본 현지에선 발매 후 보름 정도 지난 시점이다. 출시 후 현지 반응과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콘도 토시히로 대표(이하 콘도): 1편에선 심리스 필드, 커맨드 배틀 등 새로운 것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내실을 다지진 못했다. 때문에 2편에선 미니게임 등 메인 시나리오 서브적인 요소, 뒷 세계 해결사다운 미행, 해킹 등 RPG로의 콘텐츠를 많이 담았다. 많은 유저들의 호평도 여기서 나왔다. 스토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나 스포일러라 줄이도록 하겠다.
Q. 챕터 선택 방식은 영웅전설로서는 전례가 없었는데, 이렇게 구성한 목적이 궁금하다.
콘도: 이번 작품에선 각 멤버들이 뒷 세계에서 각자 자기의 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보여주기 위해 챕터를 나누었다. 최대한 소외되는 캐릭터 없이 성장하는 캐릭터 등을 잘 보여주고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발생하는 이변을 보여주기 위해 이 요소가 필요했다.
Q. 전작 여의 궤적은 출시 후 한참 뒤 PS5를 지원했는데, 이번 작은 처음부터 PS5에 대응한다. 향상된 하드웨어에 대응함에 따라 달라진 점이 있는지, 기술적 측면에서 니혼팔콤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하는지 궁금하다.
콘도: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게 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다. PS5의 기능을 십분 활용해 건물 안을 통째로 로딩해서 심리스 형태로 진행한다거나 전투도 별도 로딩 없이 바로 개시하는 등 여러 기능을 넣고 싶었다. 실제로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회의 중에 나온 엔지니어들의 궁극적인 희망은 모든 시스템을 완전 심리스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Q. 여의 궤적 1편의 스위치 이식, 2편의 PC판 이식을 기대해도 좋은가?
콘도: 스위치 이식은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일단은 최대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PC 버전도 다른 회사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출시할 것이다.
Q. 궤적 시리즈는 워낙에 스토리가 방대하다 보니 항상 이전 작품에 대한 아카이브를 제공한다. 서적이나 애니, 다이제스트 등 이를 하나로 묶는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은 없는가?
콘도: 궤적 시리즈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 제작 제안도 항상 매우 고민하고 있다. 한번 시작하면 몇 쿨이 지나도 안 끝날 것 같기 때문이다. 내년에 섬의 궤적 애니가 방영되는데, 이 애니메이션도 스토리를 그대로 답습할지, 다른 이야기를 펼칠지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 일단 애니메이션으로 모든 시리즈를 묶는 건 너무 방대해서 힘들 것 같다. 서적으로도 출시해보려 했는데, 정리해보니 두께가 말도 안 되더라. 이를 어떻게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지는 아이디어가 좀 필요할 듯하다.
Q. 클라우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이하 CLE)는 한국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팬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이외에 니혼팔콤 게임 관련 굿즈, 서적, 음반을 현지화 정식 수입할 계획은 없으신가?
카와우치 시로 이사(이하 카와우치): 10월 30일부터 11월 17일까지 신사동 로얄 마카롱 카페를 빌려서 팝업 스토어를 열 것이다. 여기서 준비한 아이템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이 밖에도 여러 콜라보 굿즈를 만들고 선보일 예정이다.
Q. 전편은 일본 출시 이후 한국어판 출시까지 간격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한 달 정도밖에 차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른 로컬라이징이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한국어 음성 지원도 고려하고 있는가?
첸 웬웬 대표(이하 첸): 카와우치 이사에게 혼나는 게 싫어서 자발적으로 노력해서 빨리 발매했다(웃음) 농담이다. 1편에선 엔진과 빌드가 대거 바뀌어서 오래 걸렸다. 하지만, 2편은 노하우가 쌓여서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한국어 더빙과 관해선 검토 중이다.
Q. 번역할 대사량이 많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하다.
첸: 다들 알다시피 궤적 시리즈는 대사량이 정말 많다. 보통 플레이타임이 40~50시간 정도면 대사는 80~100만 자 정도 된다. 그런데 궤적 시리즈는 한 편당 200만 자를 자랑한다. 보통 RPG의 두세 배 정도로 많다.
Q. 차기작은 한국 동시 발매를 기대해도 좋을까?
첸: 차기작은 볼륨이 클지도 모른다. 여의 궤적 2편은 마지막까지 동시 발매 검토했으나, 여건이 되지 않았다. 다음 작품엔 동시 발매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은 기대하셔도 좋다.
Q. 카와우치 시로 이사는 과거 SIEK 지사장 시절에 많은 한국 콘솔 게이머가 흠모하는 분이었다. 한국 미디어와의 인터뷰는 무척 오랜만인데, 그간의 소회나 감상,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카와우치: 당시엔 아시아 시장이 사실상 제 관할이었다. 게임에 대한 열의가 컸기 때문에 노력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PS4과 일본보다 아시아 시장에서 더 빠르게 발매됐다. 당시의 기억이 선명히 남아있고 유저 여러분들의 빛나던 눈빛도 떠오른다. 소니에서 정년 퇴임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시아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남아있다. 개인적으론 높은 완성도의 로컬라이징 타이틀을 전하고 있다. 여기까지 여러 회사를 거쳐서 왔는데, 좋은 게임을 선보이고 싶다.
Q. 궤적 시리즈가 진행된 지 18년 정도 지났다.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퍼센트로 알려주면 좋겠다. 참고로 섬의 궤적 4에서 전체 궤적 시리즈의 50%가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콘도: 여의 궤적 2편이 끝나면 70%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2편이 끝나고 나서도 공화국에 여러 스토리가 많이 남아 있어 그려 나가야 할 지역이 많다. 과연 남은 30% 내에 그 모든 이야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스태프 고령화 문제도 있으니 어서 완결시키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년 퇴임 전에 몇 개나 더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고 밀고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