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 나이츠, 잘 살린 캐릭터 개성을 못 받쳐준 액션
2022.10.28 21:46 게임메카 전소하 기자
배트맨이 죽은 후 고담시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저지하며 범죄자를 심문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고담 나이츠가 지난 22일 발매됐다. 이 게임은 배트맨의 후계자인 배트걸, 나이트윙, 레드 후드, 로빈이 되어 고담 시티를 그린 거대한 오픈월드에서 밤마다 등장하는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
다만, 이 게임은 출시 초기 콘솔에서의 최적화 문제와 패드 진동 미지원, PC에서도 발생한 프레임 드랍 현상 등으로 큰 실망을 안겨준 바 있다. 실제로 오픈크리틱이나 스팀 유저 평가 등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유저 목소리가 모여 평점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가 계속해서 패치를 진행 중이며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경쟁 포인트는 게임의 핵심 요소다. 게임메카는 배트맨이 떠난 고담시를 정찰하러 고담 나이츠의 게임 내부를 살펴봤다.
캐릭터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전투
고담 나이츠는 오픈월드 액션 RPG로, 범죄자를 저지하고 메인 스토리 미션과 서브 미션을 수행하며 화폐를 모아 캐릭터를 키워간다. 액션 RPG답게 캐릭터 4종 모두 독자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모멘텀 능력이라고 한다. 모멘텀 능력은 스토리를 진행하며 하나씩 개방할 수 있고, 모멘텀 능력과 기본 스킬을 조합해 범죄자를 제압하는 방식은 얼핏 흥미롭다. 문제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 전투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액션 RPG 묘미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더 강한 상대를 극복하는 지점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고담 나이츠 전투 대부분은 약하기만 한 범죄자들을 상대하고, 어쩌다 만난 보스급 적도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난이도를 아무리 높여 봐도 HP와 공격력 정도만 높아지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전투가 반복되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숙제’ 정도로 느껴졌다. 액션이 메인인데 액션에서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격이다. 이와 더불어 조작감도 아주 좋은 편이 아니었고, 패드의 경우 진동이 없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강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조작감은 좋지 않지만 특유의 사운드와 여러 스킬을 섞어쓰는 콤보에서 느껴지는 묘미는 나름 준수했다. 아울러, 속도감이 느껴지는 이동 방식에서 쾌감이 느껴진다. 갈고리를 걸어 건물 사이를 이동하고, 배트모빌 오토바이로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고, 높은 건물에서 망토를 펼쳐 활강하는 등 시원스런 이동 장치가 많다. 일각에서는 전작에서 등장한 배트맨에 비해 이동이 평이해졌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는 패드 진동 미지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액션 게임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진동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을 못 살리는 셈이다.
배트맨은 왜 죽었나? 메인 스토리를 이끄는 애니메이션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떨까? 게임 시작과 함께 나오는 12분 분량 애니메이션에는 라스 알 굴과의 전투 끝에 기지를 폭파하며 희생한 배트맨의 이야기를 담겼다. 영상을 통해 배트맨 성격, 목소리, 전투 등을 보여주며 고담 나이츠 세계관 내에서 배트맨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제작진이 이 게임에서 가장 힘을 실은 부분이 바로 이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밖에도 메인 미션 수행 전후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메인 스토리 중심을 잡아준다. 메인 미션에서는 이번 타이틀 주요 빌런인 올빼미 법정을 포함해 미스터 프리즈, 펭귄, 할리 퀸 등이 등장하며,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이들의 다양한 캐릭터성을 비춘다. 오픈월드 게임에 애니메이션 요소를 더해 캐릭터들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 부분이 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으스스한 고담시와 4인 4색 캐릭터 디자인
고담시 풍경은 가위손, 유령신부, 혹성탈출 등으로 유명세를 탄 팀 버튼이 디자인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에서 홀로 공동묘지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팀 버튼의 개성이 느껴진다. 고담 나이츠의 오픈월드에는 이 느낌이 잘 녹아있다. 반복적으로 접하다보면 쉽게 질릴 수 있는 풍경을, 동화와 현실 사이를 거니는 것 같은 팀 버튼 특유의 디자인이 느껴지도록 잘 풀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플레이 캐릭터 개성도 나름 뚜렷하게 드러난다. 배트맨의 죽음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주인공 4인은 나름의 사연이 뚜렷하며,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풀리는 다양한 수트 역시 개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수트 디자인이 다소 평이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디자인의 경우 취향 차가 있기에 직접 해보도록 하자.
최적화를 완료한다면 아캄 트릴로지 명성을 이을 수 있을까?
고담 나이트의 강점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고담시의 디자인에서 비롯된다. 전투는 다소 아쉬움을 사고 있으나 빌런과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살렸고, 성장을 기반으로 한 액션 RPG 요소도 충실히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아캄 트릴로지, 특히 배트맨: 아캄 나이트가 워낙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기에 이와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특유의 반복 플레이로 지루하다는 평도 많다. 전투 AI 개선과 패턴 다양화 등을 더한다면 액션 RPG 팬 뿐 아니라 전작을 즐겼던 대다수 게이머들도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최적화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