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드 조작감 제대로 살렸다, 넥슨표 콘솔게임 체험기
2022.11.18 09:00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넥슨의 이번 지스타 2022 주요 콘셉트는 ‘시연’과 ‘콘솔’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 무대까지 없애고 시연작으로 300부스 규모 초대형 공간을 가득 채웠는데, 시연 가능한 작품 4개 중에 3개가 콘솔 멀티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이다. 여기에 영상 출품작 중에는 아예 콘솔로만 출시될 예정인 프로젝트 AK도 있다. 사실 넥슨은 과거 국산 콘솔게임이 가뭄에 콩보다 귀하던 시절, 명작으로 꼽혔던 메이플스토리 DS를 출시한 바 있는 회사이기에 콘솔게임을 내는 것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로 콘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번 지스타에서 콘솔로 즐길 수 있었던 넥슨 출품작은 퍼스트 디센던트와 데이브: 더 다이브까지 총 두 작품이었다. 게임메카가 직접 체험해 본 결과 두 게임 모두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비록 하나는 미발매작, 하나는 앞서 해보기 중이라 최적화 부분에선 조금 아쉬웠지만, 조작감이나 패드 적응 등을 보면 처음부터 콘솔 출시를 목표로 제작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훌륭한 게임성과 쾌적한 조작감을 자랑했다.
적응형 트리거 십분 활용한 ‘퍼스트 디센던트’
퍼스트 디센던트는 3인칭 루트슈터 게임으로, 이번 지스타 2022에서는 게임의 오프닝 파트와 그 직후의 초반 미션을 즐겨볼 수 있다. 지난 10월에 PC로 진행된 글로벌 테스트의 초반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체험 시간은 약 20~30분인데, 지난 테스트와 달라진 점은 PC가 아닌 PS5 버전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외에도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바로 더빙이다. 이번 체험 버전에선 오프닝 컷신부터 NPC와의 대화 등 모든 부분에서 한국어 음성이 입혀져 있다. 여담이지만 이제야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짧다면 짧은 체험이었지만, 게임은 전반적으로 충돌이나 버그 등의 문제 없이 잘 흘러갔다. 초당 6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지원했고, 그래픽 역시 PC버전 대비 열화된 느낌이 없었다. 특히 처음 적을 조준할 때 약간의 보정이 가해져, 마우스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쉽게 조준이 가능했다. 스킬 사용 시에는 패드 특유의 동시 조작이 빛을 발해서, PC에서보다 무빙을 섞어가며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용이했다. 패드로 슈팅 게임을 즐기는 게 익숙한 유저라면 아무런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PS5가 자랑하는 듀얼 센스 컨트롤러 기능도 잘 활용하고 있다. 총기가 발사되고 스킬이 발동될 때마다 적절한 세기와 종류의 진동이 손에 느껴졌으며,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도 제대로 작동했다. 특히 적응형 트리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라이플과 샷건, 저격총을 쏠 때의 방아쇠 감각이 모두 달랐는데, 진짜 총이라고 믿길 정도로 정확하게 작동했다. 방아쇠부터 총기 반동까지, '쏘는 맛'에 있어선 PC보다 PS5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콘솔을 뛰어넘어 전체 게임에서 생각해보자면, 지난 테스트 대비 개선된 부분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단 다소 부족했던 총기 사운드와 타격감이 꽤 보완됐다. 공기총을 쏘는 느낌이었던 샷건은 이젠 훨씬 묵직하고 샷건다운 소리를 갖게 됐으며, 다른 총기들도 조금씩 강렬하게 보완됐다. 적에게 탄이 적중했을 때의 감각도 달라졌기 때문에, 테스트 때보다 훨씬 좋은 타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조이콘 진동 더해지니 재미도 두 배 ‘데이브 더 다이버’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난 10월 27일에 스팀에 앞서 해보기로 출시된 작품이다. 넥슨 내부 서브 브랜드인 민트로켓에서 선보인 해양 어드벤처 게임으로, 당초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협업 하에 해양 탐사에만 초점을 맞췄으나 협업을 취소하고 사냥/채취와 초밥 제작 등 경영 시뮬레이션을 더해 출시됐다. 이는 오로지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는데, 이것이 빛을 발해 스팀에서는 1,000개가 훌쩍 넘는 리뷰에서도 97%의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지스타 현장에서는 이 데이브 더 다이버의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즐길 수 있었다.
일단 PC 버전에서도 게임패드를 지원했던 만큼, 조이콘으로 즐기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평소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즐겼던 유저라면 새로운 감각을 맛볼 수 있을 것이고. 게임패드로 즐겼던 유저는 휴대용 기기에서 좀 더 가볍게 즐기게 됐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관심을 모은다. 물론 지금도 스팀 덱을 사용하면 닌텐도 스위치 없이도 거의 같은 경험이 가능하지만, 기기 무게나 국내 보급도를 생각하면 그리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조작감은 당연히 뛰어나며, 스위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이콘 진동도 제대로 반영됐다. 원래 데이브 더 다이버는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과 평화로운 내용(?)과는 달리, 생선 사냥이나 전투에 있어서는 굉장히 훌륭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그 부분이 조이콘의 세세한 진동과 만나 좋은 시너지를 냈다. 작살을 던질 때나 다시 감을 때 모두 미세하게 다른 진동을 지원해 작살 낚시의 참 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최적화만 해결한다면!
다만 두 게임 모두 똑같이 하나의 과제를 남겼으니, 바로 최적화다. 게임 진행에 큰 방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간혹 프레임 저하가 발생했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적이 많이 등장하는 순간이나 큰 기술 효과가 발생할 때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고, 데이브 더 다이버는 순간적인 프레임 드랍은 없었지만 생선 사냥을 위해 물에 잠수를 하면 초당 프레임이 30 정도로 떨어졌다. 둘 다 조금만 신경 쓰면 고칠 수 있을 정도긴 하지만, 그래서 현장에선 더 아쉽게 다가왔다.
UI와 UX 측면에서도 좀 더 최적화가 필요해 보인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인벤토리나 설정에 들어가서 뭔가를 조작하는 순간에도 아이콘이 자동으로 선택돼서, 아날로그 스틱을 살짝만 기울여도 바로 다음 아이콘이 선택되는 방식이 아니라 마우스처럼 커서를 움직여야만 한다. 급박하게 아이템을 교체하는 순간에도 이렇게 조작이 진행되니, 순간적으로 PC게임을 억지로 콘솔에서 한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모니터 화면을 기준으로 여러 UI가 세팅되어 있다 보니, 스위치 화면에서는 모든 글씨가 굉장히 작았다. 독 모드로 TV에 연결해 즐긴다면 모르겠지만, 휴대 모드에서 즐기기엔 눈에 잘 안 띄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특히나 안 그래도 작았던 게임 내 휴대폰 화면이 스위치에선 더 작아져 기기를 가까이 가져오지 않으면 뭐라고 쓰여있는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게이머 사이에서도 노안으로 인한 작은 글씨 기피 현상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현재, 이러한 시각적 문제는 필히 수정이 필요해 보였다.
이처럼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넥슨이 아직은 자체 기술만 가지고 콘솔게임을 만든 전례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이런 소소한 부분들만 놓치지 않고 잘 보완한다면, 넥슨의 콘솔 진출은 굉장히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