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살짝 액션 듬뿍 끼얹어 돌아온 '데드 아일랜드 2'
2023.04.18 23:00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 게임 특성상 좀비를 상대로 한 다소 잔혹한 스크린샷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2014년 트레일러 첫 공개 후 무려 9년, 개발사가 몇 번씩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태어나는 데드 아일랜드 2가 21일 정식 발매된다. 당초 예고된 출시일은 28일이었지만, 이를 스스로 일주일 앞당긴 패기에 완성도를 절로 기대케 만들고 있다. 물론 이후 공개된 높은 CPU 권장사양으로 인해 다소 논란도 있었으나, 공개된 비주얼 등은 이런 사양을 충분히 이해케 할 수준이라는 말도 등장하며 금세 종식되었다.
물론, 불안함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최근 출시되는 신작들의 최적화 문제가 원체 극심했던지라, 게이머들의 우려가 쉬이 가시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본 데드 아일랜드 2는 사양과 기다림에 걸맞은 파괴력과 광기를 띄고 있었다. 심지어 처음 영상 끊김 정도만 제외하면 최적화 문제도 없었다. 그렇다면 12년만에 돌아온 데드 아일랜드 2와, 그 배경 '헬에이'는 과연 어떻게 구현됐을까? 게임메카가 직접 체험해 보았다.
스토리 퀘스트의 반을 진행해야 진가를 보는 액션
일단 튜토리얼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은 좀비 머리 위의 체력바다. 마우스 오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체력바에는 체력 외에도 레벨과 다운 게이지 같은 요소들이 붙어 있는데, 속성 디버프가 누적되거나 적용될 경우 다운 게이지 아래 원형 게이지로 속성 마크가 붙어 현황을 파악하기 좋았다. 이 체력바는 유저가 설정에서 직접 적용사항을 변경할 수 있어, 스릴 있는 생존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설정창에서 직접 옵션을 끌 수 있다. 설정에서는 체력바 외에도 상호작용 장소, 피해 수치 등 사람에 따라 몰입을 해칠 수도 있는 요소도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취향을 존중해주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리뷰에서 기자가 주로 플레이한 캐릭터는 회피와 난타전이 특징인 ‘다니’로, 사지절단과 치명타 퍽이 상당한 시너지를 내는 난전형 캐릭터다. 각 캐릭터들에겐 각각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개별 스킬카드와 공용 스킬카드가 공존하는데, 플레이어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특성에 맞는 조합을 살려 스킬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캐릭터의 ‘면역’을 활용한 오토페이즈 특성이 추가되는데, 이를 살려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내는 대신 회복을 포기하거나, 회복력을 극대화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택하는 등 특성에 맞춘 진행이 가능하다.
전투의 경우 일반 좀비, 그리고 높은 체력과 특수한 패턴, 번거로운 특성을 가진 특수 좀비가 있다. 특수 좀비는 화염이나 전기, 출혈, 부식 등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강화된 좀비는 추가로 폭발 등의 무시무시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들을 피해 없이 처치하려면 상황에 맞춰 투척이나 퍽 속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반부를 넘어 습득할 수 있는 총기에도 다양한 속성을 부착할 수 있기에 이 역시 잘 활용하면 좋다.
데드 아일랜드 2에서 특히 돋보인 점은 매끄러운 전투였다. 밟기 혹은 반격 모션을 실행할 경우 적에게 직접 향하거나 적을 끌고 올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양손둔기로 밟기가 가능한 적을 멀리 밀어버리면서 동시에 밟기 키를 눌러 좀비 무리에 둘러싸인 곳에서 빠져나오는 슈퍼 플레이도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특수좀비의 스킬을 회피하는 등의 실용적인 활용도 가능해 흥미를 모은다.
다만 이 모든 요소를 즐기기 위해서는 스토리 중후반부에 접어들어야만 한다. 초반부에 특성이 없을 때는 지루하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는데, 특히 2회차 플레이부터 이러한 단점이 돋보인다. 있다가 없어지는 게 가장 불편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 퍽 없이는 타격감이 미미한 둔기 중심 플레이가 주가 되기에 더욱 그렇다. 그나마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있다면 샘 B와 생존자들의 블랙코미디다.
HELL.A.를 표방한 블랙 코미디 스토리
앞서 말했듯, 스토리 초반부의 데드 아일랜드 2는 상당히 미미한 전투로 진행된다. 이 초반부의 지루함은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구수한 입담으로 커버된다. 샘 B의 반가운 얼굴은 물론이요, 등장하는 등장인물간의 거침없는 대화가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좀마니’와 같은 초월번역도 존재한다. 다만, 일부 속어나 유행어가 뜬금없이 등장해 몰입감에 발목을 붙잡는 느낌도 들어 조금 아쉬웠다. 이 부분은 취향 문제가 아닐까 싶긴 하다.
한 가지 더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막연한 진행방식으로 초반부에 서브 퀘스트 등을 처리하게끔 해 긴 시간을 소모하게 하는 게임 구조가 미미한 전투와 맞물려 초반 이탈을 높이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를 진행하며 필드를 이동할 때마다 로딩창이 등장하며 끊어지는 것도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로딩 창에서 등장하는 좀비들의 슬로우 모션 데드신이 지루함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게임의 배경이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의 실제 모습을 거의 가져온 만큼, 필드는 전반적으로 넓고 밝고 화려하다. 그럼에도 휑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지형과 고인 물, 끊어진 전선 등으로 좀비를 처치할 수 있는 환경이 꽉 차게 조성돼 있어서다. 앞서 말한 좀비들의 속성은 플레이어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물이 고인 곳에 전기 표창을 던져 물에 빠진 좀비들을 감전시키거나 바닥에 쏟긴 기름 위에 화염병을 던져 트랩을 만드는 등, 필드에도 좀비를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들이 준비돼 있다.
뒷골목이나 지하도 등지에 그려진 화려한 그래피티들도 눈길을 모은다. 좀비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느껴지는 어둡고 으슥한 분위기와는 달리, LA의 화려한 도심과 네온사인들이 즐비한 배경은 현실감을 더욱 높인다. 이 위로 덮여진 오염물질이나 핏덩이, 녹아내린 생물체들은 기괴함을 한층 더 강화시킴과 동시에, 데드 아일랜드 2의 세계관이 어떤 상황인지를 더욱 직접적으로 전달해준다.
사소하지만 번거로운 오류, 업데이트로 수정 기대해보자
사실 처음 PC 사양이 공개됐을 당시, 게이머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사양이 높은 만큼 그래픽 품질과 속도 등이 우월할 것이라는 예측과, 최적화가 잘 되지 않아 쓸데없이 사양만 높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으로 반반 갈렸다. 사실 기자는 후자 쪽을 예측했는데, 실제 플레이해본 결과 전자 쪽으로 마음이 옮겨갈 정도로 최적화 부분에서는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간혹 트리거 오류가 생겨 다시 게임을 켜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퀘스트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거나, 수집했음에도 카운터가 진행되지 않는 등의 문제였다. 다만 해당 문제는 핫픽스 업데이트를 통해 빠르게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 믿기에, 출시 시점에서는 플레이에 있어 큰 곤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하자면 데드 아일랜드 2는 오랜만에 보지만 낯설지 않은 동창생과 같은 게임이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세련되고 멋있어졌지만 옛 인상도 남아 있으며, 반가움과 옛 추억이 뒤섞여 더욱 매력적인 게임이 됐다. 게임성 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고 플레이 핵심 부분도 비슷하지만, 비주얼적으로는 개선이 이루어져 보는 맛이 한층 늘었다. 특히 좀비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괴나 손상에 대한 피드백이 더욱 강화돼 찢고 부수는 맛을 기대한 게이머들에게는 무엇보다 아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