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야 소녀를 그려줘] 혼돈과 막장이 가득한 크킹 3 중세
2023.08.08 16:10 게임메카 진석이
최근 AI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툴이 다수 등장했지만, 누구나 고품질 일러스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한 상황과 요소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요, 필자 [진석이] 님과 함께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현황과 다루기 어려운 점을 재미있게 묘사한 [AI야 소녀를 그려줘] 코너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해볼 건 크루세이더 킹즈 3야.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가문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지.
살다 보면 중세 귀족으로 환생하게 될 일이 자주 있잖아? 그러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역사적 사건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게 유리하기에 미리 예습하는 느낌으로 하면 좋은 게임이야.
뭐?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그때는 상대방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비주얼 노벨 '7days to end with you'를 플레이함으로써 대비할 수 있지!
그럼 시작해 보자.
“876년 중세 시대, 동프랑크 왕국, 라벤스부르크의 백작부인을 그려줘”
중세 복장이라 거친 양모로 만든 갈색의 소박한 드레스를 생각했는데, 좀 많이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왔군.
중세와 근대 사이 어디쯤에 가까운 것 같은데… 뭐, 이세계 중세라고 대충 우기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가신(vassal)들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거야.
“주교, 재상, 집사장, 무관장, 첩보장, 가신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열다.”
원탁에 둘러앉아서 밥을 같이 먹다니… 민주적이군.
가신들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으니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두 사람만 불러보자.
게임 제목 크루세이더 킹즈(Crusader Kings)를 번역하면 '십자군의 왕'이니, 제일 먼저 만나야 할 가신은 주교겠지.
“성서를 든 늙은 주교와의 만남”
중세 시대인데 노트북은 왜 들고 와! 성서를 들고 오라고!
그리고 늙은 주교라고 했는데 왜 얼굴이 저리 젊고 잘생겼어! 나이든 사람 데려 오라고!
“중세 시대, 늙은 주교 강조!”
일단 할아버지인데다 복장은 적절하지만... 머리도 헝클어져있고 눈도 왠지 취한 듯 한 게 어디 뒷골목에서 할아버지 한 명 데려다 억지로 옷 입혀 놓은 느낌이잖아?
그냥 관련 능력치가 매우 낮은 주교가 왔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참고로 이 시대에서 주교랑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안 돼.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슬슬 다음 가신을 만나 보자.
혼돈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인 인물이지.
“비밀을 파악하고 모략을 탐지하는 첩보장!”
그렇군. CCTV를 설치하면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지. 치트 스킬이야.
...치트는 무슨! 아까부터 잠깐 방심해서 중세를 강조 안 하면 은근슬쩍 현대 문물을 꺼내네?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전부 금지! 그리고 혹시 모르니 첩보장은 사람으로 그려!”
첩보 하면 선글라스... 정말 시대 배경에 맞는 물건이라는 개념이 없군.
참고로 첩보장은 각종 비밀과 여러 가지 모략을 지원해주고, 플레이어를 향한 적대적 계략을 막아주기도 하지. 첩보장과 사이가 나쁘면 암살을 당할 수도 있으니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안 돼.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이제 가신은 그만 만나고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러 가자.
“동프랑크 왕국의 알현실,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은 남자. 왕”
왕의 앞에서 충성의 맹세를 하면 된다.
호의에 대한 약속이니 계약이나 금화를 바치거나 그런 건 없다. 말로만 한다!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기”
갑자기 마이크? 말로 하라는 게 대놓고 한 곡 뽑으라는 건 아니었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면 된다고!
경례? 중세 시대에도 경례할 때 "충성!"이라고 하나?
그리고 왜 갑자기 왕은 폭삭 늙었어? 왠지 모르게 왕좌는 계속 초라해지고 하체도 부실해지네?
아무튼 충성의 맹세도 끝났으니 다음으로 할 일은… 옆의 영지를 공격하는 거야.
“징집병을 소집하라! 갑옷을 입어라!”
철모에 군복이라니... 중세와 전혀 어울리지 않잖아!
조금만 방심하면 시대가 자꾸 섞이네. 어렵다 정말.
“중세의 병사, 가죽으로 된 흉갑을 입은 징집병”
가죽 흉갑은 나왔는데, 초록색 모자는 뭐지? 몬헌 접수원 느낌도 나고 오묘하군.
이제 전쟁이다!
“중세, 전투, 전장, 갑옷을 입고 지휘하는 백작부인”
병사가 많은 전장이 나름 잘 나왔군.
자세히 보면 뭉개져 있는 것들이 많지만, 전장이란 원래 사람이 뭉개지는 곳이니…
이제 옆 영지를 점령했으니, 민심을 달래야 세금이 정상적으로 들어올 거야.
“점령된 지역의 민심을 달래다. 군중, 시민”
아까부터 중세에서 벗어난 오파츠들이 자꾸 나오는데, 이거 무슨 중세 배경 테마파크냐고!
아무튼 지금까지 바쁘게 달렸으니, 휴양을 가질 시간이다.
휴양은 사슴 사냥을 떠난다. 유물이라는 게 생겨서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니. 보람찬 사냥이 되겠어.
“갑옷을 입고 사슴 사냥을 나서다. 깊은 숲 속”
됐어! 이제 SDXL이라는 게 나왔어! 기존 모델보다 2.5배 더 크고 더 정확하게 부합하는 이미지를 생성해 준다고 하니 너 말고 SDXL로 다시 할 거야!
“876년 중세 시대, 동프랑크 왕국, 라벤스부르크의 백작부인을 그려줘”
왠지 EBS 다큐멘터리에서 본 거 같은 게 나왔다!
복장도 중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 같아!
좋아, 왠지 느낌이 좋군. 왕궁으로 가서 충성을 맹세해 볼까?
“말을 타고 영지를 떠나는 백작부인, 산, 들, 강 배경”
브루투스... 아니, SDXL 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