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야 소녀를 그려줘] 발더스 게이트 3, 착한 고블린은 죽은...
2023.08.29 14:10 게임메카 진석이
최근 AI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툴이 다수 등장했지만, 누구나 고품질 일러스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한 상황과 요소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요, 필자 [진석이] 님과 함께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현황과 다루기 어려운 점을 재미있게 묘사한 [AI야 소녀를 그려줘] 코너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던전 앤 드래곤, 네버 윈터 나이츠,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한 문장의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답변이 논문으로 돌아오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발더스 게이트 3를 놓칠 수 없지. 도적도 날마다 일기를 쓰는 판타지 세계니까 책상을 잘 살펴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 보자. 내가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할 때 늘 주인공으로 정하는 직업이 하나 있지. 바로.......
“여관의 어둡고 구석진 자리에서 음산하게 웃는 로그”
로그는 잠긴 상자를 열고, 함정을 해체하고, 화술로 비밀을 캐내어 게임에 있는 내막까지 모두 꺼내 먹기 편한 직업이지. 물론 이렇게 만들면 전투에는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동료들의 무력에 많이 기대야 해.
말 나온 김에 동료들도 그려보자.
“섀도 하트, 칼라크, 레이젤”
자기 이름이 그림자 심장이라는 애, 빨간 피부 악마, 날씬 코 외계인...
빨래하고 집에 돌아가다가 마인드 플레이어 함선에 납치된 평범한 사람은 없습니까?
이 특이한 애들을 골라 납치한 몬스터 마인드 플레이어(Mind Flayer)를 그려보자.
“마인드 플레이어(Mind Flayer)”
정신 공격을 당해서 마인드 플레이어가 미남으로 보이는 건가?
잘 보니 일리시드, 마인드 플레이어의 특징인 문어, 외계인, 로브가 각각 나뉘어서 나왔군. 완전히 모르는 것 같진 않으니, 학습자료를 더해서 다시 그려보자고.
“학습 자료를 더해서 마인드 플레이어!”
얼굴이 문어인 마인드 플레이어 성공!
근데 구도는 왠지 교수와 대학원생 같네. 마인드 플레이어의 입이 사람 머리 뒤에 위치한 구도가 많이 나오는데 이건…
아무튼 오프닝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자. 슬슬 주인공을 납치한 우주선이 추락하는데!
“해안가에 추락한 마인드 플레이어 함선!”
함선이라고 했는데 그냥 나무로 만든 배가 나와버렸네.
구도는 그대로 하면서, SF와 중세가 섞인 디자인을 부탁해 보자.
“배를 새로 칠할 영역으로 지정하고 문어, 우주선을 강조!”
기괴한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군.
이제 본격적인 게임 시작이다.
“해안가, 불타는 함선의 파편들, 멀리 보이는 폐허, 몸을 일으키는 로그 소녀”
아… 그렇지... 세이브 중요하지. 시작하자마자 놀의 3연발 화살 맞고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니까...
시키지도 않은 것이 나오긴 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으니 오묘하군.
아무튼 이제 숲으로 간다.
“깊은 숲속의 로그 소녀”
판타지 태그 때문인가? 귀가 뾰족해졌다가 멀쩡해졌다가 왔다갔다 하는군.
갈림길에 들어섰다. 이제 어디로 갈까…? 오른쪽 폐허? 북쪽 관문?
아까 동료 칼라크 피부에 빨간색이 부족했으니, 같은 종족이면서 피부가 붉은색인 티플링이 지키는 관문으로 가자.
“거대한 관문, 관문을 지키는 붉은 피부의 티플링”
아니, 빨간 피부에 뿔 달린 건 맞는데 왜 몸통이 말이야!
멀쩡한 동물이 나오면 드루이드가 변신한 거라고 하면 되는데, 이건 무슨 괴생명체야?
티플링도 사람이야! 사람! 디아블로4에 나오는 몰락자들이 아니야!
“티플링, 붉은 피부의 뿔 달린 남자”
동물을 타는 것도 아니야! 그리고 양손은 왜 뿔인데!
“동물 그리지 마! 뿔도 그리지 마!”
겨우 사지 멀쩡한 빨간 피부의 사람이 나오긴 했는데, 이제는 관문이 문제네?
아까부터 관문이 이상하게 나오는가 싶었는데, 하다 못해 이젠 울타리가 됐어!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국경 수비대가 나올까 걱정했건만, 이건 국경이 아니고 동네 마당 경계잖아.
이제 고블린을 잡으러 간다. 고블린은 유명하니 잘 나오겠지?
“폐허를 점령한 고블린”
일단 고블린 하면 녹색 피부와 뾰족한 귀, 작은 신체인데... 어디부터 고블린이고 어디부터 마을 아이들인지 모르게 그라데이션으로 섞였네?
묘하게 사교적으로 보이는 것이 워크레프트의 고블린 종족이 생각나는군.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고블린 슬레이어에 나오듯 사악하고 나쁜 고블린이라고.
“사악하고 나쁜 고블린 학습 자료를 더해!”
그래. 표정부터 사악한 고블린이 나왔군.
좋아, 이들을 좋은 고블린으로 만들 시간이야.
좋은 고블린은 죽은 고블린이지!
“기습, 백스탭, 뒤에서 고블린을 찌르는 로그 소녀!”
탐험에 맞춘 캐릭터라 그런지 전투가 약하기 짝이 없구만.
하지만 동료와 함께라면?
“클레릭, 섀도하트! 아군에게 축복을!”
축복을 바닥에 버려?
아니, 그거 버려지는 거였어?
그리고 그 버린 축복, 고블린이 주워 가는데?
어이 섀 씨. 공격 누르고 땅 누르면 허공에 칼질하는 것도 갑갑해 죽겠는데 축복 이상하게 주면 돼, 안돼?
나는 어둠의 충동에 빠지고, 너는 죽는 거야.
“바바리안, 붉은 피부의 티플링 칼라크! 고블린을 공격해!”
아니, 고블린이 왜 광선검을 들고 있어?
설마 아까 주워간 게 축복이 아니고 저건가?
어쨌든 강력해 보이는 고블린이 나타났으니, 협공한다!
“왼쪽은 로그, 오른쪽은 칼라크! 대검을 휘둘러 공격!”
이럴수가! 칼라크가 대머리가 되어 배신을?
아니, 자세히 보니 고블린이 변장한 거였나?
“도망쳐라! 후퇴! 교활한 행동: 철수!”
그렇게 철수하던 로그는 고블린에게 붙잡혀 생을 마감했습니다.
Game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