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 10, 스토리와 전투를 인연의 사슬로 엮어내다
2023.09.28 10:00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이 기사에는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있습니다
기자가 이스 시리즈를 접하게 된 계기는 다소 독특하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3박 4일 동안 클리어 할 수 있는 게임을 찾게 됐고, 이때 선택한 게임이 ‘이스 오리진(Ys Origin)’이었다. 정말 즐겁게 플레이 했고, 두 주인공으로 엔딩을 본 뒤 히든 캐릭터가 해금됐을 때 설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이스 전 시리즈 주인공은 아돌 크리스틴이라는 붉은 머리 모험가고, 이스 오리진은 외전이라는 것을 안 것은 후의 일이다.
10년 동안 이스 시리즈를 플레이 한 팬으로서 ‘이스 10 노딕스(Ys 10 Nordics, 이하 이스 10)’는 기대 만큼이나 걱정되는 게임이었다. 가장 우려된 부분은 시대적 배경으로, 이스 2와 이스: 셀세타의 수해 사이 스토리가 펼쳐지는데, 좋은 작품이 나와도 자칫 외전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스 10을 플레이 했고 엔딩을 본 뒤 상당한 여운을 느끼며,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전투 시스템 변화의 핵심, 콤비 모드
이스 10에서 처음 시도된 콤비 모드는 전투 품질을 향상시켰고, 스토리 몰입감도 높였다. 콤비 모드는 주인공 아돌과 카쟈가 힘을 합쳐 적을 동시에 공격, 방어하는 일종의 자세를 의미한다. 방어 버튼을 누르면 발동하며, 방어 도중에는 이동속도가 느려지지만 둘이 동시에 공격하는 만큼 공격 횟수와 강도가 높다. 또한 방어는 콤비 모드에서만 가능하고, 반대로 회피와 달리기를 사용하면 콤비 모드가 해제된다. 콤비 스킬은 싱글 스킬보다 기본적으로 강력하지만, 적의 공격을 방어해 상승한 ‘리벤지’ 수치만큼 다음에 사용하는 콤비 스킬 공격력이 더 강해져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콤비 모드 도입에 따라 실제 조작하는 캐릭터가 아돌과 카쟈 둘로 줄었다. 조작하는 캐릭터가 둘인 만큼 개발진은 전투와 육성 시스템 근본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을 개편하고 발전시켰다. 기존 스킬 숙련도 시스템을 강화해 거의 모든 스킬을 마스터하면 해당 스킬의 강화 버전을 입수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는 캐릭터가 둘 뿐이라 스킬도 자주 사용할 것임을 고려한 설계로 보인다. 또한 전에는 캐릭터 레벨업을 하면 스테이터스가 오르는 것에 그쳤지만, 이제 릴리스 라인이 생겨 마나 시드를 삽입해 패시브 스킬과 보너스 능력치도 획득할 수 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전에는 사격, 타격, 참격 3속성을 고루 활용해야 했기에 강제로 최소 세 캐릭터를 육성해야 했다. 최대 6명의 캐릭터 스킬을 관리, 암기하는 것과 장비를 갖추는 일은 다소 불편했다. 그래서 이스 시리즈는 대대로 동료 캐릭터 서사를 훌륭하게 만들어 몰입을 통해 부수적인 재미를 유도했다. 그러나 개인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정도가 다르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방식이었고, 캐릭터 등장 시점이 다르다는 점과 속성이 겹치면 육성이 꺼려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콤비 모드 도입과 조작 캐릭터 제한으로 소수 캐릭터에 집중한 게임플레이를 유도했고, 이를 단조롭게 하지 않기 위한 육성 시스템을 추가했다. 캐릭터의 스킬 개수는 늘어났지만 대신 두 명이기 때문에 파악이 쉽고, 릴리스 라인 추가로 캐릭터를 원하는 방식으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공격력이 떨어지는 싱글 모드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스킬 숙련도 시스템을 강화했고, 방어 불가 공격인 스피드 어택을 추가해 콤비 모드에 제한을 두려 노력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콤비 모드가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점은 작은 단점이다. 사용할 수 있는 마나도 2배, 공격력도 2배인데 연출도 화려해 게임 초반과 중반까지 싱글 모드보다 콤비 모드가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또한 대부분 보스 크기가 거대하거나 전투 공간이 한정되어 단점인 기동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성능과 연출에 이끌려 싱글 모드 스킬 숙련도를 등한시 한다면, 후반부에 개방되는 화려하고 강력한 싱글 모드 스킬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콤비 모드와 육성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게임 후반부 전투 난이도가 상당히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성능의 콤비 모드, 릴리스 라인으로 추가되는 다양한 패시브 스킬과 능력치, 레벨이 오르면 성장하는 기본 능력치, 각종 장비와 악세서리가 더해지기 때문에 캐릭터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진다. 일반 난이도에서는 적에게 맞아도 체력이 거의 깎이지 않고, 카운터 두 번으로 보스 방어도를 모두 날려버리는 파괴전차가 탄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반부 이후에는 거의 사망하지 않았고 보스전도 대부분 한번에 클리어했다.
‘인연’ 이라는 주제의식과 어우러지는 콤비 모드 전투
콤비 모드는 게임 내에 동떨어진 전투 시스템이 아니라 스토리에서 게임이 보여주는 주제의식과 함께 어우러지며 몰입감을 높인다. 전작에서는 최대 6인의 조작 가능한 동료가 등장하며, 동료 서브 퀘스트를 통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지만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돌과 카쟈에 집중해 메인 스토리 몰입도를 크게 강화했다.
사실 개발진이 의도한 게임의 주요 주제의식은 소년 시절 주인공 일행(과 카르낙 소년단)의 성장과, 이를 통해 깨닫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그러나 더 매력적으로 보였던 부분은 콤비 모드와 스토리가 맞물려 ‘인연’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점과, 주인공 아돌과 카쟈의 관계가 서로를 성장시키며 게임 결말로 나아가는 부분이었다.
스토리 초반부 카쟈와 아돌은 수수께끼의 ‘마나 사슬’로 이어지게 된다. 사슬은 두 캐릭터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게 만들지만, 동시에 감각과 생각을 공유해 콤비 모드 전투가 가능하게 한다. 우연에서 시작된 주인공의 인연은 아돌이 발타 해군에 가입하고, 카쟈의 ‘방패의 형제’가 되면서 점점 강화된다.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 둘의 팀워크가 시너지를 발휘해 강대한 적인 그리거 3대장과 전투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며, 카쟈가 위기를 극복한 계기도 아돌과 인연의 힘이 작용했다고 설명된다.
이는 콤비 모드로 전투 중에도 체감할 수 있다. 싱글 모드에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동료와 내가 같은 공간에서 따로 전투를 하는듯 느껴진다. 반면 콤비 모드에서는 두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기 때문에 AI와 함께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맞는 동료와 협동해 전투하는 경험이 전해진다. 카운터 공격 연출, 보스 전투 컷신 연출에서도 두 캐릭터가 합공하는 장면이 출력되기 때문에 ‘함께 싸운다’는 감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게임 서브 퀘스트에서는 카르낙 소년단과 주인공들이 서로 친밀감을 쌓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메인 스토리에서는 아돌과 카쟈가 모험을 계속하면서 더 팀워크가 강해지고 여기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돌은 위기의 순간 이전 모험과 주변 동료의 격려를 떠올리고 성장하며, 카쟈는 다소 냉정하고 거칠지만 내면이 여린 캐릭터에서 부드럽고 강인한 인물로 발전한다.
이런 인연과 성장의 스토리가 막을 내리는 최종 보스전은 지금까지 플레이 했던 이스 시리즈 중 가장 독특했다. 지금까지 이스 시리즈 보스들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마왕이나, 시스템이거나, 인류 통제를 벗어나 재앙을 부르는 강력한 도구였다. 물론 이번 작품 최종 보스도 악의와 연관이 있고 강력하지만, 인연과 인간의 미래를 긍정하는 입체적인 캐릭터기도 하다. 최종 전투에서 상당한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내용을 미리 읊어 그 감상을 망치지는 않겠다. 게임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크게 발전한 연출과 적당히 나아진 그래픽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상당히 놀랐던 부분은 전투 연출로, 스킬이 화려해질 뿐만 아니라 카운터 어택, 보스 마무리 공격 등에서 연출이 매우 좋아졌다. 보스전을 승리 하고 나면 무조건 마무리 공격을 수행하는데, 이때 아돌과 카쟈가 협공하는 모습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게 연출된다.
또한 파워, 스피드 어택을 완벽한 타이밍에 막아내면 카운터 어택 연출이 나오는데, 강력한 대미지와 뛰어난 장면 연출이 더해진다. 보스 중에선 개별 카운터 장면이 출력되는 경우도 존재하며, 마무리 공격과도 연출이 달라 개발진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만약 캐릭터가 여럿이었으면 보스 마다 다른 카운터 장면이나 주요 보스 마무리 컷 신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디테일적인 부분도 눈에 띄는데 방어도가 있는 적이나 보스는 외형에도 보호구를 착용하며 수치가 모두 깎이면 갑옷이 사라지는 등 외형이 바뀐다.
이스 10은 전작들과 비교해 연출과 영상미, 세밀한 디테일 등이 발전해 이스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그래픽이 좋았지만,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과 견줄수는 없었다. PS5 기준 최적화는 훌륭했지만, 배경 디테일은 다소 밋밋했고 해상에서는 바다가 굳은 것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현시대 기종으로 출시된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좋지 않은 그래픽을 화려한 전투나 장면 배치로 무마한 느낌이 강했다.
이동 방식의 다각화와 강제되지 않은 해상전
이스 10에는 전작에서 ‘이능 액션’으로 구현된 필드 능력이 본편 스타일에 맞게 ‘마나 액션’으로 바뀌어 구현됐다. 전작에서 이동 기술이 도시를 탐험하는 것에 활용됐다면, 본편에서는 이동 자체와 플랫포밍에 더 중점을 뒀다.
마나 스트링은 순간이동이 아니라 줄을 타고 매달리는 방식이어서 조작 난이도가 있었다. 마나 라이드는 보드로 물 위를 다닐 때나 마나 흐름을 타 공중을 날아갈 때 빠른 속도감이 일품이었다. 이스 시리즈 단점 중 하나가 단조로운 이동, 전투의 반복이었는데, 플랫포밍 요소와 이동 방식의 추가로 이를 극복하려고 시도했다. 플랫포밍이 늘어난 만큼 이에 어려움을 느끼는 플레이어에게 발판이 마련되는 보조 시스템이 준비됐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최초로 이스 시리즈에 해상전이 추가됐다. 순수하게 도보로 이동했던 전작들과 다르게 이젠 배를 타고 섬과 섬으로 이동할 수 있다. 처음 바다를 이동하면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하지만, 이후 마나 세일이라는 부스터 기능이 해금되고, 바람을 타고 더 빠르게 운행할 수 있어진다. 다만 배 속력을 강화해도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지지는 않아 아쉬웠다.
해상 시스템에서 호평하고 싶은 부분은 전투가 강제적이지 않다는 점과 난이도다. 이스 8의 요격전과 제압전은 완전 강제는 아니지만 난이도가 높아 S랭크 받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스 9 방어전과 파괴전은 난이도가 완화되어 S랭크 받기 수월했지만, 대신 스토리와 연관되어 강제로 진행해야 했다. 이스 10 탈환전은 그리거에 점령당한 섬을 탈환하는 것으로 배를 적절하게 업그레이드 하면 S랭크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 또한 빠른 이동 구역을 해금, 주변 맵 밝히기, 아이템을 획득, 특정 캐릭터를 구출 등 편의 기능을 제공하지만, 강제되는 요소는 아니었다.
이스 10은 장점이 두드러지는 게임이었다. 게임 시스템 부터 두 주인공에게 집중하고 몰입하도록 설계됐고, 두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이 스토리에서 잘 드러났다. 또한 전투 연출이 발전해 전작들과 비교해 화려한 게임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이스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스토리가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많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보스전과 스토리에서 충분한 감동을 줬다. 이스 시리즈 팬이라면 꼭 플레이하길 권하는 작품이고, 팬이 아니더라도 입문작으로 추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