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워시 시뮬레이터 VR, 고압건을 직접 쏘니 쾌감이 두 배
2023.12.19 10:03 게임메카 흑임자XR
PC에서 재밌게 즐긴 시뮬레이터 게임을 가상세계에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운전이나 생활에 관련된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VR로 잘만 만든다면 몰입감이 배가 됩니다. 실제로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를 VR에서 구동해서 직접 트럭을 모는 유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1년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청소 시뮬레이션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를 VR로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최근 VR 버전이 정식 출시된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 VR(PowerWash Simulator VR)'로 말이죠. 원작은 물을 시원하게 내뿜는 고압 호스로 먼지와 얼룩을 지우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게임인데요, 주제는 단순하지만 특유의 쾌감이 독보적이라 유명해졌습니다. 이를 VR로 즐길 수 있다면 쾌감이 더욱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게임을 시작해 봤습니다.
직접 손을 움직여서 하는 고압건 청소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 VR에 처음 접속하면 자동으로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튜토리얼은 양쪽 조이스틱의 복잡한 키 설명으로 시작되는데, 의외로 조이스틱의 거의 모든 키를 다 사용해야 합니다. 각 버튼의 기능을 읽고 넘어가면 실전으로 넘어갑니다. 작업실 같기도 하고 차고 같기도 한 공간의 중앙에 더러운 개집이 놓여있는데요, 튜토리얼은 이 개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개를 숙여보면, 플레이어의 허리 부분에 벨트가 매여 있습니다. 벨트에는 호스 모양 도구들이 달려있는데요, 원하는 도구를 손으로 잡아 뺄 수 있습니다. 호스 외 다른 도구들도 벨트에 달려 있기에 자주 벨트를 보고 사용해야 합니다. 벨트는 원하는 위치와 사이즈로 조절할 수 있으며, 쥐고 있던 장비는 아무 데나 내려놓으면 자동으로 벨트의 원래 자리로 이동합니다.
이동은 텔레포트 방식으로 가능하며, 기본은 서 있는 자세지만 조이스틱을 통해 앉거나 엎드린 자세로도 높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방향 또한 조이스틱에서 제어 가능합니다. 물론 실제로 몸을 낮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도 제어 가능합니다.
물을 쏘는 건 오른쪽 조이스틱의 트리거를 당기면 되는데, 한 번 쏘면 자동 고정되기에 손가락 아프게 계속 누르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척기 부품 구성은 ▲물줄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내뿜어주는 노즐 ▲세척기의 사용 범위를 늘려주는 확장기 ▲씻어내기 힘든 오염물질도 빠르게 제거하는 비누 노즐 ▲비누 노즐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세척액 등이 있습니다.
기본 제공 노즐을 제외한 모든 아이템은 각 미션에서 번 돈으로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상점은 하나의 미션을 다 끝내야만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각 부분 별 청소를 완료할 때마다 들어오는 돈을 통해 언제든지 이용해 구입한 아이템을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을 통해 더러워진 개집을 깨끗이 청소하면서 도구와 아이템, 조이스틱 사용법을 익히고 나면 본격적인 게임 모드를 고르는 선택창으로 넘어갑니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즐기며 돈도 벌 수 있는 커리어 모드에서는 ▲하던 스토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계속하기 ▲그 외의 사물이나 장소를 청소할 수 있는 보너스 작업 ▲장소와 운송 수단을 고르고 시간이나 물 사용량 한도 내에서 진행하는 도전 모드 ▲제약 없이 마음껏 청소를 할 수 있는 자유 플레이까지, 총 4개 모드가 있습니다.
원작에서도 가능했던 멀티 협동 플레이 역시 가능합니다. VR 버전은 아직까지 메타 스토어에만 출시되었기 때문에 메타에서 등록한 친구들끼리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메뉴 왼쪽 상단의 협동작업을 켜면 메타 친구 목록 창이 뜨면서 초대가 가능해집니다. 사물이 아닌 장소는 혼자 청소할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청소하면 더욱 빠르게 청소할 수 있습니다.
청소가 이렇게나 재미있다고?
사실 게임적인 측면에서는 원작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와 완벽히 똑같습니다. 실제로 개발자가 PC와 VR 버전 간 콘텐츠 차이는 크게 없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게임 내에서도 PC의 미션들이 아직 다 구현되지 않은 것 외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다만, 성공적인 VR 이식 하나만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평면인 화면을 보고 마우스로 조작하는 게 아니라, 지붕 위에 올라가서 때를 벗겨내다 고개를 돌려 마을 풍경을 구경하고, 바닥 청소를 하면서 올려다본 천장의 놓친 부분들을 발견하고, 왼쪽 손을 들어 올려 손목시계형 기기를 보며 청소 진행도와 스토리성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 실제 청소를 하는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잡생각을 모두 떨쳐내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고압건을 쏘며 더러운 부분을 깨끗하게 만들어나가는,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 특유의 쾌감은 VR에서 더욱 극대화됐습니다. 특별한 배경음악도 없이 오로지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소리만 들으며 작은 사물과 큰 공간을 청소하다 보면 몰라보게 깨끗해진 장소를 보는 성취감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특히 바위 사이나 난간 틈, 엔진 사이사이, 기둥 뒤 등 PC에서는 바로 확인이 불가능한 곳들을 직접 쭈그리고 앉거나 다가가서 살펴보면서 찾아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게임의 완전판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현실에서도 청소를 취미처럼 즐기는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독특한 습관을 발견했습니다. 왼손으로 호스를 잡고 물을 발사하는데, 재미있게도 게임에서 직접 필요 없는 오른손을 왼손 아래로 뻗어 마치 호스를 말아 쥔 것처럼 꽉 잡고 있더군요. 어느샌가 실제 물청소를 하고 있다고 느낀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살짝 놀랐습니다.
사실 많은 VR 콘텐츠들이 단순 체험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완성도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기도 하는데,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는 이미 VR 지원 전부터 게임성으로 인정 받은 게임이라 그런지 잘 짜인 세계 안에서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요즘, 밖에서 놀기 부담스럽다면 가상의 정원이나 공원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더러운 부분들을 말끔하게 청소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