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야 소녀를 그려줘] 드래곤즈 도그마 2 대참사
2024.04.09 12:35 게임메카 진석이
최근 AI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툴이 다수 등장했지만, 누구나 고품질 일러스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한 상황과 요소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요, 필자 [진석이] 님과 함께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현황과 다루기 어려운 점을 재미있게 묘사한 [AI야 소녀를 그려줘] 코너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신작, 드래곤즈 도그마 2. 전작을 해보지 않은 데다 사전 정보를 최대한 읽지 않고서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그동안 내가 게임들을 참 편하게 했구나’ 라는 것을 느꼈지. 마을마다 워프 포인트가 있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세계는 물류 혁명을 통해 어마어마한 발전을 누릴 거야. 반성하는 마음으로 옆 마을까지 20분간 도보 여행을 해야겠다.
아무튼 여행과 탐색에서 얻는 보상과 자유도를 느끼고, 보물 상자로 안내하겠다며 손을 흔드는 폰의 모습을 바라볼 때야말로 이 게임의 방향성이 보이지. 불편함이 필요함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 반딧불이가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게임에 빠지게 되는 거야. 그럼, 이 게임을 재현해 보자.
“드래곤즈 도그마, 중세 판타지, 황제의 대관식, 황제가 된 소녀를 그려줘!”
금방이라도 허리디스크가 올 것 같은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군. 스카이림에서 야를(Jarl)들이 앉아 있는 자세야. 여러분 허리는 젊을 때 관리해야 합니다.
아무튼, 망국의 왕자로 시작하거나 왕자로 시작해서 왕국이 망하는 경우는 봤어도 시작부터 주인공이 황제인 RPG는 처음인 것 같아.
“여러 귀족들의 축하를 받아야 하니 연회를 열어라!”
가운데 저건 뭐야? 새끼용 통구이? 설마 ‘드래곤’즈 ‘도’그’마’라서 드래곤을 도마 위에 올려놓은 건가? 아마도 ‘드래곤즈 도그마(Dragon’s Dogma)’라는 게임명이 반영되어, 드래곤을 연회에 어떻게든 등장시키려다 식탁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역시 AI야.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
아무튼, 주인공이 황제니까 이 게임은 군주제 삼국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이 될 거야.
“…라는 꿈을 꾼 감옥에 갇힌 소녀를 그려줘”
휴 이제야 자주 보던 스타트로군. 감옥에서 죄수로 시작하는 건 익숙하지. 바닥을 긁으며 먼지를 삼키는 사람이야말로 마지막에 황제가 되기 위한 최적의 배경 조건이니까.
“가서 바위나 들어 옮겨”
저 정도 크기 바위라면 못 해도 100kg는 될 것 같은데, 번쩍번쩍 드네. 역시 왕의 자질!
채석장 부분은 사실 은근 중요해. 다른 게임에서 경험하기 힘든 시스템인 ‘잡기’를 가르쳐 주는 부분이더라고. 예를 들어 전투 중에 적을 잡아 던지거나, 퀘스트 중에 범인을 잡거나, 마음에 안 드는 NPC를 절벽으로 던지거나 하는 등에 쓰이지.
아무튼 작업 중지! 왜냐고?
“작업장에 메두사가 쳐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다른 게임에서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여긴 서번트가 아니고 폰이 등장하는 세계관이라고요.
“신화에 나오는 괴물 쪽 메두사를 넣어!“
아니, 페이트 메두사 씨 들어가고 머리카락이 뱀인 신화 속 메두사 나오라고요. 왜 안 사라지고 이상한 되물이나 불러내는거야! 앞으로 나올 괴물들이 줄 서 있는데 메두사부터 이러면 정말 큰일났구먼…
AI가 왜 이러는지에 대해 원인을 분석해 보자면… 페이트의 메두사가 너무 유명해서 데이터를 덮어씌우고 있거나, 머리카락이 뱀인 그림은 잘못 그려진 거라 판단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공용으로 쓰는 부정적 키워드를 제거하며 다시 명령을 내려보자.
“메두사! 머리카락이 뱀이고 하반신이 뱀의 몸통인 여자!”
서번트 좀 나가! 몸통만 뱀이면 ‘라미아’라는 괴물이라고!
앞으로 갈 길이 머니 메두사는 여기까지만 하자. 어쨌든 사람들이 세계관을 뒤흔드는 메두사에게 집중하는 동안 주인공은 탈출한다!
“해안 절벽으로 점프! 다이빙!”
아니 양 다리 가운데 저거 대체 무엇…… 휴, 그냥 다리였구나. 커다란 왕의 자질이 숨겨지지 못하고 튀어나온 줄 알았네.
깊은 물에는 휴지블이라는 빨간 촉수 생물이 살고 있어서, 바다에 빠진다는 건 100% 죽음을 뜻한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퀘스트 동선이나 모션 등을 신경 써야 해서 그런 건…
“제발 나와라 그리폰! 그리폰을 타고 날아가는 소녀!”
그리폰, 나와줬구나! 믿고 있었다고!
그리폰을 타고 도망치는 데 성공한 주인공은 여차저차하여 림 스톤이라는 것에 손을 대서 폰을 소환한다.
“파란색 룬 문자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새겨진 돌, 림 스톤에 손을 대는 소녀”
돌에 룬 문자를 새기라고 했는데, 뭔 파란색 띠를 대충 붙여 놨네. 저기 조각들 떨어져 나간다.
아무튼 림 스톤으로 폰을 소환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황제의 증거!
“나와라! 폰! 황제의 하수인들이여!”
폰의 장비는 못 뺏으니까 놔라. 기껏 소환해 놓고 이게 뭔 짓이야!
이제 민간인들이 나를 지지하도록 민심을 얻고, 찬탈자들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모으는 두근두근 좌충우돌 판타지 세계 탐험이 시작된다!
“옆 마을로 이어지는 길에서 고블린과의 전투!”
길에서 나타난 고블린이라기엔 무장 상태나 수가 너무 과한데? 혹시 옆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괴물들이 사람을 습격하기 위해 모인 동굴로 이어지는 길 아냐? 아니, 그걸 넘어 이 길을 몬스터가 만들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겠군.
뭐, 이대로라면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진 만화 ‘고블린 슬레이어’가 좋은 참고자료가 될 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얼른 도망가자고.
“고블린으로부터 도망쳐 국경 관문 마을에 도착!”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마을. 작은 소란이 있어서 확인해 봤더니 마을 밖에서 꽃을 따던 남자아이가 늑대에게 물려갔다고?
마을 밖으로 20걸음 걸어가면 몬스터가 있는 세상에, 어린아이 혼자서 꽃을 따러 가? 이거 안전 불감증 아닌가? 퀘스트에 시간제한이 걸려있고 늑대에게 물려갔으면 근처일 테니 바로 출발하자.
“마을 옆으로 조금 이동하니 보이는 건 몬스터 하피!”
어… 하피가 새 인간은 맞는데 머리는 사람이어야 해. 이대로라면 징그러운 몬스터일 뿐이라고. 뭐, 이게 취향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지.
“그러니까 하피_걸을 밧줄로 묶어서 끌어내린다!”
밧줄과 매듭만 보면 발작하는 AI를 이 정도까지 진정시킨 것에 대해 박수를 쳐 줘. 이 세계는 하피가 비둘기처럼 많기에, 대공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하피를 만났을 때 매우 귀찮아진다!
“계속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것은 황소가 있는 평지!”
원근법을 고려하면… 어깨 높이가 대충 15m는 훌쩍 넘겠어. 그래도 귀에 인식표가 붙어 있는 걸 보니 가축인가 보군. 저거 하나 잡으면 고기가 얼마야…
일단 여기서 캠핑을 하고 쉬었다 가자. 마을에 도착할 때부터 시간이 아슬아슬했는데 이제 밤이야.
“캠핑 요리!”
갑자기 왜 고기 그림만 실사풍으로 그리는 거야… 배고파…
아무튼 밥을 먹었으니 폰과 함께 불멍을 하자.
“캠프에 모여앉아 수다를 떤다”
밤에 이동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해. 앞이 잘 안 보여서 절벽에 떨어질 수도 있고, 해골과 귀신이 길을 막기도 하거든. 아니, 생각해 보니 이 세계 단순한 길조차 너무 위험하다고! 길을 묘지 위에 만들었나? 길에서 죽은 사람들의 원혼이 왜 나오는 건데!
갑자기 못 보던 두 명의 여자가 추가됐는데, 그냥 길 가다가 합류한 여행자라고 생각하자. 귀신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무서우니까.
“아무튼 이대로 아침까지 보낸다”
다행히 저 두 명은 그냥 여행자였나 봐. 스태프에 불을 충전하는 활기찬 아침이로군. 달군 지팡이로 내려치면 대미지가 꽤 세겠어. 지금까지 기를 모은 이유는 이번 전투를 위해서였다!
“나와라! 거대 몬스터 사이클롭스!”
거대한 몬스터가 나왔군! 역시나 사이클롭스 성분은 하나도 안 들어 있어!
“눈이 하나인 인간형 괴물 사이클롭스!”
갑자기 소녀가 듬직해졌네? 그래 저런 괴물과 맞서 싸우려면 근력이 저 정도는 돼야지. 괴물 역시 눈 하나로 나름 사이클롭스 다워졌으니, 조금만 더 살찌우면 되겠어!
“사이클롭스와 전투를 시작한다!”
이게 무슨… 소녀가 사이클롭스가 되고, 폰이 치비 스타일이 되고, 구도는 댄스 배틀이고… 어느 하나 의도한 바가 아닌데…
“이제 됐어! 늑대가 소년을 물고간 동굴로 들어간다!”
다행히도 사이클롭스에서 무사히 소녀로 돌아왔어. 지도를 펼쳐서 마을과 여기 동굴까지 거리를 확인해 봤는데, 상당히 멀더라고. 여기까지 늑대가 소년을 물고 왔다는 건, 늑대가 소년에게 크나큰 볼일이 있었거나 혹은 소년이 늑대를 타고 왔을 가능성이 높아. 뭐가 됐든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군.
“죽어라! 근성 넘치는 늑대 놈들아! 미리 말하는데 늑대인간은 금지다!”
늑대를 물리쳤다! 그러나 찾은 건 소년이 입고 있던 피 묻은 옷가지뿐이었다… 슬픈 일이지만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이 사실을 마을에 전해줘야 해.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돌아오니 밤이야. 마을 너무 멀어… 한번 다녀간 길이라서 새로운 것도 없는데 여길 다시 뛰어서 돌아가려다 보니 심적으로도 너무 힘들어…
“밤이 되었으니 이제 여관에서 자자”
여관에서 잠들면 이계를 다녀온 메인 폰이 귀환하면서 탐험과 퀘스트에 대한 경험을 쌓고 내 모험에 도움을 주지. 다른 사람들이 선물로 아이템을 주기도 하니 그것도 받아두고. 왠지 폰의 표정이 이상하긴 하지만, 피곤하니까 대충 넘기자. 별 일 있겠어?
“내일 아침에 봅시다.”
맙소사 용내림이다!
고용했을때 용내림 경고 뜬 폰은 마을에 들어오기 전 해고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