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zip] 다크앤다커 가처분, 넥슨 판정승
2024.05.15 11:00 게임메카 강정목 변호사
지난 1월,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서로에게 신청했던 가처분에 대한 판결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습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다크앤다커가 자사 영업비밀 및 저작권을 침해한 것을 이유로 게임 서비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을 상대로 영업방해 행위를 하지말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두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양자가 비긴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다만, 결정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과연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근거로 이러한 결론을 내렸는지, 이를 바탕으로 넥슨이 2021년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결과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에서 결정하는 가처분이란?
먼저, 가처분이란 말을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리 법원은 가처분에 대해서 ‘채권자가 금전채권이 아닌 특정계쟁물에 관하여 청구권을 가지고 있을 때 판결이 확정되어 그 강제집행시까지 방치하면 그 계쟁물이 처분되거나 멸실되는 등 법률적 사실적 변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자 판결을 받기 전에 그 계쟁물의 현상변경을 금지시키는 집행보전제도'라고 설명합니다.
너무 어려우니 이번 사건에 맞춰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면, 법원에 "본안소송의 판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상대방에게 어떤 행위를 하지 말도록 명령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청구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가처분 신청 취지를 풀어보면 "다크앤다커와 관련해 아이언메이스(채권자)가 넥슨(채무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 또는 아이언메이스가 넥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주장이나 자료를 배포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려달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넥슨이 위 명령을 위반하면 1회당 5,000만 원을 아이언메이스에게 지급하고, 만약 넥슨의 명령위반 행위로 다크앤다커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에게 서비스 중단일수 1일당 5억 원을 지급하도록 해 달라"라며 법원에 요청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가처분을 인용하거나 기각할까요? 관련된 많은 법리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면 ① 피보전권리(가처분을 통해 보전받고자 하는 권리)가 있느냐 ② 보전할 필요성이 있느냐입니다.
앞서 설명한 권리를 중심으로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청구한 위 가처분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은 아이언메이스가 정말로 넥슨에게 영업방해금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피보전권리), 있다면 법원이 강제로 명령을 내려서라도 긴급하게 영업방해를 막아야 할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살펴본 것입니다.
이 정도만 알면 다크앤다커 가처분 결정문을 이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럼 아래에서는 법원이 넥슨과 아이언메스가 각자를 상대로 제기한 두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
- 수원지방법원 2023카합10129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등 가처분
먼저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결정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넥슨은 다크앤다커가 자사에서 개발한 프로젝트 P3 저작권을 침해했고, 다크앤다커 개발진이 넥슨 영업비밀인 프로젝트 P3의 애셋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넥슨 권리를 피보전권리로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넥슨 주장 중 저작권 부분과 관련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부정경쟁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넥슨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 결정문을 보면,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다크앤다커가 넥슨에서 개발한 프로젝트 P3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이언메이스에서 제출한 마일스톤 개발내역서에 초기 개발 단계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게임 방향성과 전체적 설정 등에 관한 논의나 가능성에 대한 검증 등이 생략된 점을 근거로, 아이언메이스가 개발 과정에서 넥슨의 프로젝트 P3 애셋 등을 사용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넥슨의 주장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부분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넥슨의 피보전권리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포인트 중 보전의 필요성을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아이언메이스의 영세한 규모와 다크앤다커가 아이언메이스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만약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아이언메이스가 영업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넥슨으로서는 이 사건 가처분이 기각되더라도 본안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아이언메이스에 금전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고, 이번 가처분을 법원에서 인용하지 않더라도 금전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신청한 가처분 처분에서 법원은 아이언메이스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강제로 명령을 내려서라도 급박하게 다크앤다커 서비스를 막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
- 수원지방법원 2023카합10122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한편,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사건은 어떨까요? 처음에서 살펴보았듯. 이 사건에서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임이고, 넥슨 영업비밀 또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이언메이스는 자사의 정당한 영업을 피보전권리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넥슨은 "아이언메이스는 무단으로 세부 사항까지 거의 그대로 베낀 게임을 개발하여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러한 행위는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넥슨이 스팀에 다크앤다커 게시 중단을 요청하거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분류 거부 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서면을 보내는 등의 행위는 정당한 권리 행사에 해당한다"라고 맞섰는데요.
이러한 각자의 주장과 관련해 법원은 넥슨 편을 들어줬습니다. 법원 결정문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가처분에서도 법원은 아이언메이스(채권자)가 넥슨(채무자)의 게임의 애셋 등을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으로 사용해 채무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아이언메이스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더해, 법원은 게임 진행 및 목적, 주요 테마, 클래스, 세부 표현 및 게임 내 영상까지 결정문에 제시하면서 아이언메이스 주장을 배척하고, 다크앤다커 개발 및 출시 행위가 넥슨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청구한 이 사건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에 대해 넥슨이 스팀이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취한 조치는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아이언메이스에는 피보전권리조차 인정되지 않는다며 가처분을 기각했죠.
각 가처분 사건 결정이 본안 사건에 미칠 영향
원칙적으로, 가처분 사건과 본안 사건은 별개로 진행합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도 본안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가처분 사건에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모두 살펴보지만, 본안 사건에서는 피보전권리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살펴본 가처분 사건 두 건에서 법원은 모두 피보전권리, 이 사건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해 넥슨의 손을 들어준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가처분이라는 전초전에선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보다 유리한 평가를 받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신속한 해결을 요하는 가처분 사건 특성 상, 아이언메이스와 넥슨 모두 각자가 준비한 모든 패를 공개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본안소송에서 두 회사가 어떤 공격과 방어를 통해 법원 판단을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한동안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다크앤다커 소송 향방이 저도 게임을 즐기는 유저 중 한 명으로서 매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