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 오브 엑자일 2, 전투에 쾌적함 더한 구르기
2024.08.24 09:12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오는 11월 앞서 해보기를 예정한 패스 오브 엑자일 2는 국내에서도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작보다 어두워진 테마에, 스킬 작동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스킬 젬을 토대로 전작의 묘미였던 '빌드짜는 재미'가 강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디아블로 4의 대항마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출시를 앞둔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게임스컴 2024에 출품된 시연 버전을 통해 이를 살짝 맛볼 수 있었다. 제작진이 하드코어한 액션을 추구한다고 밝힌대로, 전투 자체는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선보인다. 다만, 너무 어려워질까봐 벌써부터 걱정할 이유는 없다. 패스 오브 엑자일 2에는 새로운 무기인 '구르기'가 있기 때문이다.
WASD와 구르기의 효율적인 조합
패스 오브 엑자일 2에서 이동 방식은 마우스 클릭과 WASD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다. 시작 지역을 넘어 첫 필드에 돌입하면 이동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플레이 중에도 수시로 바꿀 수 있기에 취향 혹은 상황에 맞춰 언제라도 취사선택할 수 있다.
앞서 밝혔듯이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전투는 어렵다. 게임스컴 2024 트레일러에서도 강력한 보스를 강조해서 보여줬고, 이제 막 스토리를 시작한 초반 지역에서도 서로 다른 몬스터가 떼로 몰려나오는 경우가 많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체력이 고갈되며 금세 화면이 붉어진다.
이때 침착하게 활용해볼 수 있는 전술적인 요소가 구르기다. 시연 버전 기준으로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캐릭터가 바로 바닥을 구른다. 아울러 짧은 시간 안에 연속적으로 굴러도 큰 딜레이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스킬 수가 부족한 초반에는 가장 활용도가 높아지는 회피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이번 시연 버전에서 기자는 활을 사용하는 레인저를 선택했는데, 적이 한꺼번에 몰려올 경우 구르기를 동원해 멀리 퇴각한 후 한 명씩 유인해서 침착하게 각개격파하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적도 강해졌지만, 나에게도 어려운 전투를 부드럽게 풀어갈 만한 수단이 생긴 셈이다.
아울러 이번 타이틀에 새로 추가된 WASD 이동과 구르기의 조합은 전투를 더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회피와 질주를 포함한 이동은 왼순에, 공격은 오른손에 집중된다. 즉, 왼손과 오른손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몬스터 떼가 몰려오는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컨트롤에서 실수할 우려가 현저히 낮아진다.
빌드짜기에 기대감 더하는 짜임새 있는 스킬 조합
패스 오브 엑자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빌드 짜는 재미도 여전하다. 스킬은 레벨을 올리며 하나씩 확보할 수 있으며, 스킬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시연에서는 레인저 스킬 3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전방에 광역으로 번개를 뿌리는 스킬, 지정한 곳에 번개구체를 날리는 스킬, 적을 독에 중독시키는 스킬이다. 초반이기에 스킬 수는 많지 않았지만 각각이 지닌 효과와 적의 종류와 수 등을 고려해 서로를 조합해가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독화살을 먼저 쏴서 적을 중독시킨 이후에 빠르게 널리 번개를 흩뿌리는 광역스킬로 마무리를 하거나, 체력이 낮은 몬스터가 몰려 있는 곳에 구체를 날려 체력을 많이 소진시킨 후 하나씩 상대하는 방식이다. 스킬은 하나씩 생성될 때마다 캐릭터가 확실히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위력을 지녔고, 각 효과가 명확해서 빠르게 파악해 조합을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플레이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스킬 젬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게 한다. 스킬 젬 역시 모든 직업이 사용할 수 있고, 최대 5개를 사용해 스킬을 입맛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근거리를 원거리로 바꾸는 등 크게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알려졌기에 잘만 구현된다면 동일한 스킬로도 이런저런 젬을 붙여가며 다른 빌드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수대에서 시작,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두운 분위기를 한껏 강조했다는 점이다. 일단 캐릭터 선택부터 모두가 교수대에 걸려 등장한다. 게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클래스가 교수대에 서 있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하면 사형이 집행된 와중 혼자서 목을 매단 줄이 끊어지며 살아난다. 이후 현장에서 도망친 후 무기를 얻고 본격적인 플레이가 시작된다. 게임 도입부부터 암울한 분위기를 강조해서 전해주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초반 지역 전반에 이어진다. 한 치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하며, 군데군데 횃불만 길을 비추고 있다. 이는 시작 지점과 함께 첫 마을과 본격적인 첫 필드, 이후 지역인 숲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등 사운드 측면에서도 긴장감을 자극한다.
전투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도 적들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임프나 거미와 같은 작은 몬스터는 그나마 부담이 덜하지만 늑대인긴과 같은 몸집이 큰 몬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시각적으로 깜짝 놀라게 된다. 어두움과 함께 약간의 공포감을 심어주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디아블로 4, 바짝 긴장해야겠는데?
출시를 앞둔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재미와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전작의 묘미였던 ‘빌드 구축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제작진이 추구하는 더 하드코어한 전투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경쟁작이자 시장에 지배적인 게임으로 자리하고 있는 디아블로 4 입장에서는 바짝 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디아블로 3와 패스 오브 엑자일의 대결은 무대를 옮겨 디아블로 4와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정면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