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게임 표지 사진이 웃음벨 TOP 5
2025.02.13 17:17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 표지 사진은 명함과도 같다. 게임의 분위기와 주인공/빌런의 모습, 간단한 배경이나 설정 등을 한 눈에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게임에 따라서는 표지 구성을 통해 반전을 주기도 하고, 누구나 한 눈에 기억하는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기도 한다. 게임 관련 기사에도 대부분 표지 사진이 메인 이미지로 등장하며, 평점 사이트나 스토어 등에 표시되는 이미지도 대부분이 표지다. 그렇다 보니 게임사로서는 게임 출시 전 잘 만든 표지 사진을 뽑아내는 것이 마케팅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어떻게든 소비자들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정반대 측면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너무 못 만들었거나, 게임 외적인 이유로 인해 예기치 않은 이슈를 불러모은 사례들이다. 이 중 일부는 인터넷에서 밈이 되어 본 게임보다도 더욱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한다. 오늘은 보기만 해도 웃음벨이 터지는 게임 표지 사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오버워치 2 카우보이 비밥 컬래버, 어디서 거지 왕초를 데려왔어?
이번 사례는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 전체 표지 사진은 아니고 이벤트 표지 사진이지만, 게이머들에게 큰 웃음벨을 줬으니 선정해봤다. 바로 오버워치 2에서 작년 3월 진행한 카우보이 비밥 캘래버다. 당시 블리자드는 카우보이 비밥 캐릭터들로 분한 오버워치 영웅들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트레일러를 공개했는데, 표지 사진은 역시 주인공인 '스파이크 스피겔' 캐서디였다. 캐서디 자체가 쌍권총을 다루는 미중년 카우보이이기에, 무엇보다 해당 컬래버에서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해당 컬래버는 출시 직후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페이 발렌타인' 애쉬, '제트 블랙' 마우가, '에드' 솜브라, '아인' 레킹볼 등이 원작 캐릭터들과 잘 어울렸고, 전반적인 품질도 우수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오직 주인공 캐서디만큼은 혹평 일색이었다. 풍성한 더벅머리와 수염 자국으로 인해 카우보이 비밥이 아니라 거지 왕초를 데려왔냐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오버워치 2 카우보이 비밥 컬래버 표지 사진을 다시 보면, '거지 왕초'라는 단어와 함께 웃음이 새어나온다.
TOP 4. 레프트 포 데드 2, 저게 사실 FXXX 같은 욕이거덩요
레프트 포 데드 2의 표지는 손가락이다. 2라는 넘버링을 검지와 중지손가락 두 개로 표현했는데, 좀비 사태를 표현하듯 무미건조한 배경에 엄지손가락은 어디로 떨어져 나간 모습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참고로 1편의 경우 손가락을 네 개 폈는데, 레프트 '4' 데드라서다. 아직 3편 제작 여부조차 불투명하지만, 먼 훗날 4편이 나온다면 이걸 어떻게 표현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손가락이 영국에서는 조금 다르게 표현돼 있다. 손등이 아니라 손바닥 쪽을 앞으로 보이게끔 뒤집은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영국에서 손등을 보이며 검지와 중지로 V를 그리는 손동작이 욕이기 때문이다. 과거 백년전쟁 때 프랑스군이 영국 궁병들을 포로로 잡은 후 다신 활을 쏘지 못하게 검지와 중지를 자른 데서 유래됐다는 속설이 있긴 한데, 어쨌든 영국에선 저 동작이 중지만 편 FXXX 동작과 비슷하기에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 결국 영국 표지만 저렇게 뒤집혔다. 왠지 좀비를 데려다 놓고 손 뒤집으라고 요청하는 듯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다.
TOP 3.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우뢰매 포스터인가요?
유난히 출시 전부터 부정적인 화제를 많이 모으고 있는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주인공 야스케의 인종이나 왜곡 문제부터, 어긋난 고증, 제작진의 각종 논란성 발언 등 그야말로 논란 그랜드 슬램을 달성 중이다. 여기서 하나가 더해졌으니, 올 2월로 발매가 연기된 후 새롭게 공개된 게임 표지다. 원래는 토리이 앞에서 야스케와 나오에가 교차하는 포즈로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외 등장인물들을 다수 집어넣은 새로운 표지가 등장했다.
게임을 둘러싼 논란을 제외하고서라도, 새 표지는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다. 일단 인물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며, 왠지 모르게 명랑해 보이는 소년이 중앙 하단에 커다랗게 나와 있어 게임의 분위기와도 잘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인물이 많이 등장하더라도 어쌔신 크리드와 암살단이라는 시리즈적 특징과 잘 어우러진다면 모르겠지만, 그냥 일본 배경이니 일본인을 대량으로 넣자며 만든 듯 보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심형래 주연의 아동용 특촬물 '우뢰매'가 연상된다는 평도 있는데, 우뢰매가 기분 나빠할 듯 하다.
TOP 2. 메가맨 북미판, 록맨이 왜 권총을 들고 있어?
웃음 터지는 표지 사진 리스트에, 이른바 '양키 센스'라 불리는 괴상한 북미판 재해석 표지들이 빠질 순 없다. 사실 이 양키 센스 표지만으로도 리스트를 모두 채울 수 있지만, 오늘은 그 대표격으로 딱 한 명만 데려왔다. '메가맨'으로 북미에 발매된 록맨 첫 타이틀이다. 어쩌다 저리 폭삭 삭아버렸는지 모르겠는 얼굴, 마이클 잭슨 무대의상을 연상시키는 황금 갑옷, 보기만 해도 불편해지는 어정쩡한 자세와 옷 주름, 대체 뭔지 알아보기도 어려운 배경...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무엇보다 큰 웃음 포인트는, 명색이 록맨인데 버스터 대신 권총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얼굴이나 복장 정도야 어찌저찌 재해석했다고 쳐도, 게임의 핵심 기능인 버스터를 권총으로 바꿔 놓은 점은 그야말로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북미판 메가맨 포스터는 오히려 컬트적인 인기를 얻으며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고, 급기야 35년 후 출시된 대전격투게임 스트리트파이터X철권에 '메가맨'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세월이 지나며 살이 찐 모습은 덤.
TOP 1. 콜 오브 듀티 3, 설마 지금 프래깅 중입니까?
2006년 출시된 콜 오브 듀티 3는 처음으로 인피니티 워드가 아닌 트레이아크가 제작한 시리즈다. 트레이아크 첫 작품인지라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 평가나 사업적 성과도 그리 좋지 않았고, PC로 출시되지도 않았기에 국내에서는 게임을 해 본 사람이 드문 그런 비운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단 하나 살아남은 것이 있으니, 바로 게임 표지 사진이다. 미군인 주인공이 용감하게 총을 겨누고 있는 저 그림 말이다.
문제는, 총구 방향이다. 아무리 봐도 화면 저 안쪽에서 독일군이 진격해 오고 있고, 참호 바로 앞까지 진격해 근접전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그 와중, 우리의 주인공은 총구를 아군 편으로 향하고 있으니... 일각에서는 급박한 상황에서 상관을 살해하는 '프래깅' 상황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표지 오른쪽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며 "야! 어디다 쏘는 거야!"를 외치고 있는 듯한 동료의 모습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