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월드컵 트럼프 급, 뻔뻔한 숟가락 얹기 달인 TOP 5
2026.07.23 16:11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월드컵 우승 시상대에서 황당한 촌극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눈치 없이 우승팀 스페인 선수들과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근처에서 얼쩡거리다 옆으로 밀려난 것이다. 당시 전 세계 사람들의 반응은 "네가 왜 거기서 숟가락을 얹으려 하냐"며 조롱하는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땀 흘린 선수들의 역사적인 순간에 무임승차하려다 망신만 당한 꼴이다.
재미있게도 게임 속에도 이런 명장면(?)이 간혹 등장한다. 뼈 빠지게 고생한 주인공 파티에 묻어가며 자기가 공을 세운 척하거나, 시종일관 훼방만 놓던 권력자가 상황이 역전되자 비굴하게 '너희를 믿었다'며 태세를 전환하기도 한다. 영광의 순간에 어김없이 나타나 뻔뻔하게 '숟가락 얹어 가려던' 기회주의자 캐릭터들. 이 얄미운 녀석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TOP 5. 월브렌 봉글(발더스 게이트 3)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 게이트 3'에 등장하는 딥 노움 종족의 지도자, 월브렌 봉글. 2막에서 달오름 탑 지하감옥에 갇힌 채 등장하는데, 탈옥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참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구 바커스의 눈물겨운 부탁이 아니라면 굳이 하고 싶지 않을 정도. 구출 직후부터 그는 감사 인사는커녕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하고, 선택에 따라 바커스조차도 그를 손절한다.
월브렌을 슥삭 처치해버리지 않는 한, 그의 뻔뻔함이 극에 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정치판을 구르고 팩션들을 규합해 피 튀기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자 갑자기 튀어나와 이 모든 영광이 자신과 아이언핸드 노움의 결단 덕분이라며 당당히 지분을 요구한다. 퀘스트 보상 역시 그를 죽이고 바커스를 옹립하는 쪽이 좀 더 좋기에, 플레이어의 정신건강과 발더스 게이트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는 월브렌은 꼭 슥삭! 명심하자.
TOP 4. 미스터 사탄(드래곤볼 게임 시리즈)
엄밀히 말하면 만화 캐릭터이긴 하나, 게임에서도 원작 장면 재현이 많이 되므로 여기에 소개한다. 4위는 드래곤볼 시리즈에 등장하는 미스터 사탄. 지구의 운명이 걸린 셀 게임에서 허세 하나 믿고 셀에게 도전했다가 광속으로 이탈하고, 이후 손오공 부자가 목숨 걸고 셀을 소멸시킨 틈을 타 "내가 셀을 해치웠다다"며 전 세계를 속여먹는다. 카메라도 고장났고 번쩍번쩍하는 빛과 에너지 충격파 때문에 목격자가 없다는 점을 잘 이용한 무임승차다.
이를 통해 미스터 사탄은 지구의 구세주로 추앙받고, 전 지구적 부와 명예를 싹쓸이한다. 마인 부우 사태에서도 안전한 곳에 짱박혀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V자를 그리는 꼴이란.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꽤 의미 있는 활약을 하며 과거를 세탁하긴 하지만, 셀 게임 당시의 무임승차 전략은 게임에서도 여러번 소개될 정도로 밉상 최고봉이다.
TOP 3. 동백(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에 등장하는 금강단 소속 캡틴 동백. 이 인간은 특유의 근거 없는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치졸함의 화신이다. 포켓몬들이 폭주하는 전세계적 사태 속에서도, 자기가 섬기는 붐볼의 폭주를 신성한 축복이라며 방치한다. 더 나아가 사태를 해결하러 온 주인공을 벌레 보듯 무시하며 길을 막아서기까지. 그야말로 암덩어리 메이커다.
더 가관인 것은 위기가 해결된 후의 태도다. 주인공이 피땀 흘려가며 붐볼을 진정시켜 놨더니, 동백은 그간의 삽질은 없었던 것처럼 이 모든 게 내 큰 그림이었다며 숟가락을 얹는다. 물론 결국엔 결국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수행에 정진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참작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워낙 앞서 행보가 나르시즘과 비호감의 화신인지라 딱히 호감이 가진 않는다.
TOP 2. 단델라이언(더 위쳐 시리즈)
더 위쳐 시리즈의 음유시인이자 게롤트의 거의 유일한 절친인 단델라이언. 작중 최고의 예술인이자 엘리트이고, 게롤트의 무용담을 세상에 알린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곰곰히 뜯어보면 엄청난 무임승차 권위자다. 일단 그의 행적을 보면 가는 곳마다 여자 꼬시기에 몰두하다 치정사건에 휘말리거나, 호기심도 많고 오지랖도 넓어서 각종 사고에 매번 얽힌다. 당연히 이를 구해주는 것은 게롤트의 일. 게롤트 스스로 "단델라이언은 나한테 월급이라도 줘야 해"라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게임 속 모든 퀘스트 일지와 인물 사전, 로딩 화면 내레이션, 심지어 소설까지도 전부 단델라이언의 서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특유의 허풍선이 기질로 인해 과장과 왜곡이 곳곳에 섞여 있다. 실제로 사건이 끝나고 그가 써내려간 일지나 발라드를 보면 단델라이언은 게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략가이자 동업자가 되어 있다. 게롤트가 '사실과 좀 다른 거 아냐?'라고 지적해도 요지부동. 숟가락 얹기에서는 적수가 없을 지경이지만, 악인이 판치는 위쳐 세계에서 꽤 드문 선역이자 미워할 수 없는 재간둥이니 2위에 살짝 놓아두자.
TOP 1. 패치(프롬 소프트웨어 게임들)
다크 소울, 블러드본, 엘든 링을 관통하는 프롬소프트웨어의 영원한 마스코트를 꼽는다면, 바로 '패치'가 아닐 수 없겠다. 대대로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치기로 유명한 대머리 캐릭터인데, 주인공을 몰래 처치하려다 멀쩡히 살아 돌아오면 순식간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처세술을 보여준다. 보통 패치의 패턴은 "저 아래 엄청난 보물이 있다"며 플레이어를 사지로 유인하는 것. 이후 플레이어가 각종 함정이나 괴물들과 싸우는 동안, 위에서 유품 털어먹을 궁리를 한다.
그러나 프롬 게임들의 주인공이 다 그렇듯, 플레이어의 힘을 빌어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패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가 살 줄 알았다", "이건 작은 오해일 뿐이다"라며 마치 한 편이 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자기 팀 선수 퇴장은 취소시키고, 우승 팀한테는 이길 줄 알았다며 함께 사진 찍으려 드는 뻔뻔함의 화신 '누군가'를 보는 듯하다. 그나마 패치는 자주 보다 보면 정도 들고 나름 친근한데, 현실 속 그는 자주 보면 더 화가 난다. 역시 게임은 현실 못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