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액션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다른 사람에게 ‘넌 진짜 패링에 미친 것 같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세키로, 카잔 등 유명 패링 액션게임은 무조건 2회차 이상 달리고, 심지어 패링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엘든 링에서도 항상 패링 방패를 들고 다녔다. 그만큼 패링을 사랑하기 때문에 패링 액션게임 소식이 들리면 일단 찜 목록에 추가하고 본다.
그렇기에 최근 가장 많은 기대를 했던 작품은 다름 아닌 지난 4일 출시된 게임프리크 신작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Beast of Reincarnation)’이었다. 패링 손맛도 좋아 보였고, ‘모노노케 히메’를 떠올리게 하는 동양풍 세계관, 대형견 ‘쿠’와의 협동 액션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았다. 그렇게 부푼 기대감과 함께 출시와 동시에 게임을 시작했는데, 그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 부족하지만, 나쁘지 않았던 액션과 파밍
게임을 시작하고 우선적으로 살펴본 부분은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있던 액션이다. 솔직히 액션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어도 나쁘지 않았다. 패링 성공 시 터지는 불꽃 효과와 컨트롤러 진동 덕분에 손맛이 느껴졌고, 패링으로 적 스태미나를 소진시킨 뒤 처형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적도 공격을 튕겨내기 때문에 무작정 공격을 퍼부을 수도 없어, 공방을 주고받는 긴장감도 충분했다. 물론 처형 효과음이 깡통을 막대기로 때린 듯한 힘 빠지는 소리라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여기에 ‘쿠’를 통한 협동 액션으로 전략성도 채웠다. 쿠는 평소에는 자동으로 공격을 수행하지만, ‘결속’ 게이지가 충분하다면 원하는 타이밍에 스킬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스킬은 적에게 화상, 독, 속박 등 상태이상을 걸거나, 광역 공격으로 여러 적을 공중에 띄우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광역 공격이 거의 없어, 일 대 다 전투에서는 쿠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 난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아이템을 파밍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보물 상자나 정예 적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영혼석, 방어구, 부적 등 장비나 거점 성장에 필요한 재료,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 등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거점을 키울수록 무기 강화 및 재료 생산 제한이 풀리는 데다, 장비 중에는 속성을 부여하거나 적을 일정 확률로 아군으로 만드는 등 재밌는 효과가 많아 파밍 과정에서 충분한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스토리·보스전 등, 액션 RPG의 핵심을 채우지 못했다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위 내용처럼 장점이 없진 않지만, 이에 비해 단점이 훨씬 많았다. 스토리 구성, 보스전 등 RPG에서 중요한 요소 대부분의 완성도가 미흡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스토리 몰입감이 떨어진다. 몰입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깊이 있는 세계관과 스토리, 혹은 매력적인 캐릭터 정도다.
이를 게임에 대입해 보면 ‘부식몬’과 ‘누시’ 등 ‘모노노케 히메’가 연상되는 세계관,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로봇 ‘골렘’, 그 안에서 이들과 공존하거나 억압받는 인류 등 겉보기에는 흥미로운 설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를 전달하는 서사 전달 능력이 부족하다.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세계관에 숨겨진 비밀이나 각 인물에 얽힌 사연 등 중요한 서사가 인물 간의 단순 대화로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역동적인 사건이나 액션, 카메라 연출 등 시각적인 장치가 없으니, 감정 전달력이 떨어져 중반부터 지루함도 커졌다. 충분히 더 좋은 방식으로 서사를 전달할 수 있을 텐데, 매력적인 세계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서사가 부족하더라도, ‘붉은사막’처럼 깊이 있는 모험 요소나 보스전으로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그마저도 채우지 못했다. 장점으로 언급한 파밍 요소와는 별개로, 모험 패턴이 매번 똑같다. 거점에서 나와 적을 처치하며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보스를 처치한 뒤 다음 지역으로 이동한다. 그사이에 숨겨진 장소나 돌발 이벤트 같은 변주 요소도 찾아보기 어렵고, 맵 디자인도 대부분이 숲이나 풀로 뒤덮인 폐건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특색도 없다. 등장하는 적 종류도 많지 않아, 새로운 지역을 모험한다는 설렘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단조로운 보스전도 단점이다. 보스 종류가 10개가 채 되지 않고 재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패턴도 대부분 재사용되고 한 두 개 정도만 추가되는 수준이다. 심지어는 보스 격파 후 나오는 컷신 역시 매번 똑같아서, 새로운 보스를 만나면 긴장감이나 두근거림보다는 “또 얘야?”라는 지겨움이 앞선다. 여기에 불편한 카메라 시점까지 더해지며 불쾌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프리크의 액션 RPG 도전, 노하우 부족이 느껴진다
종합적으로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액션 RPG에 대한 제작 노하우 부족이 여실히 느껴진 작품이었다. 패링이나 ‘쿠’와의 협동 액션은 합격점이었지만, 액션 RPG의 핵심 중 하나인 서사와 보스전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컷신이나 공격 패턴이 재사용되는 경우도 많고, 어떻게 해야 캐릭터 감정선과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는 느낌이었다.
물론 확실한 장점도 갖추고 있기에 아예 플레이를 못할 수준의 망한 작품은 아니다. 제작사 측에서도 출시 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일부 컷씬 스킵 기능 추가, 카메라 구도 변경 등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게임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그 기대감을 한참 낮춘 뒤 플레이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