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GTA 6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이번엔 어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할지, 오랜만에 등장하는 바이스 시티는 얼마나 사실적일지, 게임 속에서는 어떤 스토리가 진행될지... 사실 그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GTA 시리즈 특유의 범법 행위들이다. 아무래도 범죄자들의 일대기를 담다 보니 게임 내에서도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번엔 과연 어떤 범죄 미션들이 나올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 현실과 혼동하진 말아야겠지만.
사실 GTA 시리즈가 매번 폭력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긴 하지만, 현실과 비교하면 GTA는 말 그대로 '순한 맛'이다. 게임 내에서 묘사되는 기상천외한 막장 범죄들의 발상들은, 대다수가 실제로 일어났던 현실 속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실제 사건 기반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현실 속 비극이 겹쳐지며 하나의 블랙 코미디가 된다. 최신작인 GTA 6의 주인공들도 미국의 유명한 실존 범죄자 커플인 ‘보니와 클라이드’를 모티브로 제작되지 않았는가. 이처럼 GTA 속 범죄 장면들 중, 알고 보니 진짜 실화였던 사건 TOP 5를 모아봤다.
TOP 5. GTA 5, 레오노라 존슨 살인사건
1947년 LA를 발칵 뒤집어놓은 '블랙 달리아' 사건은 20대 무명 배우의 반토막 난 시신이 발견된 미제 살인사건이다. L.A.느와르에서도 한 차례 이를 해결하는 퀘스트를 만든 바 있는 락스타게임즈는, GTA 5에서도 '레오노라 존슨 피살 사건'이라는 바인우드 연예계 미스터리 퀘스트를 통해 이 사건을 재해석했다. 영화감독 피터 드레이퍼스가 순수한 예술적 영감을 얻겠다며 신인 여배우를 고문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인데, 얼마나 원통했으면 이스터 에그처럼 귀신이 되어 등장한다.
여기에, 락스타게임즈는 더 큰 고통을 첨가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면 광활한 맵 구석구석에 흩어진 50장의 편지 조각을 주우러 다니는 극한의 '폐지 줍기'를 완료해야 한다. 현실에서 70년 넘게 못 잡은 범인을 가상 세계에서 프랭클린으로 쫓아가 샷건으로 응징할 수 있으니 나름 통쾌한 사이다 결말이긴 한데, 편지 50장 모으다 플레이어 멘탈이 먼저 살해당할 지경이다. 아무튼 게임에서라도 범인을 잡았으니, 좋았쓰!
TOP 4. GTA 4, 미카일 파우스틴 숙청
1980년대 말, 구소련 붕괴 전후 뉴욕 브루클린 남부의 브라이튼 비치는 구소련계 마피아 '브라트바'의 본거지가 되었다. 이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정유 유류세 포탈 사기, 고리대금업, 무기 밀매, 청부 살인을 자행했다. 이들은 높은 폭력성과 약물 중독, 상호 불신 등으로 뉴욕 암흑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는데, 배신자나 경쟁자를 고문실에서 살해한 후 사체를 훼손해 대서양에 유기하는 잔혹성으로 악명 높았다.
GTA 4에서, 락스타게임즈는 이를 리버티 시티의 러시아 마피아 보스, 미카일 파우스틴에게 대입시켰다. 그는 대화 중에 부하의 태도가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태연하게 권총을 뽑아 즉결 처형해 버리는 살벌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리버티 시티에 도착한 주인공 니코 벨릭이 처음 맡은 일이 바로 이 인간의 뒤치다꺼리였다. 사촌 로만의 빚 갚으러 왔다가 마피아 간부들의 막장 권력 다툼에 휘말려 목숨 걸고 청부살인이나 뛰는 꼴이라니. 결국 동업자 디미트리의 사주로 통제 불능이 된 파우스틴을 옥상에서 벌집으로 만드는 광경은, 낭만 따윈 개나 준 현실 범죄 조직의 비열한 모습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TOP 3. GTA: 바이스 시티, 마약 거래 기습
1979년,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데이들랜드 몰에서 대낮에 터진 총격전은 마이애미에 '미국의 살인 수도'라는 낙인을 찍은 참극이다. '코카인 대모'라 불리는 그리셀다 블랑코의 암살단이 철판 방탄 트럭을 타고 나타나 경쟁 조직원들을 기관단총으로 살해한 사건인데, GTA: 바이스 시티의 오프닝이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부둣가에서 돈과 물건을 교환하려던 찰나, 복면 괴한들이 컨테이너 뒤에서 튀어나와 밴스 형제의 형을 골로 보내버리고 돈을 싹 털어 도주하는 장면이다.
감옥에서 15년을 썩다 갓 출소해 상쾌하게 바이스 시티 공기를 마시던 주인공 토미 버세티는, 튜토리얼도 제대로 즐기기 전에 땡전 한 푼 없는 알거지가 되어 암흑가 밑바닥으로 내던져진다. 알고 보니 이 기습을 사주한 배후가 마약 거물 리카르도 디아즈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되는데, 80년대 화려한 네온사인과 하와이안 셔츠 뒤에 숨은 피비린내 나는 마약 카르텔의 실체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과연 GTA 6의 2020년대 바이스 시티에서는 이러한 참극이 또 벌어질까?
TOP 2. GTA 5, 팔레토 작업
1997년, LA 노스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은행 강도 사건은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처절했던 44분간의 시가전으로 기록됐다. 2명의 범인은 은행을 털며 전신 방탄복을 겹겹이 껴입은 채 드럼 탄창을 단 개조 소총으로 무려 2,000발의 총알을 난사했고, 9mm 권총뿐이던 경찰들은 인근 총기상으로 달려가 반자동 소총을 급히 빌려와 대응해야만 했다. 이 총격전으로 범인들은 사망했지만 경관 12명과 민간인 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후 미국 전역의 순찰 경관들에게 순찰용 돌격소총을 제식 보급하게 만든 전환점이 되었다.
GTA 5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팔레토 작업' 미션은 이 사건의 시각적 구도를 극한까지 오마주했다. 범인들의 급조 방탄복을 군용 EOD 슈트로 격상시키고, 분당 수천 발을 뿜어내는 미니건을 들려 은행 문을 박차고 나오게 만들었다. 일렬로 늘어선 경찰차와 상공의 헬기까지 뚫고 화력 쇼는 그야말로 현실 사건을 뛰어넘는 스케일이다. 게임 속 주인공들은 현실의 강도들과는 달리 퇴로가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전차까지 격퇴하고 달리는 화물 열차에 뛰어내려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하이스트 장르 특유의 쾌감을 극대화한 이 미션을 보면 저승에 있는 노스 할리우드 은행 강도 사건 범인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TOP 1. GTA: 산 안드레아스, 프랭크 텐페니와 로스 산토스 폭동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판결로 촉발된 'LA 폭동', 그리고 갱단보다 더 썩어빠졌던 LAPD 경찰 특수반의 '램파트 스캔들'. 90년대 LA를 생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이 두 사건은 GTA: 산 안드레아스에서 하나로 합쳐져 스토리의 중심축을 이룬다. 작중 만악의 근원인 프랭크 텐페니 경관은 램파트 스캔들의 주인공인 실존 부패 경관 라파엘 페레즈를 모델로 창조된 인물이다. 그는 살인 누명을 씌워 주인공 CJ를 노예처럼 부려 먹고 뒷골목 마약 유통까지 쥐락펴락하며 부패 경찰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게임 후반부, 온갖 악행을 저지른 텐페니가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뻔뻔하게 무죄 방면되자 로스 산토스 전역에 폭동이 일어난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건물을 불태우고 상점을 약탈하는데, 1992년 LA 폭동의 혼란상을 그대로 담았다. LA 폭동의 경우 코리아 타운도 휘말릴 뻔 한 적이 있기에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익숙한 장면인데, 이를 게임 스토리의 가장 큰 축으로 자연스레 녹여냈다. 이런 점이 GTA: 산 안드레아스를 시리즈 최고 명작으로 꼽는 원인이 아닐까? 참고로 소방차를 타고 발악하다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텐페니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봐도 속이 뻥 뚫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