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발 여야 정치 싸움에 휘말린 모던 워페어
2026.10.23 17:59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올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영화 '암살자(들)'은 페노메논과 함께 대중문화 부문에서 가장 핫한 주제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영화가 육영수 저격 사건 배후에 정부가 있다는 방향으로 역사를 왜곡했다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 및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의견 충돌을 넘어, 여야 의원 사이에서 고성이 여러 번 오갔고, 국민의힘에서는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을 국정감사에 불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 영화를 둘러싼 정치권 공세에 예상치 못한 게임이 휘말렸다. 10월 23일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이하 모던 워페어 4)'다. 10월 23일 열린 문체위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문체부 최휘영 장관을 상대로 '모던 워페어 4'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김 의원의 이야기를 압축하면 남침한 북한을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 응징하는 스토리를 앞세운 모던 워페어 4가 젊은이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좌파 진영에서 이 게임에 대해 유통 중지를 시켜야 한다는 과민반응을 일으킨 것은 이중 잣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때마다 사회가 혼란해질 것인데, 문체부 장관이 창작의 자유가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최휘영 장관은 "정부는 게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전 검열을 하고 있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는 명예훼손, 형법 등 다른 법 체계로 구제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라고 답변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다루는 창작물이다. 창작물에 대한 대중의 평가와 비판은 제작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를 거론하는 순간, 의도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탐탁지 않은 특정 콘텐츠를 찍어 누르거나, 내용을 수정하게 만드는 '검열'을 자행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매년 국정감사를 하는 목적은 국회가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며 국정 운영 전반을 감시하고, 문제를 지적하고, 더 좋은 대안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질의 시간이 부족하다"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문체부 및 산하기관에서 잘못 진행하고 있는 행정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타당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게임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BJ 프로모션 문제,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을 악용한 불법 환전, 단기계약직 위주의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 구조 문제,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 실효성 강화 요구 등도 거론됐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적고, 수출 기여도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게임업계 문제는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특히 문체부의 게임산업 육성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 완전 자율심의로 넘어가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점검, 게임 진흥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한 세밀한 감사가 부족했다. 국내 게임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상황이기에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인데, 국정감사에서 이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게임산업을 챙겨주지 않아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게임산업 외에도 수많은 문화, 체육, 관광 이슈가 화두에 오르지 못했다. '암살자(들)', 그것도 문화산업 관련 이야기도 아니고 정치권 공세에 휘말려 '정부에 대한 감사'라는 목적이 흐려진 점은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