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 체험기, 다리가 풀릴 정도의 몰입감
2013.02.04 20:32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PS3 최고의 기대작 '라스트 오브 어스'
지난 31일부터 대만에서 개최된 ‘타이페이게임쇼 2013(이하 TPGS 2013)’ 에 너티 독이 제작 중인 ‘라스트 오브 어스’ 가 출전했다. 사실 ‘라스트 오브 어스’ 는 PS3 팬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기대작임에도 불구, 아직까지 밝혀진 점이 의외로 많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해왔다.
그리고 2일, ‘라스트 오브 어스’ 의 시연 데모 버전이 아시아 지역 미디어를 상대로 최초 공개되었다. 이날 선보여진 데모는 게임의 초반부인 ‘외각 지역(Outskirts)’ 스테이지로, 주인공 조엘과 어린 소녀 엘리,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행동하는 성인 여성 테스가 보스톤의 외곽 지역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데모를 통해 게임 초반부의 '외곽 지역' 스테이지를 시연할 수 있었다
게임이 사실적이어야 하는 이유 제시
스테이지가 시작된 후, 기자는 순간 5분 가량 게임 진행은 뒷전에 몰아둔 채 게임 감상에 열중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인기척이 전혀 없이 숲에 침식당한 도시, 빗방울이 벽을 타고 바닥으로 멍울져 떨어지는 표현, 기울어진 건물들과 곰팡이 냄새가 날 것 같은 내부… 모든 것이 상상 이상의 사실도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 중 화룡점정은 단연 빛 표현이었다. 전기공급 따윈 끊긴 지 오래인 폐건물 특성 상 시야를 밝히기 위해서는 조명의 사용이 필수적인데, ‘라스트 오브 어스’ 의 조명은 그 동안 어떤 게임에서도 보지 못했던 사실감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광원 표현 잘 됐네’ 하고 여겼지만, 캐릭터를 움직이니 광원과 대상의 간격과 각도 변화에 따라 빛의 세기와 그림자 각도, 크기, 명암 등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문화 충격’ 이었다.
주인공 조엘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주듯 미세하게 흔들리며 공기 중의 먼지까지 보여주는 이러한 광원 효과는 단순히 사실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의 메인 요소인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데 크게 일조한다. 라이트를 향한 곳에 감염자가 있을 경우 그 팽팽한 긴장감이 툭 끊어지는 느낌이 실제로 들 정도니 말이다. 이전에도 ‘앨런 웨이크’, ‘사일런트 힐’ 등 빛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임은 많았지만, 언제까지나 어둠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였을 뿐이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 의 빛 표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왠지 모를 불안감까지 심어준다.
▲ 비오는 폐허,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캐릭터들의 표현이 예술이다
▲ 빛과 그림자의 표현 능력은 정말이지 극에 달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 의 사실성은 그래픽 뿐만이 아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목소리, 주변의 활용 요소, 전투와 이벤트 등 게임 전반에 걸쳐 비현실적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일종의 퍼즐 요소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스트 오브 어스’ 는 그런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기껏해야 기울어진 건물 탓에 문을 막고 있는 책상을 끌어당겨 길을 튼다던가,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해 엘리와 테스를 먼저 올려보낸다던가 하는 등의 행동이 전부다. 자연스럽지 않은 의도적 퍼즐 장치가 없으니, ‘생존’ 에만 한결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게임 내에 전혀 퍼즐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퍼즐 요소는 작위적인 물건 맞추기나 점프 이동하기가 아닌,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응용 전술에 가깝다. 감염자의 수가 많을 때 그들을 효과적으로 한 곳에 모아 일망타진 한다던가, 시선을 돌린 후 몰래 빠져나가던가, 혹은 하나하나 효과적으로 해치우며 정면 돌파하는 식이다. 기자는 빈 병을 멀리 바닥에 던져 근처에 있던 감염자를 오게 만든 다음 화염병을 던져 모두 해치우고, 남은 적에게 살금살금 접근하여 산탄총과 벽돌 등을 이용해 하나하나 제거하는 방법 등을 사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 무기가 부족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정면승부를 벌이지 않았어도 될 것 같았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한없이 부족한 무기와 자원 역시 게임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에 감염자들이 내는 ‘사람’ 의 음향, 애써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그를 조종하면서 더욱 숨죽이고 있는 플레이어까지. 정리하자면, 긴장감 하나만큼은 최근 몇 년 새 즐겨본 게임들 중에서 정말 최고 수준이었다. 분명 장르만 보면 호러 게임은 아닌데, 게임을 끝내고 나면 호러 게임보다도 더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굳이 따지자면 긴장감의 강도가 살짝 지나칠 정도로 높아서 사람의 진을 빼 놓을 정도라는 것 정도가 단점이지만, 바꿔 말하면 그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장점이기도 하다. 게임이 사실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라스트 오브 어스’ 를 하면 된다.
▲ 팽팽하던 긴장감은 적이 덮쳐오는 순간 팍! 하고 끊어지며 다리를 풀리게 만든다
전투는 부가적인 것, 메인은 ‘선택’
당초 알려진 게임의 주인공은 조엘과 엘리, 그러나 실질적으로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는 조엘 뿐이다. 엘리를 포함한 나머지는 AI로, 플레이어를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한다.
인용문을 쓴 이유는, 이번 데모에선 아직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AI를 만나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전하다 싶으면 따라오고, 높은 곳에 올라갈 때 도와주는 정도의 역할에서 그친다. 이마저도 어느 정도 이벤트성 컷씬에 가깝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동료와 함께 하는 생존’ 이라는 것이 별로 느껴지진 않는다. 제대로 가누기도 어려워 보이는 라이플을 들고 감염자를 처치하는 엘리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일단 캐릭터의 움직임은 즉각적이진 않지만 그만큼 사실적이다. 행동 사이사이의 텀이 길기 때문에 액션 게임이나 TPS처럼 1초에 몇 번씩 방향을 바꾸고 공중에서 휙휙 도는 등의 현란한 조작은 펼치기 어렵다. 아마도 이 때문에 멀티플레이 대전 역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더없이 어울린다.
기본적으로 거대한 스테이지 전체가 오픈 월드로 이루어져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유도가 100% 보장되는 시스템은 아니다. 나아가야 할 길은 거의 한 곳으로 정해져 있으며, 높은 곳에서 떨어지려고 하면 캐릭터가 알아서 걸음을 멈추는 등 의도한 방향이 아닌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어느 정도 되어 있다. 다른 스테이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진행에 있어서는 ‘과정’ 의 차이는 있어도 ‘결과’ 의 차이는 없다.
▲ 아직까지 엘리 등 동료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적들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이번 데모에서는 두 가지 타입의 감염자가 나왔다. 비교적 사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초기 감염자, 그리고 머리 한 쪽이 파헤쳐져 있는 후기 감염자다. 초기 감염자의 경우 시력이 멀쩡하지만, 1대 1로 어느 정도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다(2대 1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후기 감염자는 원거리 무기나 기습 없이는 1대 1에서 거의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하고 강력하지만, 안구 부위까지 버섯이 침투해 있기 때문에 시력이 존재치 않는다.
사실 말만 들으면 대충 상대하기가 쉬워 보이는데, 막상 또 그렇지만도 않다. 초기 감염자와 싸우다 보면 기습 일격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귀가 예민한 후기 감염자가 기괴한 포즈로 달려와 주인공을 물어뜯는다. 한 번만 물어뜯기게 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도망치거나 접근을 방지해야 한다.
때문에 적극적인 전략 활용이 필요하다. R2 버튼을 누르면 조엘이 자세를 수그리고 청각에 신경을 집중시키는데, 발동 시 약간 투시 형태의 화면이 나타나며 벽 너머 주위에 있는 감염자들의 실루엣이 비춰진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혹은 떨어져 나오게 해서 하나하나 각개격파 하면 툭탁거리는 소음은 물론 총을 쏴도 된다. 총알이 없다면 틈을 노려 도망치거나, 유인을 해도 된다. 정말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며, 주 목적은 적을 처치하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것이라는 것만 명심하면 된다.
이 모든 액션을 위해서는 최대한 자원을 아껴야 한다. 총알을 아끼는 것은 물론, 벽돌이나 빈 병 또한 언제 쓰일지 모르니 가능한 한 사용하지 말고 간직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적을 상대할 때는 되도록이면 뒤에서 습격하거나 머리를 노려 한 방에 보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자원을 펑펑 써가며 현란한 컨트롤로 적을 맞상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자주 사용할 방법은 아니다. 기자 역시 모여 있는 감염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권총에 산탄총, 심지어 화염병까지 써 가며 길을 뚫었는데, 이후 등장하는 적에게 연거푸 10번 가까이 죽으며 멘탈 붕괴를 일으킬 뻔 헀다.
▲ 몰려오는 적을 보다 보면 총을 난사하고 싶어지지만, 뒷일은 책임질 수 없다
‘라스트 오브 어스’ 의 시연 시간은 40분이 조금 넘게 주어졌지만, 아쉽게도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사람은 두세 명 뿐, 나머지는 엔딩까지 못 가고 중간에 게임을 끝내야 했다. 난이도가 상당히 높게 설정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아직 데모 버전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반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긴장감이 최고 수위에 도달해있는 명작이라는 평을 내리고 싶다. 캐릭터 간의 관계성 진전에 대한 부분은 짧은 시연 시간 관계상 확인할 수 없었지만, 상상만 해도 즐거울 따름이다. 일부 기자들은 너무 긴장하며 플레이 한 나머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막상 게임 플레이 시에는 옆에서 어드바이스 해 주는 말조차 듣지 못한 채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으니 아무래도 엄살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라스트 오브 어스’ 를 비공식적으로 시연해 본 외국 기자가 ‘너티 독이 최고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라고 평한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 이윽고 마침내 ‘라스트 오브 어스’ 를 플레이 해 본 지금, 그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아직까지도 시연을 하고 나오던 길에 다리가 후들거리던 느낌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얼른 5월 7일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 '라스트 오브 어스' 외곽 지역 플레이 영상
탐험에서부터 전투까지 '라스트 오브 어스' 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