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엠 이종명 대표 '만시간의 법칙, 크리티카에 담았다'
2013.02.05 18:21 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떠올려보면 즐겁기도 했지만, 분명 힘든 시절도 있었다. 회사를 갓 설립했을 때의 설렘, 첫 작품에 대한 기대, 성과를 올렸을 때의 기쁨, 내리막길로 걷는 결과에 안타까움까지. 갖가지 감정의 소용돌이에 토사물을 쏟고 싶은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 교훈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는 확실히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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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엠의 이종명 대표를 만났다. 회사의 두 번째 작품 '크리티카' 공개를 앞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설렘과 긴장보다 담담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아무 느낌이 없는 게 아니라, 준비가 다 됐다는 의미다. "대학 입학을 위해 재수를 두 번 했어요. 공부를 안 했을 때는 요행을 바라기도 하는데, 준비가 되면 내가 공부한대로 나왔으면 하는 확신이 생기잖아요. 지금이 그런 심정입니다. 그만큼 준비가 잘 돼 있거든요. 루니아전기 시절에는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이제는 우리 개발진만 봐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자신있게 게임사업을 한다 말해도 될 정도의 노하우가 쌓인 거 같아요." |
올엠은 지난 06년 '루니아전기'로 본격적인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 이 게임은 넥슨을 통해 서비스된 이후 초기 동접 2만명을 기록하며 나름 순항했지만, 쟁쟁한 작품들과의 경쟁에서 밀린데다 경험 부족으로 서비스에 아쉬운 점을 많이 남겼다. 인기가 점차 죽은 '루니아전기'는 결국 작년 서비스가 종료됐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이 대표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털어놨다. 당시 올엠은 '루니아전기'의 수치적인 목표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기서 성과가 저조해지자 급한 심정에 '마음대로' 게임을 만지며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존 이용자들은 기존 이용자대로, 신규 이용자는 신규 이용자대로 확실히 잡지 못하면서 '루니아전기' 자체도 크게 흔들리며 쓴 고배를 마시게 됐다.
때문에 이 대표는 이런 경험을 교훈 삼아 '크리티카'의 목표는 더 현실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동접이나 매출 등 수치적인 목표가 부질 없다는 걸 깨닫고 '서비스 만족'에 더 집중하겠다는 설명.
"동접이 얼마가 됐든, 우리 게임을 즐겨주는 이용자들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때문에 공개 서비스 이후 성과보다는 6개월 이후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이 기간 동안 이용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파악하면서 빠르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까닭이죠. 우리나라 드라마 보면 시청자를 위해 쪽대본을 쓰고 하잖아요. 바로 이런 심정으로 서비스해 여름방학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크리티카'를 대한민국에서 액션을 가장 잘 아는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라고 자신했다. 스피디한 전개, 쉬운 조작, 그리고 통쾌한 타격감까지. 갖출 건 다 갖추면서도 액션의 '로망'을 실현해줄 수 있는 유일한 온라인 액션 장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크리티카'는 각 캐릭터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 영화나 기존 아케이드 게임 등 각 매체서 느낀 '액션 로망'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 캐릭터 기반 초액션을 강조한 '크리티카'
그러나 '크리티카'는 시장에서 기대작 범주에 속하긴 하나, 소위 '블소급' 정도는 아니다. 트렌드에 부합하는 게임도 아니고, 액션 자체도 PC온라인 플랫폼에서 이제 저무는 추세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요즘 기준이 너무 올라가긴 했지만, 크리티카는 충분히 대작으로 부를만하다"면서 "액션을 잘 아는 우리의 노하우와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비주얼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이를 설명하며 '만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했다. 지난 10년간 액션만 생각했고, 그 안에 재미요소를 고민하고,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힘을 기울였으니 분명 앞서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언어가 됐든, 운동이 됐든 뭐든지 10년은 해야 전문가가 되는 거 같아요. 저희도 지금이 딱 10년차인데, 기존에는 뭘 해도 잘 안 되고, 인력도 늘 부족하고, 무언가 맡겨놔도 엉성한 상황이 펼쳐졌는데, 지금은 각 팀이 알아서 해주니까 그만큼 믿음직스럽습니다. 게다가 올엠은 설립 초창기 멤버가 대부분 남아있기 때문에 노하우도 잘 쌓여 있죠. 이 정도 경험에 노하우까지 있으니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죠."
이종명 대표는 초창기 올엠을 설립할 때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스스로 일하는 회사를 만든다'는 취지가 있었다. 그의 동료인 김영국 개발이사의 의견으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됐는데, 어쨌거나 지금 올엠은 이종명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다. 올엠 자체가 자율성에 기반한 문화가 조성돼 있기 때문.
"놀이에 대해 연구를 하다보면, 그 중심에는 딱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자유죠. 어린아이에게 레고를 주면 하루종일 가지고 놀 수 있지만, 누군가가 이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라 지시하면 곧 흥미를 잃게 됩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순간, 그건 놀이가 아닌 거죠. 일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것과 좋아서 하는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실험적이긴 하지만, 올엠은 정말 자율로써 운영되고 있어요. 10년이 지나니 이런 회사 개발철학이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됩니다. 물론 지금의 올엠을 있게한 힘이기도 하고요."
현재 '크리티카' 개발진은 공개를 앞두고 상용화에 고민하고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이용자를 먼저 생각하는 개발사가 갖는 가장 고된 고민 중 하나다. 이에 대해서도 이종명 대표는 '착한 유료화'를 지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붙여 넣어야 매출이 발생하는지 이미 '루니아전기'로 경험한 그들이지만, 최근 'L모게임'에서 불어온 착한 유료화 정책에 함께 뛰어들고 싶은 것. 이 대표는 "현재 내부 기획팀에서 과연 무엇이 착한 유료화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돈을 쓰는 데 있어서 가치를 느끼고,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티카'는 2월 중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른 시일 내에 공개 서비스에 돌입한다. 또, 6개월 이후 게임온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며, 내년에는 텐센트와 손 잡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 '크리티카' 프로모션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