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어마스터즈' 플레이 영상
19일부터 첫 비공개 테스트의 테스터를 모집하고 있는 ‘코어마스터즈’는 지난해 10월 영상 공개와 함께 세간에 알려졌다. 영상으로 접한 ‘코어마스터즈’는 쿼터뷰 시점부터 캐릭터를 중심으로 대전하는 게임 방식 탓에 ‘리그오브레전드’와 비슷한 또 하나의 게임으로 인지됐다.
이후 ‘코어마스터즈’는 작년 12월 네오위즈게임즈가 판권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테스트 준비에 들어가며 MOBA 장르로 표기했다. 사실 AOS와 MOBA의 차이는 명칭만 다를 뿐 일반적으로 유사한 게임방식 때문에 AOS 장르로 통칭되고 있다. 국내 역시 ‘리그오브레전드’의 큰 인기 탓에 이와 비슷한 게임들은 AOS로 통일되는 추세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면도 있지만, 유사한 게임이 다른 장르를 사용하면 게이머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사 소프트빅뱅에서 만난 ‘코어마스터즈’ 김들판 기획팀장은 “우리 게임은 AOS가 아니다” 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들판 기획팀장의 한마디를 듣자 기자는 ‘딱’ 하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차’ 싶어하는 기자의 모습을 본 최진 PD는 이게 오늘 인터뷰의 주제라는 듯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최진 PD(이하 최 PD)와 김들판 기획팀장(이하 김 팀장)의 말에 의하면 엄밀히 따져 ‘코어마스터즈’의 장르는 AOS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MOBA라고 단정 짓기에도 그들 역시 애매하다는 눈치다. ‘그럼 이 게임의 정체는 대체 뭐야?’라는 생각이 스쳤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코어마스터즈’의 본 모습을 알 수 있었다.
▲ '코어마스터즈' 최진 PD(좌)와 김들판 기획팀장(우)
고전게임 ‘스네이크’의 룰과 예능 프로 ‘런닝맨’ 방식의 결합
‘코어마스터즈’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고전게임을 잠깐 살펴보자. 당시 8비트 게임 중 ‘Snake it MSX’라는 게임이 있다. 86년 HAL이라는 개발사에서 제작한 이 게임은 네모 박스 안에 작은 뱀 한 마리와 알록달록한 먹이(아이템)가 여기저기 놓여 있는 단순한 게임이다.
상하좌우 방향키를 통해 먹이를 모두 먹는 것이 목적으로 고전게임 팩맨과 비슷하지만 ‘Snake it MSX’는 먹이를 먹을 때 마다 뱀이 성장한다. 성장할수록 몸길이가 늘어나며, 몸에 부딪히지 않고 모든 먹이를 먹어야 하므로 성장에 따른 나름의 상황 판단과 전략적인 조작이 필요하다.
김 팀장은 ‘코어마스터즈’가 바로 이런 스네이크 룰에 기반하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사용할 기술을 미리 준비하고 게임 내에서 크리스탈(게임 머니의 일종)을 획득하여 기술을 강화 시켜, 상대와의 대전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게 되는 것이다. ‘사이퍼즈’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사이퍼즈’는 시작 전부터 모든 기술을 제공하는 반면, ‘코어마스터즈’는 일부만 제공하는 차이점이 있다.
▲ 4월 10일 첫 테스트를 앞둔 '코어마스터즈'
‘코어마스터즈’의 특징은 ‘스네이크’ 룰과 AOS 인터페이스와 FPS의 빠른 플레이 흐름이 접목된 것이다. ‘코어마스터즈’의 핵심은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이 적이 되는 Free for all 이라는 개인전 모드다.
개인전은 게임 내에서 8개의 코어를 먼저 획득한 게이머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눈치챘겠지만 총 8명이 참여하는 이 개인전은 1인당 1개의 코어가 주어지며 서로가 뺏고 빼앗기는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이 때문에 팀에서 지시를 받거나 내리는 등의 압박이나 눈치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게다가 일명 딜탱(공격과 방어를 구사하는 역할), 서포터(팀원을 지원하는 역할), 원딜(팀의 주 공격 역할), 정글러(기습하는 역할) 등 정해진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에만 치중해야 하는 부담도 덜었다. 역할 분담을 없앤 것은 라인전도 없음을 의미한다.
정해진 위치에서 초반 각자의 역할만을 해야 하는 기존 AOS 방식은 자칫 게이머들이 실수나 미숙함 때문에 초반부터 팀원과 마찰을 겪게 되는 상황을 일으킨다. 역할 분담과 라인전을 없애 게이머의 이런 스트레스를 던 것이다.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경우 팀원 간의 갈등이 심하잖아요? 특히 서로 부모님의 안부도 자주 묻기도 하고(웃음), 하지만 코어마스터즈는 이런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김 팀장이 ‘코어마스터즈’의 핵심을 개인전에 둔 것은 바로 게이머의 부담감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스트레스 완화 요소에는 짧은 플레이 타임도 한몫한다. 서로의 영역 구분이 최소화되어 있는 맵 구조로 살짝만 앞으로 나가도 상대와 전투를 하게 된다. 또, 사망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아 바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짧은 대기 시간 동안 유령이 되어 상대 진영의 시야도 확보할 수 있어 전투 위주로의 빠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 8명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개인전
최 PD는 “개인전과 랭크전은 평균 20분 내외, 팀전은 15분 내외로 짧아요, 보통 FPS 게임 한 판 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20분 내외에서 게임 한판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일반 AOS게임의 3~40분과 비교했을 시 절반가량 줄인 시간이다.
그렇다고 개인전만 있는 건 아니다. 개인전을 비롯해 4:4의 팀전, 진영 간 대전인 랭크전 그리고 PVE 모드가 있다. 팀전은 20개의 코어를 먼저 모으는 팀이 승리하게 된다. 진행 방식은 개인전을 팀 단위로 옮겨 놓았다. 대신 개인전이 각자가 자신의 컨트롤에 큰 비중을 둔 것이라면, 팀전은 초보자나 실력이 부족한 게이머라도 팀원의 실력이 뛰어나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전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하다.
기존 AOS 플레이 방식과 유사한 랭크전은 팀 단위로 진행되지만, 승리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팀전이 코어 20개를 모아야 승리하는 것이라면, 랭크전은 상대방의 본진(리그오브레전드를 예로 들면 넥서스)을 먼저 파괴해야 승리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게임의 핵심인 코어의 역할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맵에 존재하는 코어 게이트를 파괴하고 코어를 획득해 상대방 본진에 코어 블래스트라는 강력한 기술을 사용해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일종의 공성 무기라 할 수 있는 코어 블래스트는 위기에 처한 팀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전략적 요소로도 작용한다. 그리고 PVE 모드는 제한된 조건에서 게이머 간 협력하여 NPC 보스를 물리치는 방식으로, 현재 세부적인 기획과 개발을 준비 중이다.
▲ 기존 AOS와 유사한 방식인 랭크전
김 팀장은 “이런 모드들은 단순히 정해진 기준을 따르고 뛰어난 컨트롤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어요. 1인이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상황에 따라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눈치가 중요합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언급한 눈치에 대해 최 PD는 예능 프로 ‘런닝맨’을 예로 들었다. ‘코어마스터즈’는 코어 게이트를 차지하기 위해 교전을 해야 하고, 가장 많은 코어를 모아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게이트를 파괴하면 더 이상 재생되지 않아 코어를 획득할 기회가 줄어들고, 종반에는 마지막 1개의 코어 게이트를 놓고 게이머 간 엄청난 심리전을 벌이게 된다.
‘런닝맨’ 역시 최종 목표가 되는 런닝볼을 차지하기 위해 개인 혹은 팀끼리 견제하고 내가 유리해 지기 위해 상대를 탈락 시킬지 말지 고민하면서(등에 붙은 이름표를 뗄 것인가 말 것인가) 가장 많은 런닝볼을 획득해야 승리한다.
여럿이 함께 하나의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에는 악의적인 행동과 비매너가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다. 일명 ‘트롤러’라고 불리는 이 게이머들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게임들이 다양한 장치와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고질적인 문제로 완벽한 해결은 못 하고 있는 상황. ‘코어마스터즈’ 역시 일부분은 이런 게임들과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기에 트롤러 문제를 겪을 것으로 보여 대처 방안을 물어봤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우선 게임 완성도와 테스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롤러 방지를 위해 특별하게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방지 장치를 고려 중인 상황은 아니에요. 일단 우리 게임이 개인전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선 테스트부터 해봐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 '코어마스터즈'의 캐릭터 중 하나인 카즈, 이번 테스트에는 28종의 캐릭터가 공개된다
목표는 ‘코어마스터즈’ 자체가 장르명이 되는 것
개발기간 1년 6개월, 총 개발 인력 50여 명이 만들고 있는 ‘코어마스터즈’의 시작은 단순했다. ‘일단 돌아가는(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만들어 보자’ 였다.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설정을 꾸며보고 매일 점심에 곧바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반나절 혹은 온종일 회의실에서 이론과 이상적인 이야기만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닌 실용과 효율을 따져 빠르게 개발 중이다.
아이디어가 있다, 저거 괜찮겠다, 이건 어때?라는 생각은 바로 행동에 옮겨지고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인터뷰로 개발사를 방문했을 당시 칸막이 사이에서 “다리우스(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의 그거 말이야 이런 식이면 어떨까”라는 대화가 오갔는데 실제로 그런 식이 테스트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개발사는 테스트를 앞둔 상황에서도 분주하게 무언가를 찾고 만들고 있었다.
최 PD와 김 팀장에게 이번 테스트를 시작으로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들은 “코어마스터즈가 장르명이 되는 것?(웃음) 아마 우리 게임과 같은 장르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누구나 처음 보면 리그오브레전드랑 비슷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우리 게임이 하나의 장르명이 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라고 설레는 어조로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고생하는 팀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청하자 최 PD는 “우리 팀원이 각자 알아서 일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게 없다”고 개발자들에게 애정(?)을 보였다.
▲ 1차 비공개 테스트의 테스터 모집은 4월 5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