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PC, PS3, Xbox360으로 정식 발매되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FPS 게임 ‘바이오쇼크’ 시리즈는 실존했을 법한 독특한 세계관과 영화 같은 스토리, 그리고 다양한 총기와 초능력을 섞은 액션의 재미가 어우러진 ‘명작’이다. 그 최신작 ‘바이오쇼크: 인피니트’가 숱한 발매 연기 끝에 드디어 오는 26일(화) PC, PS3, Xbox360으로 정식 발매된다.
2K게임즈 산하 ‘바이오쇼크’ 시리즈를 개발해온 이래셔널 게임즈는 이번 신작에 대해 게임의 무대가 구름 위의 부유섬 콜롬비아라는 점을 비롯하여 파트너로 활약하는 히로인 엘리자베스의 매력, 그리고 전작보다 한층 진화된 액션을 강조해왔다. 과연, 게이머들로 하여금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혀온 이번 최신작이 앞서 언급한 특징을 토대로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게임메카에서는 출시를 앞둔 본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영화와 같은? 영화나 마찬가지인 세계관과 스토리
‘바이오쇼크’는 그 독특한 세계관을 인정받아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그만큼 세계관의 완성도와 스토리의 재미가 게임 플레이에 큰 동기 부여를 해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최신작의 시나리오 완성도를 평가하자면, 조만간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련 기사: [리뷰]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체험판, 하늘로 솟은 명작의 귀환
기자는 지난 2월,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체험판 시연회에서 부유섬 콜롬비아의 독특함에 놀랐다고 평한 바 있다. 본 게임 플레이를 앞두고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 또 한 번 놀랄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식으로 플레이를 해보니 그 깊이와 묘사에 역시 ‘바이오쇼크’라고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 20세기 서양 문화와 스팀펑크 요소가 더해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독특한 세계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무대인 콜럼비아는 미국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내부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다. 그리고 1912년, 주인공 부커 드윗트는 미국 최대 규모의 핑거튼 탐정회사에서 파면 당하고 빚더미를 안게 된다. 그 직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엘리자베스라는 여자를 구출해오면 빚을 모두 청산해준다는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의 세계관은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덧붙인 일종의 ‘팩션(Faction)’이다. 게임 안에서는 과거 20세기 사용된 건물 양식과 복장만이 아니라,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과 카니발(축제)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등 당시 서양인들의 생활 방식(문명)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 인종차별과 각자의 삶을 영이하는 모습 등, 콜롬비아의 생활을 직접 듣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사실성을 더하고자 일개 NPC에도 목소리가 주어져 일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 등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실제로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나가는 구역마다 수많은 NPC가 배치되어 있고, 이야기 주제도 각기 달려 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엔 당시 사용된 화로나 가구까지 정교하게 묘사해 놓아, 게임 플레이 내내 배경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과학소설을 근거로 한 스팀펑크의 독특함도 눈길을 끈다. 스팀펑크라면, 국내 게이머들은 흔히 ‘천공의 섬 라퓨타’나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일본 인기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컴퓨터 대신 증기기관이 등장하거나 마법과 같은 비약적 발전을 이룬 과학을 다룬 것까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얼핏 위 작품들과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하지만 지상과 공중을 넘나들게 해주는 장비 ‘스카이훅’이나 자연 현상을 이용하는 텔레키네시스(초능력) 등은 ‘바이오쇼크’만의 철학과 설정이 묻어나 있어 인상이 깊다. 이에 대한 설명은 추후 덧붙이겠다.
스팀펑크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스토리 역시 흥미진진하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설명할 수 없지만, 주인공 부커가 구름 위 콜림비아에 도착해 맞닥뜨리는 숨은 어둠과 히로인 엘리자베스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그녀의 정체, 그리고 반전을 더한 충격적인 결말까지. 강심장 게이머도 마지막 장면과 엔딩에서는 충격에 휩싸이기 충분할 것이다.
▲ 콜롬비아의 어둠과 엘리자베스의 정체, 그리고 반전을 더해 진실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이란...!
또한, 전작과 같게 이벤트 중 표시되는 선택지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선택지에 따라 부커가 자상을 입으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손에 붕대를 감고 있거나, 엘리자베스가 철창과 새 모양의 목걸이 펜던트 중 선택된 하나를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한번 결정하게 되면, 철회할 수 없어,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반복 플레이가 필수다. 이는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동기 부여로 작용한다.
▲ 선택지에 따라 부커가 자상을 입는다거나
▲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기도 한다
생략 없이 이벤트를 모두 감상한다는 기준에서, 평균 플레이 시간은 7~8시간의 볼륨을 자랑한다. 여타 FPS 게임과 비교해도 짧지 않으며, 반복 플레이도 필수라 짧은 플레이 타임을 우려했던 게이머라면 안심해도 좋다.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인격체로 묘사된, 히로인 ‘엘리자베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플레이하는 원동력으로 세계관과 스토리의 흥미진진함도 빼놓을 수 없지만, 결정적 한 방은 히로인 엘리자베스를 꼽을 수 있다. 엘리자베스의 매력은 흔히 보호해주고 구출해줘야 하는 ‘뻔한’ 히로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 뻔한 히로인의 경계를 넘어 인간미가 넘치는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게임 설정상 오랜 시간 갇혀 살아온 탓에 세상 물정을 몰라 모든 상황(이벤트)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고 반응도 다채롭다. 여기에 전문 모델을 기용한 모션 캡처로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이 실제 사람을 보듯 현실감 있다. 또한, 스스로 판단하거나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 흥미를 유발한다.
▲ 호기심이 왕성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묵묵히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
▲ 표정과 행동에서도 사실감이 넘친다
예를 들어 흥미를 느낀 사물을 유심히 살펴본다거나, 화장실로 들어서면 코를 막고 움직이는 모습 등은 수동적인 파트너 캐릭터 이상의 역할을 한다.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아쉽지만, 게임 내 상황에 다양하게 반응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충분히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인격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흔히 미소녀로 일컫는 빼어난 외모와 풍만한 몸매도 매력을 더한다.
그녀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엘리자베스는 시공간을 뒤트는 능력인 ‘테어’를 사용해 과거나 미래의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능력을 사용해 열쇠를 가져와 잠긴 자물쇠를 열거나, 탄약과 회복약 같은 각종 아이템을 주인공 부커에게 던져준다. 여기에 적이 나타나면 알아서 숨을 곳을 찾는 뛰어난 순발력(인공지능)까지, 다른 게임의 히로인처럼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다해 든든하기까지 하다. 게이머로서도 히로인이 골칫거리가 아니라는 점에 스트레스도 덜 받게 돼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 전투에서도 골칫거리가 아니라 함께 싸우는 파트너로서 활약한다
▲ 특히 '테아'를 사용해 잠긴 자물쇠를 열거나 각종 아이템을 던져주기도 해 든든하다
기발함은 여전한 ‘초능력’과 뛰어난 적 인공지능
‘바이오쇼크: 인피니티’에서 주인공의 조작과 능력은 전반적으로 전작과 다르지 않다. 왼손은 초능력 혹은 마법이라 할 수 있는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며, 오른손은 권총부터 RP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총기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초능력 중 불덩이를 던져 불태우거나 식인 까마귀 떼를 소환해 공격하는 등 다양한 신기술이 존재하며,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능력도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에서 다수에게 피해를 주거나 기계에 한정된 마인드컨트롤을 NPC로 확대해 아군끼리 전투를 벌이게 할 수도 있는 등, 전작만큼이나 재미있는 능력이 많다. 특히 초능력을 적에게 명중시키면, 불에 타거나 살점이 뜯겨 흉측한 몰골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줘 잔혹성도 배가시켰다.
▲ 전반적인 전투 방식은 전작과 같다, 쏘는 맛과 잔혹함...!
▲ 여기에 초능력을 사용해 잔혹함의 끝을 보여주는 연출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 밖에 적 캐릭터들의 뛰어난 인공지능도 인상 깊었다. 게임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적의 종류는 많지 않다. 그러나 지형 또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적이 중복돼 나온다는 단점을 가리고 전투의 재미를 더한다. 실제로 적과 맞닥뜨림과 동시에 교전이 진행되는데, 이때 적들은 곧장 몸을 숨기고 기회를 엿본다. 그리고 근처 아군이 당하거나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면, 저돌적으로 돌격하거나 새로운 장소로 몸을 숨기기 위해 이동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인다. 특히 적에 따라 자폭 공격을 감행해 오기도 해 때때로 공포까지 유발한다. 이는 난이도 설정에 따라 더 적극적인 성향으로 변하며, 난이도 상승에 따라 적들의 사격 명중률도 높아져 어려운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가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신작의 상징 ‘스카이훅’, 정작 활용도는 미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액션에서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비록 많고 많은 장점 중 한 가지라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아쉬움이 더 크다.
유일할 단점은 바로 ‘스카이훅’의 옅은 존재감이다. ‘스카이훅’은 게임 내 가장 먼저 얻게 되는 장비이자 끝까지 함께하는 근거리 무기로, 무기 기능 외에도 추가로 레일를 향해 점프하게 되면 지상과 공중을 빠르게 이동하게 해주는 보조 기능을 발휘하는 등 이번 신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레일 이동 중에는 남은 오른손(화기)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어, 지상과 공중을 오가는 독특한 액션의 재미도 맛볼 수 있다. 특히 레일을 타고 이동할 때는 조작에 따라 청룡열차를 연상케 하는 빠른 속도감도 느낄 수 있어 상쾌하기까지 하다.
▲ 공중전을 가능케한 레일
▲ 청룡열차에 버금가는 스피드와 지상과 공중을 넘나드는 액션을 가능케한 '스카이훅'
하지만 실제 ‘스카이훅’ 활용은 꽤 제한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레일이 존재하는 맵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 특성상 총기를 사용한 원거리 전투가 주로 벌어지기 때문에, 굳이 ‘스카이훅’을 사용하기 위해 근거리 전투를 벌이는 것은 꽤나 비효율적이다. 꺼내서 사용하게 되는 일이 드물다는 뜻이다.
▲ 원거리에서의 총격전에 특화된 탓에 '스카이훅'을 꺼낼 일은 드물다
▲ 여기에 초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이 전투에 더 효율적이다
특히 레일에 ‘스카이훅’을 걸고 이동 중인 상태에서는 초능력도 사용할 수 없어 적과의 전투에서 답답함을 더 많이 느낀다. 차라리 지상으로 내려와 초능력을 사용해 적을 제압하는 것이 게임 진행에 훨씬 수월하다. 그나마 ‘스카이훅’ 전용 초능력도 존재하지만, 이 기술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게임 진행에는 큰 무리가 없다. 이번 신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장비가, 지상과 공중을 오가는 조금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정도에 그친 것은 뼈아픈 일이다.
‘바이오쇼크 1’보다는 못 미친다, 그래서 ‘거의’ 명작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이제껏 없던 인간미 넘치는 히로인 엘리자베스를 탄생시킨 명작이다. 하지만 ‘바이오쇼크 1’이 게이머들에게 안겨준 기발함 및 충격과 비교했을 땐, 그 정도가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전작과 달리 공포를 배제한 외전이라는 점에서, 전작 이상을 기대했을 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게임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다는 점에서 ‘거의’ 명작으로 평가한다.
▲ '바이오쇼크 1' 만큼은 아니지만 재미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