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2차 테스트가 진행된 '던전히어로'
이야소프트가 개발하고 포르투나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신작 RPG '던전히어로'의 2차 테스트가 지난 19일(목)부터 23일(화)까지 총 6일간 진행됐다. '던전히어로'는 핵앤슬래쉬 방식의 던전 RPG로, 화려한 전투 연출과 빠른 게임 플레이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루나 플러스', '에다전설' 같은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을 주로 선보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야소프트의 신작이라는 점도 기대를 모았다.
'던전히어로'의 테스트는 4월부터 5월 초까지 총 3번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2차 테스트에서는 오전 12시부터 22시까지 10시간씩, 6일간 총 60시간이 주어졌다. 사실 핵앤슬래쉬 방식의 게임은 오랫동안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장르다. 그런 의미에서 신작 '던전히어로'는 기존 같은 장르의 게임에 없던 새로움을 제시할 필요성이 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 '던전히어로' 프로모션 영상
귀여움으로 가득한 ‘던전히어로’ 첫인상
'던전히어로'의 첫인상은 ‘귀여움’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깔끔한 그래픽이 여성은 물론, 포근한 느낌의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까지 두루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우선 캐릭터는 2.5 등신의 아담한 비율과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큰 눈망울, 특수 액션인 댄스와 엽기 포즈에서도 귀여움이 묻어난다. 또한, 아기처럼 아장아장 뛰는 모습이나 몬스터를 공격하는 모션도 멋있다기보다는 앙증맞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세계관 역시 동화를 연상시킨다. 우거진 숲 속, 폐쇄된 광산, 사막 등이 귀여운 캐릭터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는 캐릭터와 대치하는 몬스터나 보스들도 마찬가지다. 풍채(크기)의 차이에 따른 위압감은 있지만, 귀엽다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아기자기하거나 귀여운 부분을 잘 표현하는 이야소프트의 노하우가 '던전히어로'의 곳곳에 잘 반영되어 있다.
▲ 귀여움 가득한 '던전히어로' 캐릭터
화려한 전투 연출과 호쾌한 몰이 사냥
‘던전히어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던전 사냥의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퀘스트가 던전 안에서 수행하도록 꾸며졌으며, 필드 사냥을 즐길 수 있는 오픈 필드보다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의 양도 많다. 던전 구조는 복잡하지 않으며, 대개 원형 구조로 제작돼 게이머가 길을 잃거나 목적지를 헤매는 일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게임은 홀로 다수를 제압할 수 있는 ‘몰이 사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캐릭터의 스킬은 1대 1보다 범위 공격(스킬)이 많아 한 번의 공격으로 여럿을 제압하는 호쾌한 액션도 가능하다. 사용하는 스킬에 따라 바닥을 내리쳐 충격파를 발생하게 한다거나 빠르게 연속으로 베는 모션 등, 아기자기한 겉모습과 달리 공격 연출은 꽤 과격하다. 여기에 가격당한 몬스터는 충격파에 날아가 버린다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녹아버리기도 해 시각적인 화려함도 보는 맛을 더한다.
▲ 범위 스킬의 화려함과 몰이 사냥의 재미가 핵심
▲ 외견과는 다르게 액션은 꽤 터프한 편
특히 직업마다 사용할 수 있는 범위 스킬은 수 제한 없이 범위 내 모든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많은 몬스터를 한데 모아 일망타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던전과 ‘오픈 필드’를 포함해 게임 내 등장하는 몬스터는 모두 선공이라, 큰 노력 없이도 쉽게 몰이 사냥을 할 수 있다.
이벤트 하나 없는 단조로운 전개가 재미를 감소시킨다
'던전히어로'에서 게이머는 전설의 무기가 잠들어 있는 '영웅 무구'를 계승한 존재(던전히어로)가 되기 위해 수행 중인 영웅이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 다양한 던전을 체험하게 되고 '영웅 무구'를 두고 충돌하는 두 세력의 음모에도 일부분 관여하며 흥미를 더한다. 하지만 인상 깊게 각인시켜줄 컷씬과 연출이 따로 없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재미가 감소한다.
▲ 게임 스토리의 흡인력과 재미를 더하는 이벤트
▲ 게임 시작 이후에는 찾아볼 수 없어 점점 재미가 떨어진다
여타 온라인 RPG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진행 중에 라이벌 캐릭터가 등장한다거나 흡인력을 높이기 위해 인상 깊은 장면을 추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던전히어로’에서는 게임 시작과 함께 나오는 연출을 제외하면 더 이상의 컷씬과 연출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NPC가 말로 설명하고 말로 끝맺을 뿐이다.
이처럼 단조로운 과정과 마무리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스토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이윽고 스킵과 함께 퀘스트 수행만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빠지게 된다. 이야기만 놓고 봤을 때 어느 정도 재미와 깊이가 있음에도, 인상 깊은 연출이 받쳐주지 않아 점점 재미를 잃어간다.
▲ 퀘스트 내용도 새롭지 못하다, 사냥과 완료만 반복될 뿐...!
더욱이 퀘스트의 내용 역시 새롭지 못하다. 특정 몬스터 사냥과 클리어, 그리고 아이템 획득과 같은 반복적인 내용만 다룬다. 상황에 따라 퀘스트 내용이 달라지는 최근 온라인 게임들과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고려할 때, 이러한 낡은 진행 방식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단순 노동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쉽다.
15레벨부터 버거운 던전 난이도에 파티는 필수
문제점은 시스템에도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던전의 난이도다. 10레벨 이후 던전에서는 등장 몬스터의 수가 100마리를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근거리나 원거리에서 협공하는 몬스터의 패턴이 더해지면서 혼자서 도전하기는 꽤 까다롭다.
▲ 10레벨 이후부터는 등장 몬스터가 100마리를 넘어선다
또한, 10레벨 이후 던전은 초반 지역보다 규모가 넓어진다. 개중에는 맵 전체를 돌거나 2층 구조를 왕복해야 하기도 한다. 특히 지나가는 길목에 중간 보스가 자리한다거나 다시 돌아가는 와중 몬스터가 리젠되기도 해 원활한 진행를 위해서는 파티 플레이가 필요하다. 온라인게임에서 파티 플레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나 지나치게 파티만 의존해야 할 만큼 난이도가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무분별하게 게임 중에 던전을 빠져나와도 별다른 패널티가 부여되지 않아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 던전마다 일일이 파티를 구해 도전하는 것도 불편이 따른다
예를 들어 악의를 품은 게이머가 그냥 던전 밖으로 나가버린다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게이머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기자도 파티 플레이 중에 ‘그냥’ 던전을 빠져 나왔는데, 아무런 패널티도 없었다. 무분별한 플레이를 막기 위해 여타 액션 RPG들이 패널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생각할 때 장르 특성을 고려할 때 '던전히어로'도 신경쓸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피드백을 얻기 위한 테스트임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큰 사항들이니 곧 있을 3차 테스트나 그 이후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던전 외 즐거움을 위해 구현된 ‘오픈 필드’, 실상은 애물단지?
‘던전히어로’ 2차 테스트의 핵심 콘텐츠는 ‘오픈 필드’의 추가라 할 수 있다. ‘오픈 필드’는 던전 외 즐길 수 있는 사냥터로, 몬스터가 빠르게 리젠(생성)돼 지속적인 사냥이 가능하다. 특히 던전 사냥과 달리 피로도를 소모하지 않아 반복되는 던전 사냥의 지루함을 덜어줄 대안이 될 것으로 보였다.
▲ 던전 사냥 외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픈 필드'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던전 사냥에 1/10에 달하는 적은 경험치가 주어져 빠른 레벨 업을 하기엔 역부족이고, ‘오픈 필드’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맵의 크기도 작다. 더욱이 몬스터가 등장하는 위치가 정해져 있다 보니, 미리 상석을 차지하려는 게이머 간의 자리싸움이 발생해 서로의 몬스터를 뺏는 비매너 행위까지 이어진다.
▲ 하지만 맵이 작고, 경험치도 터무니 없이 적어 레벨 업의 지루함을 덜어주기는 역부족
이를 부추기는 이유는 던전에서 얻지 못하는 보상을 ‘오픈 필드’에서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가 먼저 필드 보스를 잡으려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던전 사냥과는 다른 재미와 파격적인 보상을 강조하려 했지만, 게이머들의 혼란만 유발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15레벨부터 버거운 난이도는 낮출 필요가 있다
‘던전히어로’ 2차 테스트는 첫째 날 긴급점검을 제외하면, 마지막 날까지 큰 문제 없이 진행돼 서버 안정성은 합격이었다. 특히 테스트 시간엔 레벨 업의 지루함을 덜어주고자 게임 내 골드나 경험치 획득량 증가 같은 상시 이벤트도 열어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높은 던전 난이도에 좌절이 더 컸다. 10레벨 이후 어려움을 겪으면서 15레벨 이후부터는 파티 플레이가 아니라면 다음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울 정도라 솔직히 포기하는 게이머가 속출하지 않았나 싶다. 다음달 초 진행될 3차 테스트에서 어떤 신규 콘텐츠가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초반에 해당하는 15레벨부터 부담을 안게 하는 높은 진입 장벽은 낮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