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 이번엔 혹한의 동부전선이다
2013.07.02 17:37 게임메카 Kaistie
노르망디에서 스탈린그라드까지
1998년, 역대 최고의 전투신을 선보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후 제 2차 세계대전과 유럽의 서부 전선을 소재로 삼은 게임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역사상 최대 규모 상륙작전 중 하나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FPS와 RTS 등 여러 게임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홈월드’와 ‘던 오브 워’ 시리즈의 렐릭 엔터테인먼트 역시 2006년에 제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삼은 게임을 출시한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라 명명된 이 게임은 사실적인 그래픽과 상성을 통한 전략성으로 전 세계 4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7년 만에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이하 COH)’ 신작이 돌아왔다.
▲ 격전지 노르망디를 기억하는가?
▲ 이번엔 동부전선 최대 격전지 스탈린그라드다!
전략 시뮬레이션이 맞나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이하 COH2)’의 메인 화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측 상단의 ‘프로필 창’이다. ‘프로필 창’에는 자신의 스팀 아이디와 함께 레벨과 최근에 획득한 약장, 훈장이 표시된다. 약장과 훈장은 게임의 도전과제를 수행하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획득하면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며 레벨이 높아지면 새로운 차량 스킨과 정보보고서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레벨은 단순히 게임을 얼마나 즐겼는지 알려주는 지표일 뿐 유저의 실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의 메인 화면. 레벨이 있는 프로필 창이 눈에 띈다
▲ 도전 과제를 나타내는 약장과 훈장은 수집욕을 불러 일으킨다
기존 RTS 게임과 달리 ‘COH2’에는 유저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채팅방과 다른 플레이어를 찾을 수 있는 방 목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유저간 자동 매치와 AI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자동 매치, 그리고 AI 또는 또는 스팀에 등록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커스텀 매치만 가능하다. 모든 유저가 자동 매치만 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즐길 상대를 찾기에는 용이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게임 하기를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많이 불편하다. 순위표 역시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개발사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월드 오브 탱크’ 류의 게임 방식을 RTS에 도입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RTS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다른 유저의 방을 직접 찾아 들어갈 수 없다. 오직 자동 매치 또는 초대 뿐
살인적인 혹한을 게임에서 만난다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독소전쟁’에서 독일군의 가장 큰 적은 소련의 군대가 아닌 ‘시베리아의 혹한’이었다. 무서운 추위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던 독일군은 동상 뿐 아니라 장비까지 얼어붙어 전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이 등장하는 ‘COH2’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같은 맵에도 여름맵과 겨울맵이 존재하며, 계절에 따라 유닛의 모습도 달라진다
렐릭은 ColdTech 엔진으로 게임 내에 ‘혹한’이 몰아치는 겨울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온 맵이 눈으로 덮혀있는 것은 물론, 보병들은 가만히 있을 때 추위에 떨며 손을 비빈다. 가장 큰 변화는 ‘얼어붙은 강’이다. 추위로 인해 강이 얼어붙음으로써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늘어났다. 단순히 얼어붙을 뿐 아니라 얼음이 깨질 경우 유닛들이 강 속으로 빠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값비싼 기갑 유닛의 경우 얼어붙은 강을 건널 때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 자칫 잘못하면 귀중한 유닛들이 강바닥에 잠수하고 있을 것이다
임의적으로 등장하는 ‘눈보라’도 또 다른 전략요소다. 눈보라가 몰아치면 모든 맵에 시야가 제한되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동부전선의 눈보라는 문자 그대로 ‘살인적’이다. 차량이나 전차에는 영향이 없지만 보병이 눈보라 속에서 오랫동안 방치되면 체온이 떨어지고 하나 둘 얼어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눈보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모닥불을 피워 얼어붙은 몸을 녹이거나 최소한의 엄폐물이 있는 지역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저격수는 방한복을 입기 때문에 눈보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 몸을 녹이는 올바른 방법
▲ 몸을 녹이는 올바르지 못한 방법
이 외에 눈이 쌓인 지역으로 이동하면 보병의 발자국이나 전차의 궤도 흔적이 남는 점과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는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보병이 은혜할 수 있는 점 등 사실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이를 통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트루사이트’로 상대의 허점을 찔러보자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트루사이트(True Sight)’다. 이제 전장의 유닛들은 장애물을 투시할 수 없다. 분대로 움직이는 보병의 경우 분대원 하나하나가 별개의 시야를 갖고 있으며, 시야범위 안에 담벼락이나 건물, 전투 중 파괴된 전차의 잔해와 같은 장애물이 있는 경우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점을 활용하면 건물을 끼고 우회하여 길목을 지키고 있는 중기관총 분대를 손쉽게 제압하거나 상대의 시야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 은폐한 뒤 기습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트루사이트’의 적용으로 인해 가장 유용해진 것은 ‘연막탄’이다. 전작에서 연막탄은 단순히 피격 확률을 줄여주는 역할 뿐이었지만 ‘COH2’에서는 적의 시야까지 차단한다. 박격포의 연막탄이나 특정 지휘관이 사용할 수 있는 ‘전차연막’을 사용하면 큰 피해를 입은 아군 유닛을 안전하게 후퇴하거나 적을 바로 앞에 두고도 피해 없이 근접전 혹은 우회를 할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아졌다.
▲ 건물 뒤는 볼 수 없다. 매복을 조심하자
전장이 만드는 영웅, 영웅이 만드는 전장
‘COH2’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닛의 숙련도를 쌓는 것’이다. 전작보다 숙련도로 인한 능력치 상승폭이 대폭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 전차 유닛은 숙련도 1단계에서 순간 가속을 높이는 ‘블리츠’ 스킬을 얻을 수 있다. 2, 3단계에서는 각각 피격 대미지를 절반 이하로 낮추는 효과와 공격력을 2배 가까이 올리는 효과를 받는다. 이처럼 숙련도를 쌓으면 유닛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기 때문에 빠르게 숙련도를 쌓음과 동시에 최대한 유닛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졌다.
▲ 숙련도 3단계 IS-2 중전차, 무엇이 오더라도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지휘관’과 ‘정보보고서’로 전장에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 각 지휘관은 ‘특수 능력’을 갖고 있으며, 게임 중에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전작과 동일하다. 다만 ‘COH2’에서는 게임 시작 전에 다수의 지휘관 중 3명을 선택해야 하며, 지휘관 점수에 따른 각 지휘관의 특수 능력의 해제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 달라진 것이다. 일부 지휘관은 DLC로 구매하거나 디지털 소장판을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 누가 가장 잘 생겼나~ 미리 사용할 지휘관 3명을 선택 후
▲ 너로 정했다! 게임 내에서 한 명을 선택한다
‘정보보고서’에 있는 아이템은 최대 3개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각 아이템은 특정 유닛의 명중률, 공격력 또는 사거리 등의 능력치를 높여준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의 아이템을 연상시키지만 아이템 장착 개수가 제한되어 있고, 능력치 상승 폭도 대부분 5% 이하이기 때문에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로딩화면에 자신의 정보보고서 장착 아이템을 상대방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유닛의 아이템으로만 3개를 모두 장착할 경우 전략이 노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기본보병유닛 척탄병으로 중전차 5개 잡기... 뭐라구요?
전작보다 밀도가 높아진 스토리
‘COH2’의 캠페인은 1952년 시베리아에 있는 한 노동교화소에서 시작된다. 수감되어 있는 레프 아브라모비치 이사코비치(Lev Abramovich Isakovich)는 소련군 중위로 복무했었다. 그를 만나러 온 전 상관이 이사코비치가 기록했던 책자를 보여주며 지난 전쟁을 회상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1944년 한 해만 다룬 전작과 달리 ‘COH2’는 1941년 독일군의 침공으로 인한 소련군의 후퇴부터 시작하여 최대 격전 중 하나인 스탈린그라드 전투, 그리고 1945년 4월 독일 의회당까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부당한 명령에도 따르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 포로를 잔혹하게 사살하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주인공의 고뇌를 캠페인 도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채택함으로써 전작과 다른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의 행동과 별개로 나타나는 미션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캠페인은 14개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단계의 난이도가 존재한다
▲ 레프 아브라모비치 이사코비치... 캠페인 내내 보게 될 인물이다
▲ 그가 남긴 기록을 통해 스토리가 전개된다
울타리 넘기와 스킨으로 또 다른 재미를 찾아보자
‘COH2’에서 차량의 체력이 다 닳으면 파괴되지 않고 승무원만 사망한다. 버려진 차량은 체력이 바닥이기 때문에 다시 활용하기까지 험난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노획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또 다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번에 추가된 기능 중 하나는 ‘울타리 넘어가기’다. 이전에는 낮은 울타리도 보병은 돌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울타리에 접근하여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울타리 너머로 이동 명령을 내리면 자동으로 우회하는 점과 중화기 보병은 울타리를 넘어갈 수 없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 특정 맵에는 점령할 수 없는 감시탑과 야전병원, 수리소가 존재한다
▲ 이젠 울타리도 나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
전차의 종류 그리고 여름과 겨울 스킨이 별도로 제공된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스킨은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잠금 해제되며 일부 스킨은 DLC로 구매하거나 디지털 소장판을 구매해야 얻을 수 있다. 게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지만 스킨을 통해 자신만의 전차를 만드는 것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 다양한 전차 스킨을 제공하지만 레벨, DLC 구매, 소장판 등의 제약이 있다
▲ 같은 4호 전차도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도장이 다를 수 있다
‘COH2’ 만의 재미는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없다
전작부터 계속 유저들이 요구한 ‘옵저버’ 기능은 ‘COH2’에도 추가되지 않았다. 대신 국내 유저들에게 생소한 ‘트위치 TV’ 기능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미션팩 ‘Theater of War’는 싱글 미션 위주로 만들어졌으며 난이도 조절 역시 실패했다. 앞서 언급한 ‘자동 매칭’ 기능과 국내에 정식 발매됨에도 불구하고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 유료 DLC가 추가될 여지가 많다는 점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많은 유저들이 기대했지만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Theater of War’
그러나 ‘COH2’ 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재미는 다른 게임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다. 인류 역사상 최대 전쟁인 제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적 뿐 아니라 혹한과도 싸워야 했던 동부전선에서 자신만의 전술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보자. 자신도 모르게 ‘우랴!’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 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