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욱일기가 게임에서 사라져야 하는 이유
2013.07.05 18:24 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메카만평
워게이밍의 신작 '월드오브워쉽'의 욱일기 논란이 지난주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큰 화제가 됐고 워낙 민감한 이슈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워게이밍이 치명타가 될 수 있었는데요, 다행히 국내 지사의 빠른 대처와 이를 받아들인 본사의 선택으로 잘 해결된 모습입니다. 과정이 소란스럽긴 했으나, 결국 게임 내에서 욱일기를 '완전 삭제'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으니까요.
게임메카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이후, 독자 분들 역시 '좋은 선택'을 했다면서 워게이밍 본사와 지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바라보는 욱일기의 '의미'와 동아시아권에서 받아들여지는 욱일기의 '상징성' 자체가 완전히 다른 만큼 이를 이해시켰다는 데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죠.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잡음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특히 게임메카에서는 '욱일기는 왜 게임에서 사라져야 하는가'를 두고 독자 분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죠.
여러 의견이 충돌했지만, 가장 컸던 것은 결국 '표현'입니다. 게임에서 표현의 제약을 어느 선까지 둘 것인가로 마찰이 빚어졌죠. 사실 정통 밀리터리를 내세우는 게임이라면 '고증'에 따라 그대로 표현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국기양식까지 그 나라의 외교감정에 휘둘려 개발사들이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들은 그 주제로 한 게임을 하지 않으면 된다"라는 의견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죠. 그러나 문제는 게임 자체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즉 '게임'을 '게임'으로 본다는 것은 곧 '문화'를 접한다는 것이죠. 모두 알다시피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입니다. 억압과 학살, 수탈을 겪은 국가에서는 얼룩진 피와 상처 등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슬픈 역사가 배어 있어 그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때문에 이런 국가의 역사나 정서, 감정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문화 콘텐츠로서 게임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글로벌 게임사를 지향한다면 당연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워게이밍의 '월드오브워십'의 개발자 중 한 명은 "하켄크로이츠는 국제재판소에서 위법판결을 받았지만, 욱일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쓰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여기에도 오류는 있습니다. 사실 하켄크로이츠는 독일에서도 스스로 부끄러워 할 만큼 과거를 반성하고 조심하지만, 일본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닙니다. 여전히 국가 차원에서 언급이 없지요. 때문에 욱일기는 당장 위법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그 '단계'까지 밟지 못한 일부 국가의 분노를 먼저 생각하는 게 맞다고 봐야 겠지요.
때문에 이번 워게이밍의 선택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합니다. 해당 문제에 커지자 일단 '수정'을 통해 이슈의 수위를 낮췄고, 아울러 게임 내에서 '삭제'라는 결정까지 내렸으니까요. 물론 중요한 시장인 한국과 중국을 잃으면 타격이 크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일 수도 있지만, 워게이밍 한국 지사에서 강제적 요청 보다는 '이해'를 끌어내기 위해 여전히 집중하고 있다고 하니 만족스럽네요.
기자는 중학교 시절이었을까요? 아트 슈피겔만의 '쥐'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희미한 수준이었지만, 쥐를 유대인으로 표현해낸 이 책을 통해 나치즘의 무시무시함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죠. 홀로코스트의 비참함 역시 여전히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게임은 문화 콘텐츠입니다. 각 국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게임은 영화나 음악과 같이 세계 어디서든 모두와 통할 수 있는 힘이 있지요. 각 지역의 문화를 더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이며 현지화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이유입니다. 욱일기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