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왕을 감옥에 넣겠는가, 아키에이지의 미래 ‘국가 시스템’
2013.07.11 10:22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세력 간의 결투를 다룬 MMORPG는 많다. 호드vs얼라이언스의 대립 구도를 보여주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천족과 마족의 결투를 그리는 ‘아이온’, 최근에는 삼자 대립 등을 다룬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며(혹은 도중에) 게임 속에 구현되어 있는 어떤 세력이나 국가를 선택하게 되고, 그 세력과 대립하는 상대편 유저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아키에이지’ 역시 지금까지는 위의 MMORPG 중 하나였다. 여기서 굳이 과거형 표현을 쓴 이유는, 이들과 차별화될 ‘국가 시스템’ 이 조만간 업데이트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존 ‘아키에이지’ 는 동대륙과 서대륙, 그리고 제 3세력인 해적이 추가된 대립 구도를 그리고 있었다. 중심에 펼쳐져 있는 제 4대륙 원대륙에서는 원정대 단위로 구현된 세력들이 성을 놓고 공성전이 이뤄지는 등 산발적인 RvR이 벌어졌다. 비교적 입체적인 구도이기는 하지만 결국엔 동/서 대륙과 해적의 대립, 즉 개발사에서 정해 준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아키에이지’ 에서는 유저가 직접 국가를 만들고, 동/서대륙이나 타 유저의 국가와 우호/대립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유저들의 선택에 따라 삼국지 같은 대립 구도가 될 수도, 혹은 커다란 제국 하에 대륙이 통일될 수도 있다. 아예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키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될 수도 있다. 즉, 게임에서 정해준 것 외에도 유저 간에 정해 놓은 대립 구도가 게임에 공식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엑스엘게임즈 ‘아키에이지’ 기획팀의 시스템파트 최정호 파트장은 이번 국가 시스템 업데이트를 두고 “이제서야 ‘내가 만들어가는 아키에이지’ 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평했다. 유저들이 만드는 게임의 역사. ‘아키에이지’ 가 초기부터 추구해 온 이상향이 이제야 보이는 듯 하다. 게임메카는 최정호 파트장과 함께 ‘국가 시스템’ 이 갖는 의미와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인터뷰에 응해 준 '아키에이지' 기획팀 시스템파트의 최정호 파트장
만나서 반갑다. 일단 국가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최정호 파트장: ‘아키에이지’ 의 국가 시스템을 쉽게 이해하려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된다. 유럽의 경우 힘 있는 자가 영토를 차지해 영주가 되고, 이러한 영주들을 거느리는 자가 바로 왕이다. ‘아키에이지’ 역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문명의 진화를 상당 부분 고려했다. 원대륙이 공개됨에 따라 일단 새로운 대륙을 탐험하고 개척할 원정대를 먼저 업데이트 했으며, 이러한 원정대를 한 데 묶어 세력 구도를 이루는 국가 시스템이 뒤를 따르는 모습이다.
국가 시스템은 그 동안 원정대 단위로 나뉘어져 있었던 유저들의 집합을 더 커다란 ‘국가’ 단위로 묶은 것이다. 사용자가 세운 국가는 기존 동/서 대륙과 별개의 세력으로 인정되며, 국가들은 제각기 발전 방향을 다르게 잡을 수 있다. 다른 유저의 국가, 혹은 기존 동/서 대륙 과의 외교를 통해 우호/대립 설정이 가능하다. 때문에 국가에 귀속되면 기존 동/서 대륙간의 대립 구도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동대륙 유저와 서대륙 유저가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사가 정해준 대립 구도가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세력을 만들고 대립/우호를 정한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고대 유럽이라. 그렇다면 귀족과 평민 등의 계급도 존재하는가?
최정호 파트장: 일단 왕국에는 최고 권력자이자 세금을 거두는 권한을 지닌 국왕이 존재한다. 국왕은 기존에 대륙에 바치던 세금을 대신 관리하며, 세율을 조절할 수도 있다. 국왕은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유저 임의로 양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성주와 차별화되는 점으로, 왕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왕이 계속 바뀌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다. 다만, 왕이 게임을 접거나 사고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접속하지 않는 등의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운영자가 개입해서 왕위를 넘길 수는 있다.
그 외에 국왕의 특징이라면, 그 자체로 권력자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범죄점수는 쌓인다). 사실 누가 왕을 감옥에 넣겠는가. 물론 자의로 감옥에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시스템적으로 강제 구류되진 않는다. 이처럼 왕은 그 자체로 충분한 권력을 지니고 있으며, 원한다면 성을 보유한 원정대장을 겸임할 수도 있다. 이러한 권한을 지닌 왕좌에 앉고 싶다면 원정대를 생성해 국가 독립을 하면 된다. 물론 왕좌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국민의 경우 기존처럼 원정대장과 원정대원, 그리고 평 국민들로 나뉜다. 국민들은 간단한 승인 절차만으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국가를 옮겨 다닐 수 있다. 국가 간 분쟁이 일어나면 국민 전체가 전쟁에 자동으로 참여하게 되며, 전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보호 지역에 머무르며 생활 콘텐츠를 즐기면 된다. 국가가 멸망할 경우 국민들은 원래의 동/서 대륙으로 국적이 옮겨진다.
수많은 국가가 개별적인 관계를 맺다 보면 적대/우호 관계가 얽히고 섥혀서 복잡해질 것 같은데
최정호 파트장: 사용자 국가들이 생겨나게 되면 동/서 대륙이나 사용자 국가끼리의 우호/대립 관계가 구축된다. 따라서 지금과는 달리 피아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한 헷갈림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플레이어가 국제 정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UI를 7월 중 제공할 예정이다. 나라 간의 적대/우호 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 더 이상 게임에서 정해준 세력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 유지/발전해 나가는가? 인류 문명처럼 혁명 같은 것이 일어나거나 왕국 말고 다른 시스템이 생길 수도 있나?
최정호 파트장: 일단 하나의 국가에는 왕이 군림하고, 그 밑에 성을 거느리고 있는 원정대가 여럿 존재한다. 만약 원정대가 왕에게 불만이 있을 경우, 영지를 기반으로 독립을 해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도 있다. 이런 것이 모반이나 혁명과 비슷하다. 단 왕이 없는 국가는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대립 국가 간의 전면전도 가능한가? 필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라던지…
최정호 파트장: 가능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영토 쟁탈전은 기존 원정대 단위의 공성전 틀을 따르게 될 것이다. 변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공성대들이 하나의 국가로 단단히 묶이고, 필드에서의 예정되지 않은 세력전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동맹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세력 다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정대나 국왕과 관계 없는 일반 유저들에게 국가 시스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동기 부여는?
최정호 파트장: 이번 국가 시스템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동/서대륙 간의 불균형 해결이다. 몇몇 서버의 경우 현재 동/서 대륙 간의 불균형이 꽤 심한데,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유저들은 사용자 국가로의 이주를 통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민을 할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 국가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
최정호 파트장: 일단 사용자 국가와 기본 대륙간의 기본적인 관계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자 화두였다. 사용자 국가가 세워지면 기존의 국가들과 적대/우호 중 하나의 관계를 선택해야 하는데, 기본 대륙과의 관계를 적대로 만들 경우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극단적인 경우 서버 전체와 전쟁을 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 국가와 시스템 국가는 기본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하지만, 추후 선택은 자유다.
▲ 간단한 요청 수락만으로 자유로운 국적 이동이 가능하다
사실 ‘아키에이지’ 는 대형 원정대에 들어가지 않으면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이번 국가 시스템 역시 RvR과 유저 간 상호작용에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 같은데?
최정호 파트장: 일단 밝혀둘 점은, 국가 콘텐츠가 RvR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들었듯이 그 동안 동/서 대륙의 탐험이 어려웠던 이들은 사용자 국가의 외교 상태에 따라 양 국가를 모두 여행할 수 있으며, 향후 사용자 국가 소속 국민에 대한 강화나 버프 등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유저 개인적인 콘텐츠가 확장되기 때문에 원정대만을 염두에 둔 업데이트는 절대 아니다.
향후에는 국가 콘텐츠 외에도 솔로 플레이 유저들을 고려한 업데이트가 많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스턴스 던전의 경우 기존 업데이트가 10인 기준 던전이었다면, 지금 구상하고 있는 인던은 1~3인 단위의 작은 던전들이다. 단체 콘텐츠인 공성전이 업데이트되면 다음엔 그룹 콘텐츠인 전장, 솔로 콘텐츠인 인던 하는 식으로 밸런스를 조절하고 있다.
무료로 접속한 신규 유저들은 게임을 가볍게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러한 유저들에게 국가나 공성전, 농장 등의 엔드 콘텐츠는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까?
최정호 파트장: 초반 플레이를 윤택하게 하는 것은 공개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는 작업이다. 최근 업데이트된 초보자용 임대 텃밭 등이 대표적인데, 이 같은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국가나 공성전, 농장 같은 엔드 콘텐츠는 무료/초보 유저들에게 먼 얘기이긴 하지만, 게임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저걸 해 보고 싶다’ 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목표다. 사실 이번에 발표한 8종의 대규모 업데이트 중 하나가 초보 플레이 개선이며, 이탈 유저가 다시 왔을 때도 쾌적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
국가 시스템이 향후 ‘아키에이지’ 에 미칠 영향은?
최정호 파트장: 가장 큰 변화는 한마디로 유저가 한 서버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가 언제 시작되었고 언제 영토가 확장되었고 어떤 위기를 겪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아키에이지’ 에서도 우리 영지와 국가의 역사를 히스토리로 남겨 보자는 얘기를 진행하고 있다.
7월 중 업데이트 예정인 국가 시스템에서는 건립부터 운영, 멸망, 우호/적대 등의 콘텐츠가 모두 공개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용자 국가 간의 전쟁, 사용자 국가와 시스템 국가 간의 전쟁이 게임 전체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이러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집할 예정이다.
‘아키에이지’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최정호 파트장: 어찌보면 공성전 업데이트는 이번 국가 시스템을 위한 초석이기도 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내가 만들어가는 아키에이지’ 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에서 제시해주는 것과 다른 대립 구도를 통해 한 편의 역사를 직접 만들어 보길 바란다.
▲ '내가 만들어가는 아키에이지' 를 약속한 최정호 파트장